- 시급하지만 인기는 없는 문제 : 예술·언어·이론
- 저자: 이동휘, 이여로
- 출판사: 미디어버스
- 출간일: 2022년 08월 18일
- 분류(예스24): 국내도서 > 예술 > 예술일반/예술사

송고은의 노트
우리 사회에 시급하고도 매우 중요한 결정이 일단락 되었습니다. 우리는 이제 이 “시급하지만 인기가 없는 문제”를 앞두고 있습니다. 처음 이 책에 흥미를 갖게된데에는 책의 제목이 한몫 했습니다. ‘예술이론’이란 것이 ‘인기가 없는 문제’라는 것에는 동의하기 쉬웠지만, ‘시급’하다는 주장은 아무래도 주저하게됩니다. 그럼에도 예술에 적을 두고 있는 입장에서 ‘시급’하다는것은 왠지 ‘중요’하다는 것과 ‘이어서 읽히며’ 제 기분을 안정적이게 만듭니다. 어쩌면 꽤 그럴싸한 일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착각에 빠지게하는 것 입니다. 이런 ‘기분’이야 말로 예술계가 마주해서 해결해야할 ‘시급한 문제’일지 모르겠습니다.
이 책에서 이동휘와 이여로는 같은 말을 다르게 해석하며 서로를 넘어서려고 합니다. 이 토론은 꽤 지난하게 이어집니다. 그러므로 ‘인기가 없다’는 것은 책장을 넘기며 이제 증명됩니다. 그럼에도 이들은 게의치않고 ‘예술이론’에 대한 갖가지 쟁점 즉, 이론의 탄생, 목적, 필수적 요소, 구조 등을 최대한 낱낱이 파헤치려고 합니다. 그리고 마치 이것들이 정립되지 않는 이상 지금 이 순간에도 만들어지고 있는 예술에 대해 우리는 속수 무책 방관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염려에 빠져 있는 듯합니다. 이것이 문제를 ‘시급’하다고 판단하게 되는 일 일까요? 이들의 이야기가 다소 장황하더라도 저는 몇 몇 주장들이 꽤 흥미롭게 느껴졌습니다. 예를 들면, 아래와 같은 주장들을 입니다.
- 누군가 예술을 좋아한다고 할 때, 이 말은 사실 예술에 대해 말하기를 좋아한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 68p-
- 사람들은 때로 예술에 대한 어떤 말에 대해 예술을 ‘지나치게 축소한다’거나, ‘이론이 넘친다’라는 혐의를 씌우곤한다. -71p-
- 예술작품 개념이 해석을 포함한다는 나의 생각은, 예술이라는 개념이 작동하는 방식에 대한 다소 사회학적인 판단에 해당한다. -33p-
이것들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가지고 계실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더불어 우리가 예술을 접할때, 예술계의 창작자, 이론가, 매개자, 판매자와 우리는 어떤 관계를 맺게되는가? 그리고 그 사이에 어떤 위계를 가질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도 떠올려 집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예술이론’이 우리의 감상에 실제 어떤 여파를 미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다시 질문하게 됩니다.
박재용의 노트
‘이론’이 인기가 없나요? 불과 며칠 전까지, 우리는 어떤 ‘이론’들이 엄청난 인기를 끄는 모습을 봤습니다. ‘음모이론’ 말입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이해할 수 있는 이론, 자신의 세계관을 뒷받침해주는 이론, 그리고 경험 세계를 설명해주는 이론에 열광합니다. 반면 예술이론은 왜 인기가 없을까요? 이동휘와 이여로의 [시급하지만 인기는 없는 문제]는 바로 이 질문에서 출발합니다.
3월 20일, 이여로님을 모시고 진행했던 북토크 이후 저는 철학자 화이트헤드와 ‘과정 철학’에 대해 좀 알아보고 있습니다. 화이트헤드는 20세기 초 영국의 수학자이자 철학자로, 초기에는 버트런드 러셀과 함께 수학 원리를 연구하다가 후에 독자적인 형이상학 체계를 구축했습니다. ‘과정 철학’은 세계를 고정된 실체가 아닌 끊임없는 ‘생성’과 ‘변화’의 과정으로 바라보는 사상으로, 모든 존재는 상호 연결된 관계 속에서 지속적으로 변화한다고 봅니다.
화이트헤드의 철학은 경험의 주관적 측면과 객관적 측면을 모두 강조합니다. 그가 보기에 실재는 ‘현실적 존재자’라 불리는 경험의 순간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 현실적 존재자들은 ‘다자(多者)’에서 ‘일자(一者)’를 향한 (아마 이것이 그가 사물의 궁극적 목표가 ‘아름다움’이라고 말하는 것과 연관된 것 같습니다…?) 창조적 전진을 통해 형성됩니다. 그리고, 화이트헤드는 주체가 대상을 자신의 경험으로 통합하는 ‘파악(prehension)’이라는 과정을 중요하게 봅니다.

이런 화이트헤드의 관점에서 [시급하지만 인기는 없는 문제]를 읽으면서, 저는 이 책이 제기하는 ‘어려움’이라는 개념에 주목했습니다. 이 책은 이토록 어려운 예술이론」에서 예술 이론의 어려움을 단순히 극복해야 할 장애물이 아닌, 분석의 대상으로 삼습니다. “예술 이론이 어렵다는 것은 그 이론이 타당한지를 독자가 즉각 알 수 없다는 의미”이며, 이는 예술 작품이 본질적으로 ‘사적(private)’이기 때문입니다.
