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제목과 내용에서 ‘취미’를 ‘취향’으로 바꿔 읽어도 무리가 없을 듯한 책, [취미가 무엇입니까?]. 책의 내용은 꽤나 진지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개념사총서’의 ‘일상’편에 속한 꽤나 학술적인 책이기 때문입니다. 책의 저자 문경연이 쓴 논문과 저서 목록을 보면, 우리가 이번에 함께 읽은 책의 방향을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습니다.
- (논문) 일제 말기 국민연극의 기호학적 고찰 – ‘송영’의 ‘연극경연대회’ 참가작을 중심으로 (2009) >링크<
- (논문) 1920~30년대 대중문화와 『신여성』 : 활동사진과 유행가를 중심으로 >링크<
- (논문) 일제 말기 종이연극(紙芝居)의 실연(實演)과 제국의 이벤트 – 조선, 일본, 대만을 중심으로 >링크<
- (책) 한국 근대 극장예술과 취미 담론 >링크<
- (논문) 월경(越境)하는 ‘조선’ – 『관광조선』과 『모던일본 조선판』의 사이에서 >링크<
- (논문) 식민지 근대와‘취미’개념의 형성 >링크<
특히 목록의 마지막에 있는 논문이 재미있습니다. 마치 이번에 우리가 읽은 책의 밑그림 같은 내용입니다.
- 논문분야: 한국 근대사, 문화연구
- 주 제 어: 식민지 근대, 개념, 취미, 테이스트, 취미화(趣味化), 근대 대중문화,
제국-식민, 근대인, 계몽 - 요약문
본고는 한국 근대시기에 문화의 장에서‘개인’이 존재감과 정체성을 구축하는 데 중 요한 기축이 되었던‘취미(趣味)’개념의 형성과정을 고찰하였다. 취미 역시 여타 개 념어들처럼 근대에 새로 만들어진 말로, 개화기에 등장한‘趣味’는 많은 경우 전통 적인 미학 용어인‘치(致)’,‘풍류(風流)’,‘벽(癖)’의 흔적이 남아 있는 개념이었다. 여 기에 개화기의 문명관과 서구 취미론의 영향을 받은 일본의 번역어‘취미(taste)’의 영향을 받으면서 개념이 획정되고 변전되는 역동성을 드러냈다.
1910년대 취미 담론은,‘취미’개념의 분화와 획정이 가치중립적으로 이루어지지 않 았고 취미의 제도화가 식민지 근대의 권력 작동과 직결되었음을 보여 준다.‘취미’ 의 특성상 개인의 신체와 영혼을 섬세하게 재단하는 규율 권력이 될 소지가 많으며, 미시적인 차원에서 개별적 주체를 생산해 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개화기 이후 1920년대까지가‘취미’개념의 정착과 문화의 형성시기였다면, 1930년대에 이르러 취미는 대중문화의 성장과 함께 급속도로 분화되었다. 담론의 차원에서는‘신문화’ 와‘개조’라는 시대정신이 현현되는 방식으로서의 ‘취미성(趣味性)’이 강조되었지만, 현실의 차원에서는 즉흥적이고 감각적인‘오락성’이 대중의 일상과 취미문 화를 장악해 갔다. 한편 대중문화의 영역 외에, 식민지 교육체제와 <수신(修身)> 교 과서 안에서 근대적‘취미’를 향유하는 문화주체가 훈육되는 과정은 식민지 한국인 이 근대적‘개인’으로 구성되어 가는 제도적 맥락을 추적할 수 있게 했다. 식민지 시기 동안 시간이 흐르면서 더욱 강력해진 통치 권력 하에서, 한국의‘취미’개념은 공통의 취미를 공유하는‘집합적 주체’와 사적 일상, 미시적 존재로 함몰해가는‘개인’사이에서 줄타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 본고는 『개념과 소통』(한림대학교 한림과학원) 편집진의 요청에 따라 필자의 박사학위 논 문「한국 근대초기 공연문화의 취미(趣味) 담론 연구」(2008)의 일부 내용을‘취미’개념의 형성 과정을 중심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접수일(2011.6.3), 심사 및 수정(2011.6.21), 게재확정일(2011.6.23)]
책의 내용은, 제 입장에서는 ‘알고 있던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느낌이었습니다. 특히나 주목하게 된 것은 ‘내재적인 발전(?)’이 없을 때, 문화는 어떻게 손쉽게 소비의 대상으로 전락할 수 있는가’였습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제게는 한국 근대화 시기에 ‘취미’와 관련해서 벌어진 많은 일들이 지금 이 순간의 서울, 한국을 생각하게 했습니다.
