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cycles parked beside brown wooden fence near a river

궁극의 취향! [소처럼 일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취향… 이라는 것을 키워드로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어보면, 궁극적으로 도달하는 지점은 ‘이곳’에서 ‘나’의 ‘삶’을 어떻게 영위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입니다.

하지만 이 질문은 결코 ‘나’에 관한 것이기만 할 수 없습니다. 좋든 싫든, 나는 ‘지금’ 그리고 ‘여기’라는 시간과 공간 안에서 다양한 외부 조건에 둘러싸인 채 살아가는 한 개인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꽤 오래 전부터 이런 고민을 해 왔습니다. 여기(서울 혹은 한국)에 살면서 어떻게 내 리듬과 방향을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까? 그런데 애초에 나의 리듬과 방향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와 같은 고민이죠.

이건 생각보다 쉽지 않은 질문이고, 그 답을 찾는 것도 꽤나 어려운 질문입니다.

오늘의 책, [소처럼 일하지 않습니다]는 위의 질문들을 염두에 두고 선택한 책입니다. 특정한 시기에 특정한 나라를 특정한 위치에서 경험한 한 개인이 쓴 책을 가지고 어떤 나라의 사회와 문화 전체를 판단한다는 건 어불성설이지만, 그곳에 있지 않은 우리에게 좋은 참조점이 되어줄 거라는 의미에서 선택한 것이지요.

논점을 벗어난 이야기일 수 있지만, 네덜란드계 공기관에서 ‘외국인’으로 근무하는 저의 한 동료는 제가 ‘이런 책이 있다’며 소개하자 ‘검증이 필요하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어쩌면 이 책의 저자가 네덜란드에서도 상대적으로 더 나은 상황에 있는 것일 수도 있고요.

하지만, 책을 통해 바라보고자 하는 점은 그런 방향이 아닙니다. 이 책에 언급된 ‘네덜란드’라는 ‘외부’를 지금 여기의 한국이라는 우리를 바라보기 위한 일종의 ‘요술 거울’ 이라고 생각해봅시다. 거기에 비친 우리의 모습은, 어떤가요?

생각해볼 거리 몇 가지를 품고, 독서노트를 빠르게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 네덜란드의 삶, 마냥 좋기만 할까?
  • 한국에서의 삶,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외국인 친구에게, 한국에서의 삶과 생활을 설명한다면?
  • 우리, 서울/한국에 살지만 서울/한국에 살지 않는 것처럼 살 수 있을까요?
  • 그렇다면, 어떻게 살고 싶은가요? (일과 삶의 밸런스라는 측면, 시간적, 공간적 배분의 측면에서)

대만도 한국처럼 꽤 작은 나라지만 한국의 문화도 꽤 비슷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중국, 일본, 한국… 그런 태도가 사람들을 경쟁 과열에 치닫게 하고 일을 중심으로 살게 하는 문화를 만들지 않은걸까?

…상업으로 성장했기 때문에 어쩌면 그런 효율성이 몸에 베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네덜란드인이 아니더라도, 네덜란드에서 살지 않더라도 그와 비슷하게 내 주변 환경을 만들 수 있을까?

– ㅎOO

“세상에 유토피아는 존재하는가.”

무언가에 대한 서술을 접할 때는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무언가에 대해서 좋은 점들만 나열된다면 더더욱.

…최근 구설수에 올랐던 일명 ‘스웨덴게이트’처럼 우리가 막연하게 살기 좋은 곳이라고 생각했던 곳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무언가를 마주할 수도 있을 터이다. 여러모로 아쉬운 점이 느껴지는 이번 책이었다.

