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아냥, [빛 혹은 그림자]

  • 제목: [빛 혹은 그림자]
  • 저자: 로렌스 블록,로버트 올렌 버틀러,마이클 코넬리,스티븐 킹,조이스 캐롤 오츠 저 외 12명
  • 출판사: 문학동네
  • 출간일: 2017년 9월 11일
  • 분량, 무게, 크기: 440쪽 | 712g | 140*224*30mm
  • 도서 분류 (예스 24 기준)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영미 단편소설

Vasily Kandinsky, Composition 8 (Komposition 8)
https://www.guggenheim.org/artwork/1924

고은의 노트

그림을 보며 하는 생각

사람들은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사소한 뒷 이야기는 더욱 그렇습니다. 그림을 볼 때 당신은 어떤 “이야기”를 찾으시나요? 가끔 순수한 추상화를 두고 어떤 이야기가 숨겨져 있는지에 대해 궁금해 하는 사람들을 만납니다.

그럼, 저는 ‘내가 당신에게 더 멋진 말로 이 작품을 설명할 수도 있겠지만, 이건 색과 형태에 대한 순수한 구성 composition 입니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라고 대답하곤 합니다. 그럼 꽤 실망하는 눈빛을 읽게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여깁니다. 내가 작가의 의도와 또, 감상자의 상상에 잘못된 “이야기”를 덧씌우지 않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이 책은 꽤나 위험하고 용감합니다. 그림에 거침없이 새로운 이야기를 연결시킵니다. 이제 우리는 이제 호퍼의 그림을 보면서, 폴린과 메셔*를 또 르클레르를 꼼짝없이 떠올리게 될 것입니다. 호퍼는 이를 두고 어떻게 생각했을까요? 이 책을 엮은 로렌스 블록의 다음 문장은 우리의 마음을 좀 더 가볍게합니다. 

“ 그들 모두 호퍼의 작품을 사랑했고 그의 작품에 화답했다. 지극히 작가다운 방식으로.”  

이 책에는 “에드워드 호퍼”의 권위자라고 알려진 게일 레빈의 소설 또한 담겨 있습니다. 불행히도 그녀의 이야기는 “작가다운 방식” 에서는 한 참 뒤쳐지는 것 같지만, 오늘 우리의 대화에 흥미로운 관점을 남겨줄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케이프코드의 아침>에 대한 우리 각 장의 이야기를 쓸 수 있는 페이지가 남아있습니다. 진부한 문장이지만 사실, 좀 처럼 일어나기 힘든 우리 ‘각자의 감상’을 나눠볼 수 있길 기대해 봅니다. 저 또한 “순수한 구성”이라는 사실 외에 어쩌면 좀 더 깊은 감상의 순간을 나눌 수있는 “이야기”를 던져볼 수 있길 바래봅니다.

재용의 노트

정신 나간 아트 위크는 그저 한 주가 아니었습니다. 어쩌면 이 아트 위크는 8월 20일 경 부산 비엔날레 프리뷰에서부터 시작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오프닝, 파티, 온갖 행사들… 지금도 광주비엔날레에서는 오프닝 위크엔드의 프로그램이 치러지고 있죠. 여기엔 정말 많은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어쩌면 몇 달 치만큼의 이야기가 만들어졌고, 그걸 소화하기 위해선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오늘 읽은 책은 어땠나요? 사실 집필에 참여한 필자들 중 꽤 많은 사람이 상업 소설을 쓴 베스트셀러 작가들이었는데요, 미국 소설 감성(?)이 익숙지 않다면 다소 낯선 책이었을지도 모릅니다.

“헬로, 미스터 디킨스” (2012)

한편, 한국에서도 조금 비슷한 형식의 책이 나온 적이 있습니다. 찰스 디킨스 탄생 200주년을 맞아 발간된 [헬로, 미스터 디킨스](2012)인데요.

