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너드 코렌 지음, 박정훈 번역
- 출판사: 안그라픽스
- 출간일: 2021년 05월 31일
2018년 영어로 출간되었고, 2021년에 한국어로 번역된 [예술가란 무엇인가(What Artists Do?)]의 저자 레너드 코렌의 웹사이트 https://leonardkoren.com 에서 발췌하고 번역한 자기 소개부터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레너드 코렌은 뉴욕시에서 태어나 로스앤젤레스에서 자랐다.
십대 시절, 그는 주운 재료들로 실제 크기의 일본식 다실(茶室)을 직접 설계하고 지었다.
코렌은 UCLA 학부 재학 당시 사진 인화 공정에 대한 실험을 위한 펠로우십을 받았다. 또한, 대학의 미술관과 민족학 박물관에서 전시 설치 담당으로 일했다.
1969년 코렌은 학업을 중단하고 ‘로스앤젤레스 파인 아트 스쿼드’를 공동 설립했는데, 이 집단은 로스앤젤레스와 파리에서 대규모 야외 작업을 맡았던 트롱프뢰유(눈속임 그림) 벽화 그룹이었다. 벽화 중 하나인 [베버리 힐스의 싯다르타]는 5,000제곱미터에 이르렀으며, 완성하는 데 1년이 걸렸다.그림 그리는 일에 지친 코렌은 UCLA로 돌아가 건축학과 도시계획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73년부터 1976년까지, 코렌은 목욕 행사, 특이한 목욕 환경, 목욕에 관한 종이 작품을 만드는 예술가로 일했다.
1976년 코렌은 포스트모던 미학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친 아방가르드 출판물인 [WET: THE MAGAZINE OF GOURMET BATHING]을 창간했다. https://www.wetmagazine.com잡지 출판에 지친 코렌은 1981년 말 WET을 폐간했고, 일본 텔레비전에 방영되는 뮤직비디오 작업을 하기 위해 도쿄로 여러 차례 여행을 떠나기 시작했다.
1983년부터 1986년까지, 코렌은 일본의 유명한 라이프스타일 잡지 [BRUTUS]에 “레너드 박사님이 알려주는 문화인류학”이라는 제목으로 2주에 한 번씩 칼럼을 연재했다.
1984년 코렌은 일본 패션계의 과거와 현재를 다룬 책 [New Fashion Japan]을 집필하고 디자인했다. 그는 책을 만드는 과정에 자극을 받아 계속해서 더 많은 책을 만들었다. 본 웹사이트에서는 이렇게 만들어진 책 가운데 여러 권을 소개한다.– 다음 링크의 문서에 대한 한국어 번역 https://leonardkoren.com/about-avenue
고은의 노트
이 책의 뒷면에는 39살 어느 예술가의 자조섞인 선언이 쓰여있습니다. “나는 절대로 더 이상 지루한 작품을 만들지 않을 것이다.” 스스로의 작품을 모두 불태우고 난 뒤에 한 다짐이라니 자신의 예술과 예술 그 자체에 대한 환멸이 짐짓 상상 됩니다. 이 선언은 1960년대의 뒤샹 아니, 그 보다 1860년대 모네 이후로 현대미술가들의 지상 과제같은 것이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덕분에 우리 시대는 아름다운 르네상스 회화와 완벽한 그리스 조각상들을 잃게 되었습니다. 현대미술에 관한 이런 어려움은 그 크기에 차이만 있을 뿐, 그것을 만드는 작가나 또 그걸 바라보는 우리나 어떤 종류의 ‘언짢음’을 갖게 되곤 합니다.
