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과 달리기, 아기를 안고

아기 이서Ether는 보자기에 자신을 폭 싸서 계단실을 내려가달라고 요청했다. 아래층으로 내려가니, 현관을 나가 사촌 언니들이 사는 아래층 이웃집으로 가달라고 했다.

이서의 몸무게는 이제 10킬로그램을 훌쩍 넘겼다. 보자기 안에 서서 움직이는 이서가 떨어지지 않게 균형을 유지하면서 보자기 끝자락만 잡고서 두 개 층 계단을 내려가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었다. (아직 이른 시각, 이서가 보고싶어 했던 사촌 언니는 곤히 자고 있었다.)

보자기에 넣은 이서를 들고서 계단을 오르내린 운동에 더해 함께 산책 겸 달리기를 나가볼까 했는데, 이서는 이번에도 내가 기대하지 않았던 바를 요청했다. 유아차를 타고 나가고 싶다는 것. 옷을 갖춰 입히고, 나도 옷을 갖춰 입은 뒤 이서를 유아차에 태워 30여 분 가량 산책을 했다.

그렇다면 오늘의 달리기는?

매일 명상과 달리기 계정으로 ‘공유’해둔 수많은 운동과 달리기 관련 정보를 열어 제자리 뛰기와 근력 운동을 하는 것으로 대체한다. 제자리에서 격렬하게 움직이는 것은 저강도 달리기만큼이나 몸에 부하를 가하는 운동이 될 수 있다.

실상 나는 샤워를 하기 전 거실에서 제자리 뛰기와 버피, 스트레칭을 하며 땀을 뻘뻘 흘리는 모습이었을테지만, 심상 속에서 내가 자신을 보는 건 이런 느낌이었다. (아래 이미지는 워드프레스에서 제공하는 AI 이미지 생성기에 ‘건강한 아시안 남성이 바다와 산을 배경으로 해를 등지고 달리는 모습’이라고 입력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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