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날짜와 시간: 2024년 7월 22일 월요일 오후
- 날씨: 비
베니스 일정 중 달리기를 하고서 남긴 노트가 ‘draft’ 상태로 남겨져 있는 걸 조금 전에야 깨닫고 발행일 7월 22일자로 업데이트했다. (링크)
다시 시작한 달리기에 앞서
거의 반 년 넘게 쉬면서 간헐적으로 하던 달리기를 얼마 전부터 다시 조금 더 꾸준히 시작했다. 집 근처에 있는 짐에서 퍼스널 트레이닝을 열 번 정도 받고서, 이 정도면 다시 시작해보아도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던 것.
여전히 고민되는 건 3년 반 넘게 반드시 지켜야 할 강령처럼 믿고 따랐던 ‘매일 달리기’의 원칙. ‘근력 운동 > 휴식 > 유연성 운동 > 휴식 > 달리기 > 휴식’ 사이클을 언제든 어디서든 반복하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이 생각이 유효한 지는 내가 하고 싶은 달리기가 과연 어떤 종류의 것인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본다. 심지어 이 글을 쓰면서도, 마음 한 켠에선 ‘내가 하고 싶은 달리기는 매일 달리기를 할 수 있는 그런 달리기’라는 생각이 맴도는 게 사실이니까.
그런 달리기는, 때로는 나만이 달리기라고 생각할 만한 달리기일 수도 있다. 몸으로서의 달리기만이 아니라 마음으로서의 달리기라는 – 그렇기에 명상과 이어질 수 밖에 없는 – 것이라는 말. 바로 그런 달리기를 말하는 거랄까.
비밀스러운 기쁨
그 사이, 잡지 《좋은생각》에서 ‘여름철 빗속 달리기’에 대해 짧은 에세이 기고를 요청받아 정말 짧은 글을 하나 싣게 되었다. 글의 제목은 “여름의 비밀스러운 기쁨”.
올해로 창간 32주년을 맞은 이 잡지에 글을 쓰게 된 건 개인적으로는 그 어느 곳에 글을 쓴 것보다 기쁜 일이다. 아주 어렸을 적, 그러니까 수십년 전에 막연히 ‘언젠가 저기에도 글을 한 번은 싣고 싶다’ 생각만 했던 잡지의 연락을 받고 글을 쓰게 되다니. 평소 기고하는 한국어 미술 잡지나 영문 매체와는 독자층도 매체의 성격도 너무 다르지만, 그래서 더욱 기쁠 따름이다.
이 기쁨에 대해 말하자면, 함께 사는 가족 중에는 누구도 공감해줄 수 있는 사람이 없어 글쓰기를 일로 삼는 친구에게 전화를 해서 참새처럼 짹짹이며 기쁨에 대한 공감을 요구할 정도였다. 알고보니 전화를 받아 준 친구는 이미 《좋은생각》에 두어 번 가량 기고를 했다. 깔깔깔 웃으며, ‘네가 지금까지 만나본 적 없는 독자들에게 네 글이 전해질 것’이라는 이야기를 해 주었다.
빗속으로부터
그래서, 7월 22일 월요일의 달리기는 무엇이었나. 오전 4시쯤 일어나 이른 오후까지 죽 집중해서 산출물을 내는 ‘일’을 하고, 배우자와 짧게 시간을 보낸 뒤 폭우가 쏟아지는 밖으로 판초우의를 뒤집어 쓰고 달려나가는 그런 달리기였다. 그야말로 여름의 비밀스러운 기쁨을 누릴 수 있는 그런 달리기. 머리통을 두드리는 빗방울 소리에 스스로를 내던질 수 있는 달리기. 잠시 모든 걸 잊을 수 있는 달리기. 긴장하지 않으면 다치기 쉽지만, 무리하지 않을 정도로만 보폭을 줄이고 천천히 뛰면 더 기쁜 달리기. 생각보다 체력 소모가 큰 달리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