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이후 by 데이비드 조슬릿

* 트레바리 모임 “미술아냥” 2022년 10월 2일 모임의 책


우리가 알고 있는 예술은 극적으로 변화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대중적, 비판적 대응은 뒤쳐져 있다. 데이비드 조슬릿은 삽화를 곁들인 이 에세이에서 구글의 시대에 예술과 건축이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지 설명한다.

프린스턴 대학교 출판부의 책 소개 페이지에서 인용 > 링크 <

2017년 5월부터 시작되어 이제 만으로 5년 반을 넘긴 트레바리 클럽 “미술아냥”의 새 시즌 첫 책은 미국의 미술사학자 데이비드 조슬릿이 프린스턴 대학교 출판부를 통해 2012년 10월 28일에 출간한 책, [예술 이후] 입니다. 이 책이 한국에 번역 출간된 날짜는 2022년 4월 10일. 책이 출간되고 한국어 독자들에게 전달될 때까지 약 10년이 걸렸습니다.

교보문고 웹사이트 상의 저자 소개를 인용하면:

미국의 미술사학자이다. 1980년대 보스턴 현대미술관에서 큐레이터로 재직하면서 다수의 전시를 공동 기획하였다. 캘리포니아 대학교 어바인(1995~2003)과 예일대학교(2003~2013)의 시 각연구 박사과정과 미술사학과에서 강의를 했으며, 뉴욕시립대학교 대학원 미술사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Infinite Regress: Marcel Duchamp 1910-1941』(2001), 『American Art Since 1945』(2003), 『Feedback: Television Against Democracy』(2010); (한국어판) 『피드백 노이즈 바이러스』(2016), 『After Art』(2012), 『Heritage and Debt: Art in Globalization』 등을 저술했다. 현재 하버드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교보문고 저자 소개 페이지 (2022년 10월 2일 접속) > 링크 <
Hans Haacke, Shapolsky et al. Manhattan Real Estate Holdings, a Real-Time Social System, as of May 1, 1971. Image courtesy of the artist. © Hans Haacke/Artist Rights Society (ARS).

언제나 그렇듯, ‘얇은 책일 수록 방심하면 안된다’는 교훈을 주는 오늘의 책은 금융 위기 이후 그리고 몇 개의 플랫폼이 디지털 세계를 독식하는 전자-세계화 이후의 예술(과 건축)에 대해 논합니다. 지금, 미술은 무엇이고 미술관(이른바 미술 기관 및 제도)은 무엇인지, 그것이 보다 넓은 차원에서의 ‘이미지 경제’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해 논하는 것인데요.

The Global Art Market (2000-2017) > 링크 <

네 권의 책과 네 번의 모임을 통해 지속적으로 이야기 나누게 될 것이지만, 미술에 대해 ‘와~ 아름다운 그림이 여기 있구나~’라는 식으로 접근하는 건 이제 불가능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나는 그저 아름다운 걸 보고 싶을 뿐인데 왜 날 괴롭히는 거야!’라고 절규해도 소용 없습니다. 우리를 둘러싼 세상이 우리가 이른바 ‘아름답다’고 규정되는 것을 멍하니 바라볼 수 없도록 변해버렸기 때문이죠. (물론, 이렇게 변해버린 세상에서도 아름다운 그림 찾기를 계속할 수 있습니다. 조선시대에 만들어졌던 아름다운 백자를 21세기에도 전력을 다해 만들고 있는 사람들이 있고, 그것을 감상하는 사람이 있듯이 말입니다.)

‘그럼 (현대) 미술을 ‘삐딱하게’ 보는 건가요?’라는 질문도 떠오를 법 합니다만, 딱히 ‘삐딱하게’ 뭔가를 바라보려는 건 아닙니다. 우리는 외려 ‘더 자세히 보기’에 더 가까운 활동을 해보려는 것이니까요. 미술을 더 자세히 보려면 절대적인 대상/심상으로서 우리 마음 속에 자리한 미술/작품이라는 것의 전후좌우를 살펴보아야만 하겠지요.