영국의 대문호 찰스 디킨스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여 한국 문학을 이끌어가는 아홉 명의 한국 작가들이 디킨스의 작품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쓴 신작 단편들을 모았다.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얻어 ‘두 도시’를 주제로 글을 쓴 다섯 편의 소설(김중혁, 박솔뫼, 배명훈, 백가흠, 하성란)과, 『크리스마스 캐럴』을 기상천외하게 리바이벌한 세 편의 소설(김경욱, 윤성희, 최제훈), 그리고 기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고아 소년이 등장하는 『올리버 트위스트』의 느슨한 변주 소설 한 편(박성원)이 실려 있다.
https://m.yes24.com/Goods/Detail/8170335

오늘 책을 통해 우리는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요? 어쩌면, 우리 각자가 가진 미술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책을 읽고 나눌 수 있는 가장 유용한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질문, 이야깃거리

  • 작품을 보며 ‘나답게 화답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작품을 볼 때 어떻게 반응하시나요? 작품을 보고서 무엇을 합니까?
  • 어떤 작품을 보며 상상을 하거나 이야기를 떠올리기도 하나요? 그런 적이 있다면, 나눠주실 수 있을까요? ‘이야기’를 떠올리게 한 작품이 당신에게는 있었나요?
  • 당신이 겪은 미술의 경험 또는 이야기를 나눠줄 수 있나요?
  • 당신의 ‘인생 작품’은? ‘인생 전시’는?

독서 노트들

우리가 직면한 문제는 결국 외로움과 불안, 그리고 세상과의 단절이다.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과 『빛 혹은 그림자』의 이야기들은 이러한 고립된 존재들의 내면을 강렬하게 표현한다. 각 이야기 속 인물들은 혼자 있는 공간에서 고독을 느끼며, 자신을 둘러싼 세계와의 상호작용에서 불안을 경험한다. 이는 하이데거가 말한 ‘세계 내 존재’의 개념과 일맥상통하는데, 인간은 세계 속에 존재하지만, 그 세계와의 관계에서 소외될 때 실존적 불안을 느낀다.
– ㅇOO (놀러가기)

뭔가를 인생작이라고 부를 때는, 그림은 그 그림이 나로 하여금 벅찬 감정과 서사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허구라고 하더라도)

프리즈를 보고 나오며 느끼는 허무함은 그러한 감정의 소화 과정이 생략되고 미술의 경제적 가치만 남기 때문이 아닐까. 내용의 퀄리티는 차치하고, 나는 이 책의 시도를 더욱 응원하고 싶다.
– OOㅅ

개인적으로 실용적인 걸 추구하는 편이라 소설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미술 작품을 보고 다양한 상상력을 펼쳐내는 것이 앞으로의 작품 감상 방식에 영향을 미칠 것 같다는 것에 의의를 둔다. 또한, 호퍼의 작품이 실제와 상상력의 경계를 투영했다는 점에서 이 책이 궤를 같이 한다고도 생각했다.
– ㄱOO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각 작가들이 호퍼의 그림을 통해 자신만의 독특한 이야기를 만들어냈다는 것이었다. 각 단편과 호퍼의 그림을 함께 감상하면서 호퍼의 작품을 새로운 시각에서 볼 수 있다는 점도 재미있었다.

호퍼의 그림이 주는 고독과 소외감은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공감할 수 있는 주제이며, 그렇기 때문에 호퍼가 여전히 사랑받고, 더 나아가 이런 소설 모음집도 나올 수 있는 게 아닐까 싶다.
– ㅈOO

미술을 접하고 그리고 전시회에 참여하고 알아가는 과정 속에서 느끼는 것 중에 하나는, 좋은 작품 좋은 작가에게는 확실히 근본같은 게 존재하는 것 같다. 작품의 본질에 다가가기 위해서 조금씩 미술에 대해 배워가는 재미도 있다. 급하게 독후감을 작성하느라, 다소 미흡한 글을 작성하게 된 점, 미리 양해를 구하며, 미술아냥에서 호퍼에 대해 잘 배워갈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되기를 기대한다.
– ㄱOO (놀러가기)

나는 이 그림들 앞에서 왜 좀 더 머물렀었던가

그 그림이 나로 하여금 상기하도록 한것은

‘이야기’인가 감정인가, 쾌감인가. 

호퍼가 의도한 내러티브가 우리에게 와 닿던

아니던,(사실 그는 삽화가로 취급받는걸 싫어했다하니

호퍼는 이 책을 싫어할지도 모르겠다.)

우리 모두는 미술작품을 대할때

내게서 비롯된 어떤 떨림을 감지한다.
– ㄱ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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