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욕], 궁극의 취향!

  • 제목: 정욕
  • 저자: 아사이 료(朝井リョウ)
  • 출판사: 리드비
  • 출간일: 2024년 3월 28일 (초판)
  • 분량, 무게, 크기: 452쪽 | 522g | 135*195*28mm
  • 도서 분류 (예스24 기준)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일본 장편소설

하나 읽어보면 좋을 것: 은행나무 출판사의 블로그 “아사이 료에게 소중한 것은 “작가로서의 삶, 트위터, 직장””. 당시 번역 출간된 소설 《누구》 출간을 기념해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독자와의 대화를 한 기록입니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14년 6월 22일)

이 작품에서 저와 가장 비슷하다고 느낀 캐릭터는 주인공인 ‘다쿠토’입니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을 sns를 통해서 전세계로 알릴 수 있는 시점인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본인이 마치 뭐라도 된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고 있는 상황이 아닌가,라고 생각했습니다. 본인이 뭐라도 된 것처럼 느꼈을 때 반대로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낍니다. 그래서 “나만 대단하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결국 나라는 존재가 증폭되는 시대가 아닌가.라고 생각합니다.

(일본국제교류기금 서울문화센터의 웹사이트에서, 정세랑 작가와 아사이 료의 대담 전문을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jpf.or.kr/index/content_print2.php?bo_table=publish&wr_id=293)

한국어 위키백과의 아사이 료 페이지(링크)에서 간략히 소개하는 작가는 다음과 같습니다.

아사이 료(일본어: 朝井リョウ, 1989년 5월 31일 ~ )는 일본의 소설가이다. 2009년 《키리시마가 동아리활동 그만둔대》로 제22회 소설 스바루 신인상을 수상하였으며, 2012년에는 이 작품이 영화화되었다. 2012년 《다시 한 번 태어나다》로 제147회 나오키상 후보에 올랐다. 2013년 《누구》로 제148회 나오키상을 수상하였으며, 나오키상을 수상한 남자 중 최연소가 되었다.

하나만 더: 역시나 10년 전의 한 인터뷰입니다. 동아일보 기사, “서울국제도서전 찾은 25세의 日소설가 아사이 료 씨”

일본 소설가 아사이 료(25)의 작품을 읽다 보면, 이 작가가 정말 20대인지 의문을 품게 된다. 

22일 서울국제도서전에서 그와 대담한 소설가 정세랑은 이렇게 말한다. “이야기를 잘 쓰는 작가는 흔하다. 하지만 이야기 주변의 공기를 포착하는 작가는 드물다.”

아사이 료는 현실 세계를 치밀하게 그리면서, 사람들이 숨기는 생각과 감정을 잡아채 낼 줄 안다. 지난해 ‘최연소 나오키상 수상’이라는 타이틀을 안겨준 장편 ‘누구’에서는 시기와 허세가 난무하는 취업 과정과 트위터를 소재로 젊은 세대의 내면을 분석적으로 살펴봤다. 스무 살 때 발표한 ‘내 친구 기리시마 동아리 그만둔대’는 인기, 비인기 동아리를 통해 고등학교 내 ‘스쿨 카스트’를 조명했다. 이 작품은 2012년 일본에서 영화로 만들어졌고 26일 국내 개봉한다.

올바른 욕망

다소 오붓하게 진행될 모임에서, ‘픽션’을 읽는 건 흔치 않은 일입니다. 왜일까 생각해보면, 이 모임에서 픽션을 읽고 의견을 나누는 모습을 그려보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에요. (우리는 오늘 그 어려운 일을 해낼 것입니다!).