가볍게는 이렇게, 말이죠. “현대미술 설명서: 미술관에서 사진 찍는 법” > 링크 <


첫 번째 날인만큼,

  • 우선 클럽장을 맡은 송고은, 박재용 두 사람이 쓴 발제 노트와 질문을 읽고
  • 간략하게 자기소개도 하고
  • 책 전반에 대한 인상, 감상을 공유한 뒤
  • 시간이 허락한다면 각자의 노트도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송고은의 노트부터 시작합니다.


MoMA 초대 관장 알프레드 바의 미술사 흐름 도식화. 1936년. 그리고… 2012년 “Inventing Abstraction 1910-1925” 전시에서 ‘인터랙티브 맵’으로 만든 관계도 > 링크 <

책의 서두에 예술에 관해 “비공식적 지식” 이라는 주장은 나 역시 과학 수업을 들으며 변론을 펼쳐야 했던 명제라 흥미로웠다. 저자는 예술의 아우라가 사라지고, 아방가르드의 유토피아적 선언이 사라진 1960년 이후의 현대 예술이 지니는 시각적 이미지와 그것이 가지는 힘의 논리에 대한 자신의 관점을 펼친다. 

저자의 주장은 출간 당시 큰 반향을 일으켰던 브루노 라투르(Bruno Latour)의 행위자이론(actor-network theory)에 많은 토대를 두고 있는 듯 보인다. 이 이론은 1936년 알베르토 바의 다이어그램을 아래의 거미줄 같은 연결망으로 표현하게만드는데도 영향을 주었는데, 비인간의 존재들이 가지는 행위(act)와 인간의 활동을 수평적으로 바라보며 우리가 처한 ‘사회’에 새로운 시선을 갖기를 제안한다. 조슬릿은 이를 예술의 이미지와 그 주변부로 옮겨 자신의 논리를 확장시키는 주요한 도구로 사용한다. 그래서 그는 예술을 단순히 화폐적 가치의 개인의 재산이나, 정치적 공공재 그리고 국가의 전통성을 드러내는 민속유물로 간주하기 보다, 아이웨이웨이의 작품(p.149)이 사회의 변혁에 여파를 미친것 처럼 외교적 포트폴리오 그 자체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p.21-22)

그는 제도 비판의 실천이 미술관의 또 다른 소장품이 되어 버린 지금, 어쩌면 우리가 인식하는 것보다 훨씬 거대한 차원의 또 다른 예술적 실천이 일어나고 있음을 주장하며 이는, 이미 디지털 네트워크를 통한 국제 통화(currency)로 국경을 넘나들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의 이런 논리를 한발자국 떨어져 지켜보며 다시 물을 수 있다. 정말 예술이 그렇게 별것 인가?


박재용의 노트

이미지의 경제(Iconomy)에서 동시대 미술, 건축은 무슨 일을 하는가? 개별 작가, 작품이 아니라 유통망을 통해 입소문 나는(buzz) 이미지가 만들어 내는 ‘힘(power)’은 무엇인가? 내가(우리가) 즐기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른바 ‘동시대’ 미술은 어디에 있고,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접하고 감상하며, 어떻게 확산하는가?

9월 첫 주 서울의 몇 몇 동네를 들썩이게 했던 ‘프리즈 위크’ 가운데 가장 생경했던 경험은 갤러리들이 주최한 ‘파티’를 마치 주말 홍대 앞처럼 가득 매운 인파를 뚫고 지나가는 일이었다. 대체 이들은 누구이며, 어디서 온 걸까? 사유의 중간 과정을 생략하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몇 년 전부터 생각해온 ‘라이프스타일로서의 컨템포러리 아트’ 현상이 더 가속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조슬릿의 책 제목이 [예술 이후]인 것은 이 책이 실제로 ‘예술의 시대’가 붕괴되었다는 가정 하에 쓰여졌기 때문이다. (예술 이후 143)

