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 보니, 물리치료와 도수치료를 시작한 정형외과의 의사 선생님은 내 발이 ‘살짝’ 평발임을 알려주었다. 발바닥의 아치가 ‘조금 무너졌다’는 건 태어나서 처음 알게 된 사실이었는데, 여기에 대해서 내가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는지 묻자 발바닥 근육을 강화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선고를 받았다. (이에 대해 검색엔진에서 “발코어 스트레칭”을 검색해 그나마 도움이 될 만한 방법이나 도구를 알게 되었다.)
어쨌든, 달리기는 당분간 할 수 없고 해서도 안 된다. 최고의 회복은 휴식에서 오는 것이니까. 그렇다고 해서 운동 혹은 최소한 심박수를 높이거나 (명상과 호흡을 통해) 낮추는 일도 멈출수는 없다. 그래서, 2024년 1월 10일 수요일엔 일을 보러 다니면서 전기모터나 내연기관 엔진이 달린 교통수단 대신 자전거를 타고 움직여 보았다.
그리고, 2024년 1월 11일 목요일엔 버스를 타려다 잠시 그 앞에 있는 공원에서 호흡에 주의를 기울이며 산책을 했다. 그리고는, 파란색 버스 노선 한 정거장 거리를 주의깊게 걸었다. 학창 시절엔 주로 버스를 타고 고가도로를 지나며 내려다 보던 독립문을 산책 중 도보 시점에서 반대편으로부터 올려다 보는 건 매번 신선한 경험이라고 다시 한 번 생각하며 걸음을 옮겨보는 가운데, “독립문 공원”이라고 알았던 공원에는 (이름을 바꿨는지) “안산도시자연공원”이라는 안내판이 서 있다는 걸 개달았다. 그 앞엔 국토해양부 국토지리정보원에서 설치한 “수준점” 표지가 있었고, 경도 126도 57분 28초, 위도 37도 34분 27초에 놓인 수준점의 높이는 해발고도 50미터였다.
독립문에서 서대문 방향을 바라볼 때 눈에 거슬리는 아파트 단지는 오늘도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경희궁’이라는 이름을 넣은 이 아파트 단지에 대해 (그곳에 사는 사람들 역시 나와 같은 시민일 뿐이겠지만) 나는 묘한 반감을 느끼는데, 단지 공사가 진행되기 전 그리고 공사 진행 기간 중 근처를 오가며 느꼈던 갑갑함 때문인 것 같다. 그리고 마침내 단지가 완성된 이후 눈 앞의 시야를 갑갑하게 막아버린 그 모습. 그것이 이 건물에 대한 내 묘한 반감의 이유가 되겠다. 무엇보다, “eXtra Intelligent”를 줄여 만든 “Xi”라는 이름과 그 로고에, 나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어떤 부분이 있는 것 같다.
한편, 독립문 근처에 간 건 아기의 외출 때문이었다. 아기와 엄마를 택시로 목적지에 내려다 주고서 잠시 산책의 기회가 생겼던 것.
그리고선 버스를 타고 시내로 가서 늦은 점심을 먹었는데, 식당 화장실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낙서를 보게 되었다. 4열, 4행으로 이뤄진 검은 점들을 둘러싸고 2018, 2019, 2020 세 숫자가 쓰인 낙서였는데, 아마도… 2017년 언젠가 누가 그려놓은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