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산지석(他山之石). 궁극의 취향! 2023년 1~4월 시즌 두 번째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떠올린 말입니다.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라는 말, 심지어 심너울 작가의 소설 책 제목(>링크<)을 떠올리기도 했으나, 아무래도 ‘타산지석’으로 마무리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는 세상 모든 것으로부터 배움을 얻을 수 있으니까요. 더불어, 마치 좋은 와인은 종종 포도의 생산지와 와이너리의 이름만 보고도 알 수 있듯, 좋은 책 역시 때로는 출판사 이름만 보고 알 수 있다는 사실!
여기서 잠시, 이 책을 출간한 ‘도서출판 기파랑’에 대한 ‘위키백과’ 그리고 ‘나무위키’의 페이지를 잠깐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불만과 민원이 폭주한, 제목을 보고 혹했지만 책을 읽으면서는 끄덕임과 갸우뚱, 헛웃음, 마침내 ‘아차!’ 싶었던 [우동, 건축, 그리고 일본]. 오늘은, 멤버들이 남긴 독서노트의 하이라이트를 먼저 읽고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책 제목만 봤을 땐 정말 기대가 컸다. 개인적으로 국수보다 우동을 좋아하고 일본 건축가 안도 다다오, 구마 겐고를 좋아하며, 역사에 대한 건 논외로 하더라도 일본의 문구, 핸드메이드, 장인 문화를 좋아하기 때문에 이 책에서 과연 난 얼마나 많은 걸 얻을 수 있을까 살짝 설렜었다.
– ㅇOO
안타깝게도 이런 설렘은 책을 읽으면서 와장창 부서지고 말았습니다. 기파랑 출판사는 무슨 생각으로 이 책을 출간한 걸까요? 그리고 아래는 90년대 초 100만 부 이상 팔리며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그리고 이후 표절로 드러난) 전여옥의 책, [일본은 없다]. 전여옥은 1991년부터 1993년까지 약 3년간 KBS 일본 특파원으로 재직했고, 당시 일본은 버블경제 붕괴 직후의 시기를 겪고 있었습니다. 1997년 IMF 외환위기를 앞둔 채 버블이 부풀어 오르던 한국의 독자들에게는 전여옥의 책이 큰 매력으로 다가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대법 “전여옥 ‘일본은 없다’는 표절” – 2012년 5월 18일 경향신문 > 링크 <)
이 책의 한줄 소감은 “싼값에 근성있는 노예를 거느리며 돈벌고 싶은 식민지 노예 근성을 가진자의 글”이라고 평하고 싶다.
– OOㅇ
한 때 미국이라는 나라를 굉장히 동경하고 다녀오기까지 했다. 그때는 막연한 동경심과 배우겠다는 담아오겠다는 커다란 빈 가방만 가지고 갔으니, 모든 행동에 낮춰진 마음가짐이 생겼다.
– OㅇO
‘이렇게 했을 때 동양인이라서 그렇다고 생각하겠지?( 예를 들면 식사시간에 무의식적으로 쩝 소리를 내었다던가, 국적과 상관없는 행위임에도 말이다.) 그래서 나의 동경심이 두려움으로 바뀌어 인생의 큰 선택과 포기를 한 경험이 있다.
책을 보며 불편한점은 사회화가 덜된, 예의없는 사람을 ‘조선인’이라 표현하는 부분은 좀 거슬린다. 덜 성장했다. 미개하다. 예의없는 정도로 표현하면 될것을 ‘조선인’이라 할필요가 굳이 있었는지 의아하다. 그렇게 표현할거면 ‘조선인’만큼 ‘쪽바리’표현도 같이 썼다면 좀더 공감이 갔을텐데, 한국인만 비하 용어를 사용한부분은 불편하다.
– ㅂOO
저자는 왜… 그랬을까요?
그런데 공학하는 입장으로 시선을 확 돌이켜보면, 사실 이런 일본인들의 꼼꼼한 성격이 그들의 발목을 잡을 때가 있는데, 메모리 반도체를 만드는 일이었다. 80년대 메모리 시장을 주름잡던 일본은 고객들을 위해서 한번 사서 오래가는 메모리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였고, 한국은 수명은 짧더라도 개발비용을 적게하고, 기술의 발전 주기를 좀 더 빠르게 하는 방법을 택했다. 뭐 알다시피 현재 반도체 시장에서 일본이 두각을 나타내는 분야는 그다지 많지가 않다. 그리고 편의점 이야기로 돌아가보자면, 그들은 같거나 비슷한 퍼포먼스를 내는데, 인력을 꽤나 많이 사용하고 있었다. 한국에서는 2명이면 될 일을 굳이 4명이서 하고 있었다. 저자의 목욕탕 이야기도 비슷할텐데, 구태여 잘 안 보이는 곳까지 몇 시간을 청소하는 것이 과연 맞는지 하는 의문도 든다. 간단하게 말하면 인력 낭비가 아닌가.