– ㅇOO

“경제성장률 저하는 서비스업 노동생산성이 낮기 때문”
https://m.khan.co.kr/economy/finance/article/202201171434001#c2b

노동생산성 저하는 결국 삶의 질 저하로 이어지고, 나의 취향을 고수하기 어려운 환경을 만든다. 하루 24시간의 큰 비중을 일에 쏟기에 필연적으로 개인의 삶을 풍요롭게 보내고자 하는 심적 여우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 ㅇOO

한편, 위 노트의 제목은 “ESTP들의 나라 네덜란드”. 그래서 찾아봤습니다. 네덜란드인들의 MBTI 평균은!? https://www.16personalities.com/country-profiles/netherlands

네덜란드에서는 사적인 일에서도 최대한 미리 계획해놓아야 한다는 말에 충격… 즉흥적으로 만나지 않다니…
계획해도 틀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고, 예상 밖의 일이 많이 생겨나는 이 세상에 어떻게 계획대로만 움직일 수 있을까? 그리고 내 상황과 기분에 따라서 하고 싶지 않은 상황이 생길 수도 있는데. 이 부분은 모임에서 한 번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

– ㄱOO

“소처럼 일하라고 하지 말아주세요”

새벽같이 옷을 차려입고 회사에 가서 하루종일 일하고 돌아오는 소처럼 일하는 사람들만 열심히 밥값하고 있는 사회 구성원이라고 생각하시는 어머니는 내가 너무 열심히 살지 않는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 …내가 이민자로서 느끼는 미국식 탄력근무제의 실상은 8시간이 체크되는 대신 예전보다 훨씬 더 날카롭게 성과를 평가받고 성과의 결과가 나에게 더 빠르고 무섭게 돌아온다.

…남에게 어떠한 이득을 주고 그것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받고 하는 것, 그것을 기반으로 하는 경영 방식은 극도의 성과주의 기반에서 탄력근무제를 바라보고 있는 나에게 깨달음을 주었다. 가정과 개인 생활 그리고 일에서 유연한 밸런스는 그 세가지 부문 모두를 더 잘 작동하게 한다는 잊고 지냈던 오랜 믿음을 다시금 깨닫게 했다.

– ㄱOO

“나로 일하기”

이 책은 관점을 바꾸어볼 것을 제안한다. 같은 상황이라도 네덜란드와 대만의 관점 차이는 다른 결과를 가져온다. …주 40시간을 지키는 방식부터 놀라웠다. …네덜란드의 정시퇴근 명분은 한국의 그것과는 결이 달랐다. 쉬는 시간은 하루 두 번, 점심시간은 삼십분… 아 이렇게 일하면 정시퇴근 해야한다. 디테일한 부분까지 정의해 둠으로써 얻는 공정의 힘이 정시퇴근의 정당성을 찾아준다. 한국의 주 40시간 규제에 이런 디테일한 조항은 명시되지 않는다. 눈치껏 해야한다.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상호간의 기대간격에서 오는 격차로 결국 선 넘는 사람들을 많이 양성하게 되는… 다시 조직에 악순환 요인으로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 뻔하고…

– OㅇO

“하지만, 한국의 빠름은 놓칠 수 없다.”

어떻게 보면 이렇게 사는 삶이 바람직한 삶이 아닌가란 생각이 들 정도로 여유롭다. 사실 내용을 보면 일을 할 때 나태하게 하는 게 아니다. 서로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겠다는 이유로 포함되던 많은 것들을 하지 않음으로써 가능해진다.

… 다만 이들처럼 이렇게 느긋한 사회를 나는 받아들일 수 있을까? 내가 이렇게 일하려면 남도 이렇게 일해야한다는 전제 조건이 붙는다. …한국형 네덜란드는 어디에 있을까?

– OㅅO

“네덜란드의 실용주의 + 근면성실에 대한 착각”

비교 대상인 대만인의 방식은 벼농사 짓는 동북아시아 문화권의 유사성 때문인지 가깝게 느껴졌다. 덕분에 실용주의의 음영을 조금이라도 더 극단적으로 느낄 수 있어서 재밌었다. 그것은 차갑고 계산적인 태도일 수도, 개인의 생활을 보장하는 합리적인 태도일 수도 있었다.

…능력에 기반하여 대체 불가한 역할이 아닌 협력하고 분업하여 과제를 해결해가는 일이기에 가능해 보이기도 한다. 휴가 스케쥴이 겹치지 않게 방학을 지역별로 순차적으로 나누어 시작한다는 대복은 놀라웠다. 어린이집 방학에 맞추어 부모가 휴가를 내는 한국과 다른 접근이라서…

이렇게 읽다 보니 자연스레 의문은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하는 과제로 모인다. 노동과 사생활의 균형을 유지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 ㄱ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