이건 단순히 “모든 해석이 다 옳다”는 극단적 상대주의가 아닙니다. 그보다, 예술 작품이 개인의 해석적인 참여 없이는 완전해질 수 없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죠. 저도 아직 이해해보려 애쓰고 있지만, 다시 한 번 화이트헤드를 불러오자면, 이건 화이트헤드가 말하는 ‘파악(prehension)’개념과 연결되기도 합니다. 작품을 파악한다는 건 무언가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만 하는 게 아니라, 자기 경험 안에서 작품을 재구성한다는 겁니다. 물론, 이런 재구성은 무한정 자유로운게 아닙니다. 작품은 객관적으로 존재하고, 우리는 작품과 끊임없이 상호작용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우리의 해석에는 책임이 따릅니다.
잠깐 방향을 틀면, 요즘 유행하는 ‘세줄요약’ 스타일의 예술 이해 가이드는 어떨까요? 빠르고 명쾌한 요약은 아주 간편하지만, 방금 이야기한 ‘파악’의 관점에서 보면 과정을 너무 단순화하는 거라고 볼 수도 있죠. 예술 작품과 진정한 대면을 하는 데는 시간과 인내, 그리고 책임이 필요하니까요! 음모론이 복잡한 이 세계를 단순한 원인-결과로 환원하는 거라면, ‘세줄요약’은 예술만이 아니라 세계를 이해하는 우리의 능력을 퇴화시키는 걸 수도 있죠.
그나저나, 책의 부제인 [예술, 언어, 이론]은 왜 “시급하지만 인기는 없는 문제”인 걸까요? 아마, ‘사이다’처럼 속 시원하게 세상을 설명해주는 음모론처럼 간단한 답을 제공하지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예술은 우리에게 확실한 결론보다 몰랐던, 더 많은 질문을 던지고, 세계를 단순화하기보다는 머리가 지끈거릴만큼 복잡한 모습을 대면하게 만듭니다. 그러니, “시급하지만 인기 없는 문제” 우리가 예술의 ‘파악’ 과정에 책임(최소한의 일관성을 보일 책임이랄지, 작품에 대해 충실히 자신을 투여하고, 마주할 책임 등)을 져야 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질문들
- 책에서 주장한 의견/문장 중 가장 논쟁적일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아니면, 이 책의 내용은 논쟁적일 것이 없는 것인가요?
- “예술은 사적이다”라는 명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 의견은 예술 감상의 “모든 해석이 옳다”는 극단적 상대주의와 어떻게 다를까요?
- 임O빈님과 강O혜님은 예술 관련 글쓰기의 난해함을 비판했습니다. 예술 이론의 난해함은 필연적인 것일까요, 아니면 극복 가능한 것일까요?
- “예술이론이 어렵다는 것은 그 이론이 타당한지를 독자가 즉각 알 수 없다는 의미”라는 주장에 동의하시나요? 이런 ‘어려움’이 예술 이론의 본질적 특성이라면, 이걸 건설적으로 다루고 활용할 방법은… 뭘까요?
독서 노트 발췌
예술과 이론의 관계는 비유하자면, 하늘을 나는 새와 그것을 관측하는 조류학자 사이의 거리 같다. 조류학자는 새를 분석하고 기술하지만, 그 새의 비행 자체는 어떤 말로도 완전히 환원될 수 없다. 번역의 문제가 바로 여기에 있다.
– ㅈOㅇ
여기서 듣기라는 감각은 각자가 무엇을 듣고 싶은지, 그리고 각자가 어떠한 기호를 숙지하고 있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경험하는 주체의 관심, 목적, 수단에 따라 지각의 자율성이 공명하는 것이다
– ㄱOㅇ (놀러가기)
예술 관련 책을 읽을 때마다 드는 생각이지만, 이 분야의 책들은 적절한 균형이 유지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나는 SNS에 올릴 법한 개인적인 감상문 수준이고, 다른 하나는 저자조차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 내용을 난해한 표현으로 포장한 듯한 글이다.
– OㅅO
장인들 중에 명품 지갑을 분해하여 휴대폰 케이스로 개조하는 분이 있다. 이런 리폼을 막을수는 없지만 이렇게 리폼한 것을 판매하는 것을 막는 것에 대한 영상을 본 적이 있다. 과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브랜드가 출시하지 않은 상품을 판매하는 것에 대하여 소재가 그 브랜드의 것이라고 해서 그 브랜드 제품이라고 말할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 ㅇㅇO
어렵다는 것은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어렵다고 느낄 때에는 1) 해당 존재가 본질적으로 복잡한 구조이거나, 2) 해당 요소를 기술하는 언어 자체의 한계가 있거나, 3) 지식이 부족할 때이다.
– ㅇㅈO
예술가는 자신도 잘 모르는 무의식속의 욕망, 감정, 경험을 표현하려고 한다. 하지만 그 표현을 완벽할 수 없다. 왜냐하면, 언어로 모두 표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적인 언어’로는 표현할 수 있지만, 언어라는 것은 다른 사람이 이해할 수 있어야만 진짜 언어가 된다.”
– 최도하 (파트너)
그간의 독서모임에서 다뤘던 책들을 관통하는 대주제는 ‘예술이란 무엇인가’였다면, 이 책은 예술, 혹은 예술이라 명명하기 전 일련의 것들을 관찰하며 근본적으로 ‘예술은 왜 어려운가’에 대해 논하고 있다.
– ㄱ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