저자는 특히나 그 불호 사이에 현대미술의 관객을 가장 큰 당혹감으로 몰고 갔던 작가와 작품을 소개합니다. 종종 이런 예술은 당혹을 넘어서 분노를 일으키키도 합니다. 예를 들어 세라의 “기울어진 호”를 매일 마주해야하는 연방정부의 직원 A씨와 같이 말이죠. (98) 심지어 세라는 이 관객에게 조금의 미안함도 없습니다. 오히려 “신경쓰지 않는다.”고 하죠. 이런 태도가 어쩌면 대중에게 비치는 현대 미술가의 모습일 것 입니다. “뛰어난 예술가는 (…) 완두콩 수프에 들어간 자갈”(64)같은 것이라는 저드의 말 처럼, 작가들은 그런 모난 돌을 자처하기도 합니다. 당신의 친구가 연주에 초대해 놓고 4분 33초 동안 아무것도 연주하지 않았다면, 그리고 47년간 수수께끼 같은 엽서만 보내 오고 저녁식사 초대에는 절대 응하지 않는 예술가 친구가 있다면 당신은 그 친구를 또 그의 예술을 어떻게 바라봐 줄 수 있을까요? 오늘은 이 위대한 기념비적 사건 속 예술가(친구)들은 최대한 평등하게 또 비평적으로, 그렇지만 약간의 애정을 담아 이들의 기행과 같은 작업과 삶에 대해 이야기 해보면 좋겠습니다.
재용의 노트
- 예술이 무엇인지 규정한다
-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
- 떠들썩하고 정신없는 세상 속에서 눈에 띈다
- 매우 특별한 방법으로 사물을 바라보게 한다
- 사물을 의미있게 만든다
- 한 가지 더
이 책의 목차를 그대로 가져온 것입니다. 얼마 전 아이 그리고 조카들과 차를 타고 이동하는 중에 이 책의 일부를 읽어주었습니다.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다. 시험을 치를 필요도 없고, 자격증도 필요 없으며, 특별한 기술이 요구되지도 않는다.”(10) 그랬더니 아이들(23개월에서 12살까지 총 다섯 명) 모두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럼 나도 예술가 할래!”라고요.
이 책의 영문 원제가 [What Artists Do]인 점은 흥미롭습니다. 한국어 제목처럼 예술가가 무엇인지 규정하기보다, 예술가가 무엇을 ‘하는지’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그래서 정말, 예술가들은 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요? 저는 제 작업을 꾸준히 이어가는 예술가들에 대해 (작업의 내용을 떠나) 존경심을 느낍니다. 이건 정말 보통 결심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거든요.
최근 인터뷰를 한 어느 예술가는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작품 판매는 어떻게 되고 있는지 묻자) 최저 빈곤선을 조금 넘는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요. 이 예술가는 누구보다 열심히 자신의 ‘일’을 하고 있고, 그저 그 일이 화폐 가치로 교환되지 않는 것일 따름이었습니다. 그의 일에서 성과란 자기 기준에서 의미있는 작품을 만들고, 이를 보여주기 위한 적절한 자리와 기회를 마련하는 것에 더 가까운 것이지요.
여러분은 예술가가 어떤 일을 한다고 생각하세요? 예술가는 어떤 존재라고, 어떤 사람이라고, 어떤 일상을 보낸다고 생각하세요? 혹은 예술가에겐 어떤 것이 요구된다고 생각하세요? 오늘은 그런 이야기를 많이 나눠보고 싶습니다.
- 가장 언짢았던 미술(예술) 경험은 무엇인가요?
- 이 책에 등장한 예술가 가운데 가장 공감하고 이해하게 되는 – 혹은 이해하고 알고 싶은 예술가와 작품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 내가 생각하는 예술가상(想)을 함께 한 번 그려볼까요? 어디에 살고, 언제 일어나고, 어떤 일상을 보내는지와 같이…!
독서 노트 인용 (트레바리 웹사이트에 업로드한 순서대로)
내 문제의식은 현대 미술이 시각예술과 문장예술사이에서 문장쪽에 더 기울어진 느낌에 있다. 하지만 순수함을 지키겠다고 어느 한쪽에 기우는 것도 미련해 보이기도 하다. 고대인들은 이성의 한계를 상징으로 돌파했던 것같다. 양립불가한 둘을 포기하지 않고 어울리게 만드는 초월을 예술이 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작품에 대한 친절한 설명이 작품에 대한 이해를 제한하다는 말이 틀리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그 배려가 감상을 도약하게 만들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상상만이 아닌 경험이라는 것은 이 모임에 참석한 분들은 공감하시리라 믿는다.
