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과 달리기, 2025년 첫 번째 달리기(1/50)

‘언젠가 할(될) 거니까 지금은’ 이라는 생각은 대체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새해 첫 대가족 회의에서 나누었다. 대신, ‘지금 할 수 있는 걸 하면 언젠가 될 거니까’로 생각의 방향을 뒤집어야 한다고.

그래서, 1월 12일 일요일엔 집에서 나설 때 면으로 된 토트백 하나에 러닝 기어를 정리해서 넣었다. 달리기를 위한 외출은 아니었고, 버스로 20여 분 이동해야 하는 사무실/작업실에 들러야 하는 일이 있던 차에 달리기’도’ 함께 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니까 2025년 계획 중 하나는 3년 반 넘게 매일 이어진 뒤 2023년 12월 부상을 입으면서부터 1년 가량 중단되다시피 한 매일 달리기를 부활시키는 것이었다는 이야기다. 이를 위해, 샤워기 아래를 수납 공간으로 쓰고 있는 청운동의 사무실/작업실의 화장실을 재정비해서 경복궁 담벼락을 도는 달리기를 다시 시작해보겠다는 생각이었다.

경복궁 서쪽의 여러 동네에서 살았던 시간을 새어보니 18년 가량인데, 그 중 3년 반을 매일 달렸다. 좀 더 일찍 꾸준한 달리기에 눈을 떴다면 참 좋았겠지만, 그래도 그 시간의 20% 가량은 일상에서 누릴 수 있는 가장 멋진 달리기 코스를 즐긴 셈이다. 궁궐 담벼락을 따라 뛰는 것만이 아니라 인왕산으로 올라 북악스카이웨이로 올라가는 (내 기준에서는) 긴 코스까지도.

아무튼, 청운동 사무실/작업실의 화장실 재정비를 본격적으로 하면 러닝 기어를 두어 벌 가량 가져다 두고서 청운동에 들를 때마다 경복궁 한 바퀴 정도는 돌아보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더랬다. 그래서, 달리기를 다시 시작하는 건 ‘지금’으로부터 좀 멀리 떨어진 일인듯 (마치 ‘내 일’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지만…!

‘언젠가 할(될) 거니까 지금은’을 ‘지금 할 수 있는 걸 하면 언젠가 될 거니까’로 바꿔 움직여보겠다는 생각에 따라 러닝 기어를 알차게 챙겨보게 되었다. 샤워를 할 수 없는 여건이라면 입고 온 옷으로 갈아입기 전에 수건으로 땀이라도 닦으면 될 거라는 생각이었다.

사실, 2025년의 첫 달리기는 1월 1일을 계획했었다. 1박 2일로 가족과 떠난 대구 여행에서 숙소인 호텔 주변을 달려보겠다는 생각으로 역시나 러닝 기어를 챙겨갔지만, 40대가 되고서 어찌된 일인지 새해맞이 루틴이 되어버린 몸살 감기로 인해 실현하지 못했던 거다.

새해가 시작되고 열흘 가량이 지나는 사이, 그리고 ‘언젠가 할’ 대신 ‘지금 가능한 걸 하는’을 결심하면서, 예전과 달라진 여러 상황(몸 상태, 일의 강도, 육아라는 변수 등)을 감안한 달리기의 목표도 다시 설정하게 되었다.

50번. 2025년 한 해 동안, 50번의 달리기를 해보려 한다. 365번의 달리기를 해왔던 시간과는 다르겠지만, 그때와 지금은 다르고, 나 역시 그 시기의 내가 아니다. 청운동 집 길 건너에 있던 가파른 언덕을 아무런 생각 없이 올라 시내를 내려다보았던 첫 달리기나 살을 애는 추위, 머리를 때리는 비를 뚫고 처음 달려보았던 그 날들의 기억과 감각을 그때와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새롭게 느껴보려 한다.

50번은 많다면 많지만, 작다면 작은 횟수다. 1년이 52주로 이뤄졌다는 걸 생각해보면, 1주일에 한 번 가량 달리겠다는 각오다. 어느 주는 두 번 달리기도 할테니, 아주 불가능한 목표는 아닐 거라 생각한다. 겨울이 지나 봄이 오면 오랫동안 살았던 동네에서 다시 더 자주 달릴 수 있을 거라는 기대와 동시에, 겪어보지 않았던 달리기 경로를 더 탐구해보려 한다. 예컨대 이미 예정된 출장지나 여행지에서 한 번씩만 달리더라도, 달리기 경험의 폭이 지금보다 더욱 넓어지지 않을까.


Posted

in

b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