– ㅎOO
“너무 불편한 저자의 취향 이야기”
일본은 언제나 친절하고 장인 정신 뛰어나고 깔끔하지만 그 뒷면 실상은 그렇지 않다. 비효율적인 것도 많고 친절함과 함께 공존하는 가식, 장인 정신이 담겨있지만 트렌드를 거부하는 고집?! 등…물론 반대로 생각하면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좋게 말하면 어느 나라보다 트렌디하고 빠르고 정 많지만 반대로 말하면 브랜드들의 개성이 없고 밀도가 부족하며 사람들은 오지랖이 너무 많다.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장점이 되기도 단점이 되기도 한다.
– OㅇO
한편 또 다른 궁금증이 생기기도 합니다. ‘감도’를 찾는 한국의 많은 서비스, 서비스 기획자들이 일본에 열광한지도 몇 년이 된 것 같습니다. 이것은 또한 왜 그런 것일까요?
일본에서 나름 오랫동안 거주했던 경험이 있고, 나 또한 요리를 업으로 하는 사람이니, 공감이 되는 내용도 많았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절대선의 맛’을 꼭 추구해야하는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 OOㅇ
(중략)
책을 읽으며 공감이 되는 부분도 있었지만, 궁극의 맛을 제공하는 것만이 소비자를 행복하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장기적으로 한 문화권의 f&b scene이 더 다양하고 풍부해지기 위해서는 더 많은 ‘다름’이 등장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OEM 간장’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 식당을 운영하다 보면 누구나 인건비와 함께 재료비를 생각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특별한 우동의 맛을 유지하기 위해 직접 일본 간장 회사와 이야기를 나눈건 필자의 장인 정신이 드러나는 스토리다.
– ㅇOO
삶은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영어와 한국어로 사고하는 삶은 분명 한국어로만 사고하는 삶보다는 풍요로울 것이다.
하지만 한국어가 열등하고 영어가 우월한 사회는 모두가 행복한 사회일 수는 없다.
작가 정체성의 모호함이 만드는 이질감이 나의 불편함을 초래함을 깨닫는 순간, 문득 생각이 들었다.우리는 참 편 가르기를 좋아하는구나.
– OO
이 책을 통해 나는건축사 입장에서 바라보는 일본인이 일하는 방식은 무엇일지 알아볼 수 있었다. 첫째, 일본사람들이 일하는 방식에서 가장 큰 장점은 신뢰였던 것 같다. 비록 저자는 조선인으로서 안좋은 점들을 신랄하게 언급하긴 했지만 한편으로 신뢰를 바탕으로 장사 환경이 조성이 되어 있다는 점은 매우 부러운 점이기도 했다. 아마도 어쩌면 지난 수십년 동안 일본이 부강해질 수 있었던 근본적인 이유가 아니었을까 싶다.
– ㅈOO
“한국vs일본에서 한국+일본이 되어야 할 때”
귀멸의 칼날을 제작한 ‘유포테이블(ufotable)’에 관심이 생겨 기업 조사를 하던 중 작가 모두 자신이 장인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작화의 사소한 디테일까지 신경쓰며 밤샘 작업을 매일같이 이어간다는 사실이었다. 워라벨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현대에 밤샘작업이라니 이러한 장인정신 덕분에 눈호강을 하면서 역시 일본산(made in japan)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 차례의 일본여행을 통해 일본에 대한 인식이 크게 달라졌다
– ㅇOO
“나를 돌아본 이야기”
– OOㅇ
개인적으로 오춘기를 겪고 있다고 생각하는 시기이다. 고등학생 때는 “가고 싶은 대학만 가면 된다”, 대학생 때는 “국가고시에 합격하고 원하는 직장에 입사하면 된다” 와 같은 목표(과연 내가 원하는 목표인지, 사회가 지향하는 목표인지 아직도 의문이지만)가 지표 역할을 해주어 나름의 성취감을 맛볼 수 있었고, 다음 단계에서 목표가 자연스럽게 셋팅되어 늘 그 목표를 이루고자 성실하게 살아왔었다.