– ㅇㅇO
(리처드) 세라의 작품을 단순히 비장소적이고 자기완결적이며 편협한 미학이나 미학 중심주의에 빠져 소통하려는 의지를 갖지 않은 사례라고 보는 것이 타당한가?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다. 세라는 공공청사가 지니는 권위와 억압을 공간적 경험과 그로 인한 공동체 구성원들의 동요, 긴장감을 통해서 공론화하며 공론의 장으로써 기능하는 공공미술을 꾀했다고 볼 수 있다.(….)
예술가의 역할과 역량은 무엇일까? 그리고 우리 사회와 구성원에게는 무엇이 요구되는 것일까?
– OㅇO
’누군가가 돈과 자원을 지원해줄테니 예술가를 하라고 하면 할 수 있을까?‘
미술에 전혀 소질없는 나도 좀만 배우면 이 정도는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작품을 가끔 마주치면 드는 의문이다. 다시 말해 이 책의 제목인 ‘예술가란 무엇인가’를 떠올리게 하는 것이다.
– OㅁO
(….)크리스토와 장클로드는 대규모 설치 예술을 위해 공무원들과 그 지역 사람들을 설득했다. 그들의 예술 작품은 작품을 설치하는 것도 예술이지만 그것을 해체하는 것도 작가의 의도를 품은 예술이었다. 이처럼 어떠한 소재도 예술의 씨앗이 될 수 있지만 예술의 꽃을 피우기 위해선 작가의 명확한 의도와 집요한 설득이 필요한 것 같다. 예술가란 그런 것이 아닐까?
– ㅇOO
예술가를 정의하는 작업은, 단순히 특정 직업군을 한정하는데 그치지 않고, 창조 행위의 본질과 그 사회적, 철학적 의미를 밝히는데 의의가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예술가란 무엇인가?”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예술이라는 활동이, 다른 인간의 여러 창조 활동과 무엇이 다른지 설명해야 한다.
– ㅇOO
나는 더 이상 지루한 미술을 보지 않을 것이다.
(….)시간이 남았는데 무언가 생산적인 활동은 하기 싫을 때 발걸음을 옮기게 되는 곳이 미술관인 것은 확실한 사실이다. 내 안에서 예술은 그런 것이라고, 대충 정의를 내리기로 했다. 생산적이지 않은 것이 모두 예술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나의 머리 속 무언가를 환기시키면서도 나의 밥벌이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임은 확실한 곳.
– ㅇOO
난해하고 뜻을 파악하기 힘든 추상화 같은 작품보다는 마치 사진으로 찍은 듯한 극사실주의의 작품을 볼때면 아 이게 미술이구나 싶을 때가 있다. 그런데 나와는 정반대의 작품에서 감동을 받는 사람들도 있다. 이처럼 예술의 아름다움이나 예술 자체에 대한 정의는 사람마다 다른듯 하다. 도대체 예술이란 무엇일까.
– ㅇOO
사실 무지개의 색이 일곱 가지만 있는 것이 아니라 경계 마디마디에 있는 다양한 색들이 숨어져 있는 것처럼 스펙트럼을 아주 세세하게 나누어 보여주는 것,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예술가다.
로런스 와이너, “예술가의 실존에서 현실은 해답에 의문을 품는 것이다.”
마크 로스코, “환경의 모든 면을 점점 더 뒤덮어버리는 우리 사회의 정형화된
연상 작용을 무너뜨리기 위해선 사물들의 익숙한 정체성을 철저하게 부숴버려야 한다.”
데이비드 보위, “예술가에게 가장 흥미로운 것은 문화의 파편을 골라내 잊힌 것,
진지하게 취급되지 않았던 것을 바라보는 일이다. 무언가가 범주에 속해 수용되면
주류의 압제에 포섭되어 끝내 그 잠재력을 잃어버린다.”
