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d cardinal bird on tree branch

명상과 달리기, 병원에서

  • 지속하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2024년을 맞이해 인스타그램 계정 @one_day_one_run이 아닌 자체 웹사이트를 “명상과 달리기” 노트 업데이트의 첫 번째 창구로 삼기로 결심했다.
  • “명상과 달리기” 노트를 위한 별도의 ‘카테고리’ 분류 체계는 고민 중이며, 우선은 글의 ‘태그’에 ‘명상과 달리기’를 붙여둔다.

2023년 12월 28일. 정형외과에 가서 발목 MRI를 찍고난 다음 날엔 새벽에 일어나자마자 실내 계단을 스트레칭 도구 삼아 몸을 쭉 펴면서 하루를 시작했다. 스트레칭과 잠깐의 명상은 달리기를 대체하기에 적당한 활동인 것 같았다. 이를테면, 마감을 위해 (전날 밤 아기가 잠들 시간에 맞춰 아주 일찍 잠든 뒤) 오전 2시에 일어났을 때 서서히 정신을 차리면서 하기에 적절했다.

2023년 12월 29일 오전 2시 40

2023년 12월 31일. 하루 전 날 아침엔 평소 하지 않던 30분 간의 스트레칭을 한 탓인지 오금이 조금 늘어났거나 살짝 찢어진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고 생각한 건 착각이었고, 사실은 지독한 독감의 시작이었다). 이제는 10킬로그램이 넘는 아기를 ‘앞보기’로 매고 외출을 하는 것도 일종의 운동이라면 운동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독감의 전조 증상으로 근육통이 다가오는 상태로 추운 날 옷을 얇게 입고선 외출을 했던 것이다.

그리하여, 2023년 12월 31일 저녁부터 2024년 1월 2일 정오 무렵까지, 거의 식음을 전폐한 상태로 크게 앓았다. 체온은 거의 40도에 가까이 올랐고,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알기조차 어려웠다. 체온이 정상 범위로 떨어지고서 정신을 차렸을 즈음에는 2024년을 이미 일 주일은 보낸 듯한 느낌이 들었다.

달리기를 멈추자마자 근래에 겪어본 적 없는 강도로 앓았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지나친 의미부여일 수 있지만, 몇 년간 거의 멈추지 않고 돌아가던 바퀴가 멈추자 거기 연결된 마차, 수레, 혹은 차체가 관성을 이기지 못하고 앞으로 튕겨 나간 상황과 다를 바 없었던 건 아닐까? 그러나 정형외과 의사 선생님 말씀대로, 지금 상황에서 취할 수 있는 최고의 휴식 수단은 휴식 뿐이었다.

독감에서 회복되며 2024년의 시작과 함께 한 두 번째 MRI 촬영. 이번에는 발목 통증이 있는 다리의 무릎을 찍었고, 이번에는 무릎 연골에 물이 좀 차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다행인 건 발목이든 무릎이든 뼈나 연골에 ‘손상’이 있는 상태는 아니라는 점이다. 다만 반복된 사용으로 인해 염증이나 물이 찼고, 이는 갑작스런 외부 충격이나 부상이 아니라 낮은 강도로 반복되었을 움직임에 따른 것이었다. 역시나, 일차적인 해결책은 해당 부위를 쓰지 않는 쪽이었다. 그러나 몸을 움직이지 않을 도리는 없었고, 눈 쌓인 아침 시간에 아기 이서Ether를 들쳐매고 평창동의 언덕을 운동 삼아 오르기도 했다.

마침내 2024년 1월 9일. 발목과 무릎에 대한 치료를 시작했다. 저주파 자극기(Electro Muscular Stimulation)를 통해 염증 부위를 자극했고, 색다른 종류의 아픔을 느끼며 염증 제거에 가속을 더했다. 검진과 진단, 처방을 해 준 의사분께 일차적으로 염증을 제거한 뒤 ‘매일 달리기’라는 체제를 ‘매일 무언가를 하되 운동 부위를 순환시켜 각 부위에 피로가 누적되는 것을 최소화하는 루틴’에 대한 상담을 받았다. 더 오래 꾸준히 달리기 위해선 이제 ‘매일 달리기’를 그만두어야 할 때가 왔다는 것이 명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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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response to “명상과 달리기, 병원에서”

  1. Jaey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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