(오춘기… 궁금합니다)
나름 성공한 사람일텐데 읽으면서 불편함이 느껴진 포인트가 뭘까. 조선인 조선인하면서 본인은 일본인인냥(책에서 소개한) 행동한다는 점이다. 살아남기 위해 일본인보다 더 일본인이 되어버린, 과거 일제 강점 시절 한국인을 핍박하는, 일본인보다 못된 한국인을 보는 느낌이다.(점장과 직원간의 월급 차이를 둬 점장을 동경하게 만들어야한다는 지점에서는 뜨악하고 말았다)
– OㅅO
어떤 사람인가 하고 찾아보니 더 이상 찾아보지는 않아도 될 것 같다.
(더 보고 싶으신 분이 있다면 https://www.joongang.co.kr/reporter/2306)
책을 읽으며 계속 답답했던 부분은 한국은 부정적으로, 일본은 긍정적으로 표현한 것보다는, 다양한 사람이 모인 어떤 집단을 하나의 모습으로 정의내리려 하는 모습이었다. 어느 정도의 국민성 이라는 것은 존재할 수 있겠지만, 너무 심하게 ‘일본의 가전제품은 오래간다, 조선인은 신뢰가 없고 남 탓을 한다.’ 라며 내가 겪어보니 일본은 이래, 한국은 이래 라고 정의 내리는 것이 굉장히 꼰대스럽고(…) 답답했다. 마치 아주 짙은 안개 속을 지나가는 기분. 그 큰 집단 안에 얼마나 다양한 인간 군상이 존재하는데… 본인이 겪은 대로만 정의하는 모습이 오만해 보이기도 했다.
– ㅈOO
간장의 정의를 찾아봤다. “메주를 소금물에 30~40일 정도담가 우려낸 뒤 그 국물을 떠내어 솥에 붓고 달여서 만든” 액체라고 한다. 그런데 메주는 콩으로 만드는 것이어서 우리나라 간장은 콩으로 만들어져야 한다는 기준이 있나 보다. 어쨌든 거기서 포기하지 않게 일본 업체 측에서 그 백간장이 들어간 와라쿠 레시피의 맛간장을 만들어 공급해주었다는 데서 감탄했다. 포기하지 않고 활로를 찾아내다니 놀라웠다. 어쨌든 일본 현지 가게보다 비싼 간장을 쓰는 이유가 잘할 수 있는 부분만이라도 최선을 다하겠다는 방식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일본인 챕터에서 지역의 작은 사케 업체들이 주력 상품을 생산해내지 않는 시기에는 사케 원료를 생산해 대형 업체에 공급해왔다는 내용이 나와서 그런 주문 생산이 아주 특별한 사례는 아니라는 점도 알 수 있었다.
– ㄱOO
그리고, 함께 생각해볼 거리입니다.
- 저자는…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저자가 일본에서 보는 것/보지 못하는 것)(한국에서 보는 것/보지 못하는 것)
- 개인의 선택(에 의한 취향)과 구조적 변화의 관계는? 그런 점에서 내가(우리가) 서 있는 지점은 어디쯤일까…? 많은 것을 대체로 개인의 차원으로 환원하는 이 책에 대한 여러분의 의견은…?
- 이 책의 출판사와 필자에 대해 조금만 알아보면, 책에서 드러나는 시각이 (사실은) 한국 사회의 주류(혹은 기득권층)의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조선일보 계열의 출판사에서 책을 저자는 한국을 ‘조선’이라고 짐짓 비하조로 말하지만, 사실 그가 비난하는 많은 것들은 그와 기파랑 출판사가 대변하는 기득권이 만들어낸 (혹은 현상유지 중인 ‘구조’의) 결과이기도 하다.
한편, 같은 논리를 일본의 사회 구조와 문화에 적용할 경우 일본 사회, 경제, 문화에 대해서도 같은 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잠시 책이나 저자에 대한 왈가왈부를 내려 놓고, 한국 사회의 기득권(혹은 주류) 전형적인 감수성에 대해 논의해보자. 2023년 한국에서, ‘중산층’(혹은 그 이상)을 상징하는 기호는 무엇인가? 이것을 어떤 집이나 주거 형태, 어떤 옷이나 외모, 어떤 음식, 어떤 경험으로 환원할 수 있을까?
다소간의 성토를 요하는 책인만큼 잠시 원자 단위로 해체하는 시간을 갖겠습니다만, 오늘 모임에서 이루었으면 하는 바는 폭탄 같았던 이 책을 반면교사로 개인과 사회, 취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는 것입니다. 더불어, 일본이 초장기 불황과 저성장으로 수십년 동안 물가조차 거의 변하지 않고 있는 사이 어느덧 훌쩍 성장해버린 한국에서 (요식업에 종사하고 있는 이 책의 저자 말고, 주로 마케팅 등 소비 관련 분야의 전문가들이) 일본에 열광하는 모습 또한 흥미롭습니다. 이런 부분까지도, 함께 이야기 나눠보았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