이미지가 세속적 지식…을 구성하는 방법을 증진시키고 조사하기 위한 전위대라는 근대미술의 목적은 그 절박함을 잃어버렸다. 왜냐하면 오늘날의 시각문화 속에서 살아가는 모든 이들은 이미지의 복합적인 소통 능력이 자명한 것이라고 상정하기 때문이다. … 이러한 변화의 주요한 결론은 예술이 이제 이미지의 군집 안에서 주름fold, 분열disruption, 혹은 사건으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143)

최근 인상 깊었던 또 다른 풍경은, 얼마 전 폐막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전시 [히토 슈타이얼: 이미지의 바다] 전시장에서 뜻하지 않게 ‘포토존’이 된 구역에 관객들이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선 모습이었다. 작품을 찍기 위한 스팟이나 작품 앞에서 기념 사진을 찍기 위한 스팟이 아니라 ‘작품을 보는 내 모습을 (남이) 찍어주기 위한’ 스팟이었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렇게 촬영된 이미지는 대체 어떤 해시태그를 통해 확산, 유통되는 것일까? 히토 슈타이얼이 오늘날의 무분별한 이미지 확산-경제에 비판의 각을 세우는 작가임을 생각하면, 역설적이지 않을 수 없다.


질문 읽기 > 자기소개 > 책 전반에 대한 감상 > 각자의 노트


몇 가지 생각할 거리들. 첫 모임이라는 점을 감안하여.

  • 책을 보다가 구글링해본 명사나 문장이 있을까요? 있다면 어떤것이 있나요? 
  • 예술은 당신에게 어떤 형태의 통화(Currency)인가요? 당신이 가진 무엇과 교환할 수 있나요?
  • 내게 (현대/동시대) 미술은 무엇인가요?
    • 미술과 관련하여 어떠한 인상적인 경험이 있나요?
    • 미술은 내게 무엇을 안겨주나요?
    • 미술에 무엇을 바라나요?
  • 누구나 매끈한 이미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지금, 무엇이 ‘미술’이라고 생각하나요?
    • 최근에 업데이트된 아이폰 오에스에서는 이미 많은 이미지 편집 프로그램에서 어느 정도 자동화되어 있던 이미지 외곽선 따오기(이른바 ‘누끼 따기’)를 손가락 놀림 한 번이면 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 미국에선 이미지 생성 AI ‘미드저니’로 만든 이미지가 미술 공모전에서 수상하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 관련 기사 링크 <
  • 네 달 동안의 ‘미술아냥’에서 얻어갔으면 하는 게 있다면…?

독서 노트들

그렇다 우리는 항상 예술이전을 생각해야된다. 왜냐면 예술의 가치는 주식처럼 미래있기보다 과거에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예술이전으로 우리가 자꾸 회기 회상해야되는 이유이다

“나는 보이는것이 아니라 보았던걸 그린다”

에드바드 뭉크의 말이다

예술의 근본적인 가치는 과거의 반성과 재고에 있다

– ㅇOO

작년 한해는 NFT가 큰 화두였다. NFT에 대한 대부분의 관심은 이것

의 금전적 가치에 쏠려있었고, 나 역시 미술시장의 물적 확대 이상의

의미를 두지 않았었다. 하지만 블록체인에 이미지의 소유권을 입혀

유통시키는 포맷 자체가 예술 이후 미학 담론에 중요한 화두가 될 수

도 있음을 이 책을 통해 깨닫게 되었다. 

– ㅇOO

(…)훗, 너란 존재 쉽지 않구나.

하지만, 너의 중심 생각은 조금 알 것 같다. ‘디지털 기술시대 + 세계

화 + 금융자본사회’에 사는 우리는, 이제 ‘동시대 예술’을 바라보는

관점을 과감히 변환시키고 예술 생태계를 새롭게 디자인해야한 것.