특히 위 세 사람의 의견에 공감이 갔다. 익숙한 해답에 잠깐 멈추어 의문을 품어보고 미세한 것에 돋보기로 자세히 관찰하는 것, 그래서 감각적으로 우리를 풀어주면서도 각성시켜 주는 것. 이러한 지점들 때문에 예술이 난해해도 놓을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솔개의 우화… 그리고:
[궁금해요!]
Q. 70p, 저드의 인식 지표의 핵심은 결국 다음과 같이 귀결된다. 작품과 마주할 때 작품을 통합되고 응집된 전체로서 단번에 파악해야 한다. 작품의 어떤 요소를 다른 것들보다 더 중요하게 여겨서는 안 된다. 작품 자체를 제외한 그 어느 것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하지 않고 작품을 경험해야 한다. 달리 말하자면 내러티브, 시각, 은유, 그 밖에 상상으로 연상되는 것을 찾지 않아야 한다. 저드라면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마음을 비우고 내 작품의 실재를 경험하시오”
작품의 실재를 경험하는 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일까요? 강렬한 충격과 여운의 감정인 ‘푼크툼(punctum)’을 말하는 걸까요?
– OㅂO
종종 예술가들의 완고한 모습에 거리감이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럼에도 예술가들은 시간이든 공간이든 일상적 요소를 특별하게 활용하고 어느 정도 차이는 있겠지만 소통하고 싶어하는 사람이라 생각한다. 그렇기에 그들이 궁금해지고 작품의 의미가 궁금해지고 거기에 마음을 움직이는 무언가를 찾을 수 있을 거라 기대하게 되는 것 같다.
– ㅇOO
현대미술에 대해 공부할 때마다 드는 의문이지만 예술가가 하는 일, 다시 말해 예술의 본질이 무엇인지 정의할 수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예술 외에 다른 창작 활동과 예술을 구분할 수 있는 기준이 있을까?
– OOㅇ
전시 중 한 영상에서 그는 예술가로서 가장 희열을 느낄 때는 아이디어를 구상할 때라고 말한다. 이를 어떻게 구현할지는 그 다음 문제라고 한다.
…훌륭한 예술가는 주관적인 아이디어와 독창적이지만 현실적인 실행력을 갖추어야만 한다. 그런 면에서 그는 훌륭한 예술가이다.
– ㅇOO
얼마 전, 국제갤러리에 방문해서 마이클 주의 작품들을 보았다. 솔직히 이해하기 너무 어려웠지만, 추후에 영상을 찾아보고 작가의 인터뷰를 보고 나서 어렴풋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이처럼 아직도 개념미술은 어렵고, 작품을 감상하면서 동시에 작가의 의도를 인터넷으로 찾아보는 나의 감상 방법이 옳은가 싶기도 하다. 다들 나처럼 작품들을 볼 때 작가의 의도를 찾아보며 감상을 하는지 이런 작품들을 감상하는 특별한 방법이 있는지 문득 궁금해졌다.
– OOㅇ
완독할 무렵, 1) 예술가의 역할, 2) 예술의 가치, 3) 내가 예술을 좋아하는 이유에 대한 나름의 답을 내리고 있었는데, 케네디가 내 생각과 궤를 같이 하는 발언*을 해서 아주 흥미로웠다.
*예술가의 역할은 조직, 사회, 정부 등에 맞서 개인의 정신과 감성을 지켜나가는 것이다.
– OㅈO
리처드 세라는 광장을 가로 지르는 장벽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작품이 광장 구조에 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지 않나 싶다. 마치 주변 경관과 역사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자기만 멋있는 건축물을 설계한 것처럼 말이다. 세라는 공공작품을 위한 작품을 구상할 때 통행의 흐름을 고려하지만 반드시 현지 주민을 걱정하지는 않는다고 했지만 세라가 만든 장벽은 공공작품이 아니라 자기작품이 아닐까.
– Oㅈ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