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2024년 1월 11일) 저녁, 동료와 만나 회의를 한 뒤 뜻하지 않게 ‘달리기 전도사’가 된 나 자신을 발견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에서 한 정거장 일찍 내려 ‘티라노사우루스같은 모습으로 앞발(팔)을 가슴 앞에 놓고서라도 종종 뛰어보라’는 말을 아주 열정적으로 했던 거다.
동료와 각자 집으로 돌아가기 전엔 알라딘 중고서점에 들러 달리기 책을 두 권 사기도 했다. [이것이 진짜 마라톤이다]라는 마라톤 참가 준비 서적과 [달리기와 부상의 비밀, 발]. 달리기를 쉬는 동안, 달리기에 관한 책이라도 열심히 읽어 보겠다는 마음에서 냉큼 구매했다.
금요일(2024년 1월 12일)엔 아기와 공동 양육자, 조카와 함께 수원에 1박 2일 여행을 왔다. 여행을 떠나기 전부터 조카와는 ‘호텔 피트니스 공간에서 아침 운동을 하자’고 계획을 하고서 운동복을 챙겨 오기도 했는데, 그와 함께 [달리기와 부상의 비밀, 발]을 가져와 읽기 시작했다.
일행들이 잠든 밤 단숨에 절반 가량을 읽어버린 책의 내용은 나의 ‘매일’ 달리기에 대해 많은 것을 다시 생각하게 해주었다. 다양한 임상 사례로 달리기와 관련한 부상과 회복에 대해 말하는 책에서 너무 많은 부분을 이해하고 공감했는데, 이를테면:
어떤 주자들은 통증을 완전히 부인한다. 사무실을 찾는 주자들 중 많은 사람이 통증 대신 ‘불편함’에 대해 말한다. 정확히 어느 부위가 아프냐고 강하게 물으면 그들은 “아프지 않아요, 그냥 불편할 뿐입니다.” 라고 말한다.
– 33쪽
그 결과 4개월 동안 뛰지 못했고, 1년 이상 그 부위의 통증이 계속되었다.
– 40쪽
이 이야기의 교훈은? 워밍업을 하고 나면 부상 부위에 대한 통증을 별로 느끼지 않는다는 이유로 모든 것이 ‘OK’라고 생각하지 말라는 것이다. 달리기는 종종 우리가 실제보다 덜 부상당했다고 생각하도록 우리를 속이는 버릇이 있다는 뜻이다
300페이지를 조금 넘는 책에서 거의 열 페이지에 한 번은 ‘이건 나를 가리키는 건가?’ 싶은 부분이 등장하니, 왜 이제서야 이 책을 알게 되었나 싶을 따름이다. 결국 ‘매일’이라는 (스스로는 최소한의 틀이라고 생각했던) 틀에 대해 조금 더 유연할 필요가 있었고, 무엇보다 ‘휴식’에 집중했어야 한다는 새삼스런 깨달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한 셈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3년이 넘게 아주 큰 부상은 없었다는 사실이다.
이제 토요일(2024년 1월 13일). 호텔에서 하룻밤을 잘 보내고서 일어난 아침엔 해가 뜰 때까지 기다렸다가 조카와 함께 운동 기구가 있는 곳으로 가 보았다. 30분 가량 시간을 보냈고, 그 중 절반을 스트레칭을 통한 워밍업과 쿨다운에 썼다.
아주 조심스럽게 러닝머신에 올라가보기도 했는데, 아주 느린 속도로 걷기 시작해 시속 8킬로미터까지 속도를 올려 아주 잠깐 뛰어보았다. 그러니까, 2.5주만에 처음으로 의식적으로 달리기를 해 본 것인데, 조금이라도 통증이 느껴진다면 즉시 멈출 요량으로 일종의 ‘시도’를 해 본 셈이다.
러닝머신에 측정된 거리에 따르면, 러닝머신에서 나는 약 1킬로미터를 뛰었다. 달리기 직후엔 몰랐지만, 객실에 돌아오니 왼쪽 발의 염증 부위에서 다시 경미한 통증이 느껴지기도 했다. 우선은 [달리기와 부상의 비밀, 발]을 읽고, 염증을 완전히 해소하기 전까지는 스트레칭과 명상에만 집중해야 한다는 결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