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과 달리기, 10월의 달리기

부산에서의 달리기

10월 2일 아침이었다. 미술 월간지 [아트인컬처]에 싣게 될 2024 부산비엔날레 리뷰를 위해 다시 한 번 부산에 들렀고, 1박 2일의 일정이었다. 부산역 바로 앞에 있는 숙소 주변을 달렸고, 달리기를 한 뒤엔 호텔 뷔페에서 두부와 빵, 햄, 요거트 위주로 식사를 꾸려 먹었다. 항구, 바다와 멀지 않은 곳이라 바다를 볼 수 있을까 하고 달려보았지만, 기찻길과 담벼락에 막혀 막상 바다 풍경을 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달리기 장비를 챙겨가 한 번이라도 잘 쓴 것에 만족하자.

광주에서의 달리기

이번엔 10월 27일 아침. 2박 3일간의 광주 출장 중 마지막 날이었고, 역시나 숙소 주변을 뛰었다. 일행 가운데 러너가 있어서, 그녀가 나보다 하루 앞서 (무려 11마일을) 달린 뒤 추천해준 경로를 따랐다. (물론 내가 뛴 거리는 11마일에는 훨씬 못 미치는, 최대 3마일에 불과했다.) 숙소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영산강과 이어지는 광주천이 있었고, 800미터 쯤 되는 야외 트랙이 있었다. 떠올려보니, 언젠가 일 때문에 광주에 와서 며칠 묵었을 때도 같은 숙소에 머물렀고, 그때는 강이 아니라 5.18 기념 공원 주변을 뛰었더라. 달리다가 어느 나무에 새들이 모여 엄청나게 조잘대고 있어, 휴대 전화에 짧은 영상으로 기록을 남겼다.

다시, 서울에서의 달리기

10월 31일 밤이 되었을 때, 나는 정말 기진맥진한 상태였다. 이틀간 꽤나 부담되고 많은 집중을 요하는 일로 바빴기 때문인데, 그보다 몇 가지 일의 종류가 달랐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예컨대 10월 30일엔 오후에 두어 시간 가량 미술 관련 통역을 했고, 곧장 하자센터로 가서 청소년 창작자들을 대상으로 워크숍을 두어 시간 진행했다.

전원이 꺼지듯 하루를 마무리한 뒤, 10월 31일엔 7시에서 8시 사이 느지막이 일어나 오전 내내 번역에 집중했고, 택시를 타고 40여 분 이동을 한 뒤엔 아티스트 토크를 진행했다. (진행과 통역을 동시에 했고, 흥미로웠다.) 오후 6시에 예약을 해 둔 택시를 타고 대학로에 있는 서울문화재단에 가서 6회에 걸쳐 진행될 글쓰기 워크숍의 첫 모임을 진행하고서 집으로 돌아오니 오후 11시 경. 귀가와 함께 머릿속에 전구가 하나 켜지며 든 생각은:

달리자!

며칠 전 우연히 본 ‘슬로우조깅’ 관련 기사를 생각하며, 이렇게 슬슬 뛰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아주 가볍게 그러나 멈추지 않고 달려보았다. 달린 거리는 2.5킬로미터 가량이었고, 살짝 땀에 젖은 상태로 귀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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