그러나 [정욕]이라는 책의 존재를 알게 되었을 때, 자주 하지 않고 쉽지 않은 시도를 한 번 쯤 해보아도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픽션이란 때로 현실의 일부를 포착해 현미경으로 확대하는 것처럼 보여준다는 점에서 말입니다. 특히나, (약간의 말장난 같은 제목) [정욕] 덕분에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올바른 욕망’이라니. “좋은 취향”이라는 표현이 난무하는 지금 (구글 “좋은 취향” 검색 결과 링크), 한 번 쯤 함께 읽어보면 좋은 책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올바른’ 욕망과 ‘좋은’ 취향. 두 표현 모두 앞에 붙은 형용사에 대해 생각해보게 됩니다. 다양한 욕망이 있을 수 있을텐데, 그 중 ‘올바른’ 것은 과연 무엇일까? 갖가지 취향 중, ‘좋은’ 취향이란 과연 무엇일지에 대해서 생각한다면 말입니다.

107년 된 건물과 결혼한 바빌로니아 아이바즈 씨 (2012년)

아사이 료는 ‘이상 성욕’을 소재로 이 생각을 극단으로 끌고 나가 봅니다. 이른바 성도착증이라고 하는 것. 이 책에서는 물에 대한 도착인 Aquaphilia를 겪는 인물들, ‘학교’라는 제도를 벗어난 어린이들, 이른바 ‘정상성’의 극치라고 할 수 있는 검사가 오가며 과연 무엇인 정상이고, 무엇이 그렇지 않은 것인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오붓한 인원으로 진행할 기회를 포착한 오늘의 모임인 만큼, 오늘은 모두의 노트를 함께 읽고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제가 이 책을 읽으며 인상 깊어 줄을 그어둔 부분 가운데 몇 가지를 옮겨 적어 봅니다.

부모나 뉴스 프로그램의 평론가들이 저토록 관용적인 태도를 드러내는 이유는 분명하다. 이미 자기들은 본질적으로 변화할 필요가 없으므로 그저 공격당하지 않게 받아넘기면 그냥 넘어갈 수 있는 단계에 있다는 것을 자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옛날과 다름없는 가치관 속을 살며 그런 자신을 시대의 변화에 맞추려고도 하지 않는다. 지금이 이 사람들에게는 가장 편안한 상태이므로 당연할 일일지 모른다. 애써 바꾸려 노력하는 것보다 그게 오히려 깔끔한 태도라 편하다.

다요시와 어울리다 보면 주류라는 건 어떤 신념을 지닌 집단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주류로 태어난 탓에 자신과 직면할 기회가 적어 그저 자신이 쥬류하는 게 유일한 정체성이 된다. 그렇게 생각하면 특별히 신념이 없는 사람일수록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형태로 타인을 고치려는 행위’로 흐르는 일은 오히려 자연의 섭리일지도 모른다.

일본에서 남자로, 사지 멀쩡한 이성애자로 태어난다. 그렇다면 사회의 만연한 부조리로부터 구십 퍼센트는 벗어날 수 있다.

이 세상은 모르는 것 투성이다. 하지만 계속 어엿한 사람으로 있으려면 모른다는 사실을 밝혀서는 안 된다.

함께 생각해 보고픈 질문 (혹은 출발점)

  1. ‘교차성’이라는 개념에 대해 생각해보며, 나의 정체성에 관해서 생각하고 이야기 해 봅시다. 나는 어떤 면에서 주류에 속하며, 어떤 점에서 비주류에 속한다고 볼 수 있을까요?
    • 참고: “교차성” 개념이란?
    • ‘교차성(intersectionality)’이란 한 사람의 사회적 정체성에는 젠더, 인종, 성적 지향, 계급, 장애, 연령, 종교 등 다양한 억압이 상호교차적으로 작용하기에 이를 복합적으로 분석해야 한다는 이론이다. (링크)
  2. ‘나와 비슷한 사람’을 찾아나가는 과정에 관해. 그러한 노력을 해본 적이 있나요? 노력 중인가요? 그랬다면, 그 경험을 공유해 줄 수 있나요?
  3. ㅅOO님의 독서 노트에서 남겨주신 질문에 따라, ‘특수한 욕구’에 관한 이야기. 그러한 사람을 본 적이 있는지, 혹은 본인 스스로 그렇게 느끼는 부분이 있는지 나누어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