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고은의 노트)
치기어렸던 시절을 다시 바라본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약간의 쑥스러움, 그럼에도 용감했던 그때를 추억하게되는 일 일것이다. 한국현대미술에 90년대는 그런 시간인 듯하다. 최근 단색화의 열풍에 따라 그 이후는? 누가/ 어떤 작품의 경향이 주도 하게 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할때 단연 ‘신세대 미술’이 떠오른다. X세대 들은 이제 한국 사회의 전반에 새로운 기성이 되었고, 이제 MZ 세대는 그 시절을 레트로로 받아들인다.
당돌하고, 겁었는는 각종 ‘새로움’의 수식이 붙어있던 세대도 이제는 기성과 원로가 되어가는 듯 하다. 하지만 이제 그들의 작품을 단순히 ‘소풍 나온 강아지 새끼’와 같은 가벼움으로 보기보다 한국현대미술의 매우 주요한 미술 운동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들의 작품들은 단색화와 같이 통일된 형식과 매체로 구분하기 어렵다. 그것이 어쩌면 특징일 것이다.
변칙과 실험이 통용되었기 때문이고 그것을 비판하거나 심지어 받아 줄 만한 어떠한 시스템도 등장하기 이전이었기 때문에 척박했지만 동시에 자유로웠던것이 이들의 경향을 하나로 묶을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1987년 제6공화국의 출범부터 1997년 IMF가 터지기 전까지의 시기를 ‘90년대’로 정의할 수 있다면, 미술사의 흐름 역시 국내에서 발생한 큰 역사적 사건의 시기를 반영한다. 87년 2월에는 신세대 소그룹 ‘뮤지엄’이 첫 전시를 개최하며 미술계에 형성된 기존의 질서에 새로운 바람을 불었고, 97년 이후로는 해외유학파 출신의 작가들이 귀국하면서 한국미술이 다른 의식구조와 양상을 갖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제6공화국 출범과 IMF사태로 통칭되는 ‘사회의 변동’이 소그룹 ‘뮤지엄’의 등장과 ‘트렌드의 변화’라는 ‘미술사적 시기’와 일치하는 것은 매우 흥미롭다. 이렇게 미술은 언제난 시대를 반영한다는 것이 증명된다. 미술이 곧 ‘시대의 마음’이자 ‘분위기’라고 볼 수 있는 이유가 여기 있을 것이다. 사회에 사건이 발생하고 그것을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곧 미술의 역할이라면 90년 미술은 이 역할을 충분히 해냈다.
*출처 서울시립미술관 展 신정훈, 정헌이 대담.
(박재용의 노트는 2017년에 frieze에 기고한 [X: 1990년대 한국미술] 리뷰로 갈음합니다. 🥹 https://www.frieze.com/article/x-korean-art-nineties
몇 가지 질문 혹은 생각할 거리
- 당신에게 ‘90년대 미술’과 같은 시기는 언제였나요? 그때를 추억할때 인상에 남을 만한 미술 작품이 있을까요? 혹은 전시를 다룬 이 도록에서 인상적인 작가나 작품, 집단이 있나요?
- 90년대는 좋은 의미에서도, 나쁜 의미에서도 질풍노도와 같은 시기였습니다. ’88 올림픽 이후 이뤄진 첫 민선 대통령 집권이 있었고, 삼풍백화점, 성수대교 붕괴가 일어나는가 하면, 지존파 사건이 벌어졌고, 금융위기, 일본 대중문화 개방이 이뤄지기도 했습니다. 이것은 미술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요?
- 모임을 하는 바로 지금, 전에 없던 일이 한국 미술계(혹은 시장)에 일어나고 있습니다. 2022년은, [X: 1990년대 한국미술]에서 다루는 것 같은 엄청난 전환점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