맞니?

– ㅇOO

책이 어렵다. 앞부분은 좀 읽겠다 싶었는데 장을 넘기다보니 헉. 해제

를 보아도 마찬가지. 그냥 읽던 부분부터 읽다보니 다시 조금 알아먹

겠다. (…) 키워드를 뽑자면 이미지와 네트워크.

– ㅈOO

이 글이 쓰여진 2012년에는 충분히 조슬릿처럼 무한히 복제가능한 이미지가 예술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했을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코로나 3년을 지나면서 아무리 인터넷이나 네트워크가 발달한다고 해도 인간의 동물적인 특성 때문에 네트워크는 현실을 대체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 ㅇOO

After vs Post

(…)책에서는 After는 뒤늦음이라는 의미와 함께 작품의 여파(작품의 힘)에 방점을, Post는 포스트모던과 같이 이전 시대와 그 양식이 종료되고 변형되지만 작품을 손상시키지 않고 남겨둔다고 한다. 이 의미에 대해서 같이 정리해보고 싶다.

– ㅇOO

이런 종류의 책을 보면, 예술이 우리 삶과 칼날처럼 엄밀하게 맞닿아있는 것이 아니라 온갖 미사여구를 붙이고 억지로 짜맞추어 의미를 부여하는 행위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즉, 헛것을 정밀하게 짜맞추어 ‘예술’과 ‘미학’의 구조물로 만든 것으로 보인다.

– ㅈOO

이책의 내용은 너무 성급하지 않나 싶다. (…)책 중간중간에 녹아 있는 최근 사회적 흐름은 고착화 되지않고 그저 흐름으로 지나갈수도 있음에도 책의 내용은 너무 변화를 확신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 ㅎOO

궁금하다…
그럼 NFT 시장은 향후 성장할 것인가?
…투자 대상 외, 사람들에게 예술은 어떠한 역할을 하는 존재인가?

궁금하다…
현재 예술/미술 작품의 가칭는 누가 어떻게 산정(정량화)하는가?
그렇다면 향후 예술/미술 작품은 누가 어떻게 가치 평가 할 수 있을까?

– ㄱOO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되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주요한 소통이 이뤄지는 현대사회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소위 ‘상위 계급의 문화’ …를 향유하는 것처럼 외부에 보여지고자 하고, 이러한 ‘과시’를 통해 오히려 ‘상위 계급의 문화’라는 개념이 사람들의 인식 속에 더더욱 고착화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 ㄱOO
ㄱOO “부활한 백남준 그리고 예술이후”

“사칙연산 배우는 초딩이 미적분 공부하는 느낌…”

예술의 역할이 무엇인지 여러 생각거리를 던져 줬는데… 책에서 언급하는 ‘포맷’의 힘. 뻔한 주제를 말하더라고, 세상을 살다 보면 숱한 명제와 명언들이 뻔해지는데 그걸 기억에 남게하는 힘.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고 고민하게 만드는 힘. 그것도 아주 짧은 시간에. 그 힘은 포맷에 있었던 것인가…

– ㅇOO

“미술아냥은 ‘~이후’를 좋아하나?”

* 단토와 조슬릿의 ‘이후’ 차이에 대해서 설명한 부분, 공유 부탁해요!

– ㅂOO

더 이상 미술작품이 소비되지 않을까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면 그것은 기우였다고 말하고 싶다. NFT라는 새로운 수단이 등장하면서 오히려 미술 시장이 더 활발해졌다고 생각한다. …지금 시점에서는 NFT를 새로운 시점으로 생각하겠지만 앞으로 더 등장할 예술계의 전환이 기대된다.

– ㅅOO

“네트워크 속에서의 이미지”

책은 예술의 제작에서의 이미지의 유통으로 시선을 옮겨, 그 이미지가 무엇을 표상하는지보다 무엇을 행하는지를 다루고 있다.

– ㅂ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