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버 이미지는 “마흔의 저주”를 상기해준 친구네 강아지.
매일 스트레칭에 힘쓰고 있다. ‘힘쓴다’고 쓰는 게 맞나 싶지만, 우선 일어나 몸을 풀고 잠들기 전에도 짧게나마 스트레칭을 하려 노력 중이다. 유튜브 검색 결과의 도움을 받고 있는데, “필라테스”와 “물리치료”을 조합해 찾은 결과물 덕분이다.
신체적인 컨디션이 그렇게 좋다는 말을 하기는 어렵다. 몸이 무겁다고는 할 수 없지만, 아주 가볍지도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오늘(2024년 1월 20일 토요일)은 몸이 아플 때나 일어나던 ‘사건’이 벌어졌다. 극심한 피로에 아주 긴 낮잠을 잔 것. 동료와의 약속 시간인 오후 다섯 시에 겨우 나가서 동갑내기 친구에게 들은 말은, “이제 나이가 들어서 그런 거예요. 그걸 알아야 해.”
몸 상태에 대한 지금의 추측은, 쉼 없이 돌던 물레가 정돈되지 않은 상태로 돌아가는 상태라는 것이다. 달리기를 멈춘 뒤 일어난 일련의 상태 변화를 보면 그렇다. 극한의 추위에도 어떻게든 밖에서 뛰어보았던 겨울 달리기 대신 새해 맞이를 고열 및 구토와 함께 했고, 제대로 인지하고 있지 못던 부상을 더 날카롭게 인식 중이다. 이렇게 쓰고 보니 이 모든 상황에 대해 아쉽다거나 억울하다고 생각하는 듯 하다. 그리고 이건… 부상을 맞이해 읽는 중인 [달리기와 부상의 비밀, 발]에서 반복해서 등장하는 내용이다. 발 전문의 조 앨리스Joe Ellis와 달리기 컬럼니스트 조 헨더슨Joe Henderson이 쓴 이 책은 다양한 발 부상에 대한 임상 사례집이자 부상을 인정하기 어려워 하는 사람들을 위한 무시무시한 경고 모음집이다.
조는 자신의 문제가 족저근막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마침 똑같은 부상 때문에 나에게 치료를 받고 완치된 달리기 동료에게 내 얘기를 듣고 찾아왔다고 했다.
그는 나의 치료에 별로 기대하지 않는 눈치였다. 다만 달리기 생활이 끝났다는 것을 인정하기는 싫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치료를 받아보기로 결정한 것 같았다.
– 181쪽 “풀리지 않는 조의 문제” 중에서
테이핑이 효과가 없었다는 사실은 많은 것을 말해 준다. 때때로 효과가 없는 치료는 효과가 있는 치료만큼 많은 사실을 알려준다. 테이핑이 통증을 완화시키지 못했기 때문에 지지용 보장구도 이 단계에서는 효과가 없다는 것을 알아냈다.
– 183쪽
나는 앤(Ann)을 ‘질주자’라고 불렀다. 왜냐하면 그녀는 매일 뛰었기 때문이다. 1주일에 7일을 훈련했고 1년에 365일을 훈련했다. 달리기는 그녀에게 열정이 아니고 강박이었다.
– 194쪽 “‘계속 질주’는 위험할 수 있다” 중에서
드디어 앤은 예전처럼 달리게 되었다. 그러나 그녀는 과감히 질주를 포기했고 지금은 이따금 휴식을 취한다. 감기가 걸렸을 때도 달리지 않고 쉬었다.
– 196쪽
나의 마지막 충고는 “그동안 못한 달리기를 절대로 보충하려 하지 마라. 당신이 한두 번 못 뛰었다고 해서 어떤 심각한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가 경험한 것처럼 너무 많이 뛰었을 때 오히려 심각한 일이 일어날 수 있다.” 였다.
– 199쪽, “버트의 문제, 스트레칭을 하기에는 너무 ‘바쁘다’” 중에서 (임의로 강조)
불행하게도 일부 주자들은 아킬레스건의 문제를 겉잡을 수 없게 만들어놓는다. 그리고 어떤 이유에선지 이런 사람들은 대게 남자들이다.
– 200쪽, “스스로의 한계를 넘은 건” 중에서
비행기 안의 동료 승객들은 내가 무릎에 얼음찜질하는 것을 측은하게 바라보았다. “사고를 당하셨어요?”라고 그들은 물었다. 약간 당황해 하면서 외상이 아닌 달리기 부상이라고 말하자, 그들의 동정어린 표정이 사라졌다.
– 234쪽, “회복으로 가는 길” 중에서 (임의로 강조)
300여 페이지 가량의 책이라 두 번에 나눠서 다 읽었는데, 인상 깊은 내용이라 태그를 붙여 둔 페이지들을 자꾸 다시 들춰보고 있다. 아마도 당분간은 그래야 할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