책에서도 말하듯, 취미란 (혹은 취향이란) 근대적 자아상의 성립과도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에서 근대성과 자아를 이야기 함에 있어서 갑작스러운 조선시대의 종료와 식민지 시기, 뒤이어 일어난 한국 전쟁과 (그로 인한 대대적인 단절), 급격한 현대화와 독재 시기, 경제 발전, 그러다가 찾아온 90년대 말의 외환 위기는 생각하지 않으려 해도 생각하지 아니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오늘은 이런 질문을 품고, 모임을 진행해보려 합니다.
- 잠시 부르디외를 생각해봅시다. 부르디외는 ‘구별짓기’로서의 문화를 이야기합니다. 이러한 생각을 우리 자신의 상황에 적용해본다면? (예를 들어, ‘금요일 저녁 시간에 트레바리 모임에서 독서 토론을 하고 있는 우리들’은 어떻게 ‘구별’되나요?)
- 이번 책에 따르면, 한국에서 ‘취미’라는 것은 (일본 총독부든 20세기 중반의 정권이든 가리지 않고) 국가 차원에서 ‘집단적 심상’을 구축하는데 아주 편리한 도구로 쓰였습니다. 예를 들면 운동회나 대형 박람회 같은 일종의 메가 이벤트, 스펙터클과 같은 것들이지요. 나의 삶을 잠시 돌아봅시다. 그때는 자연스러웠지만, 이 책을 읽고서 새삼스럽게 돌아보고 나니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틀(framework)로서 느껴지는 게 있나요?
- 솔직하게 생각해보기. 나의 사회적, 문화적 ‘위치’는? 나는 나를 어떻게 ‘구별짓기’ 하고 있는지?
독서 노트 인용
저자는 ‘일제강점기’라는 특수성 속에서 근대한국사회에서의 ‘취미’는 일제의 제도적 강권과 식민지 교육 시스템에 의해 도입되었다고 설명하고 있는데, ‘문화’와 ‘취미’라는 수단을 1910년대 무단통치시기에 지식인들 사이에서 탄압을 피하기 위한 정치적 소재로 활용할 수 밖에 없었다는 점을 간과한 채, ‘담론’이라는 보편적 개념으로 이끌어내는 부분은 불편하게 여겨지는 지점이기도 했다. (읽는 내내 동의되지 않는 부분들이 꽤 있어서, ‘확증 편향’이 강화된 것이 아닐까 스스로 의심이 되기도 한다.)
– 김OO
취미가 딱 하나 있다. 바로 트레바리 활동이다.
– ㄱOO
근대성을 토대로 한 삶의 양식으로 인해 노동시간과 비노동시간이 분리되면서 취미가 발화한 흐름은 자크 랑시에르의 [프롤레타이아의 밤]을 생각나게 한다. 노동자들의 밤은 흔히 낮 동안의 노동으로부터 벗어나 잠깐의 휴식과 수면을 취할 수 있는 시간 혹은 다음 날의 노동을 준비하기 위한 재생산의 시간으로 생각된다. 이 시간들 중에서 휴식, 수면, 재생산에 바쳐지지 않는 노동자들의 밤은 무엇인가. …<인문 잡지 한편 5 [일]> 참조
– ㅇOO
“개인적인 하지만 너무나도 사회적인”
– ㅎOO
서구 사회에서 취미 개념이 어떻게 생겨났는지를 살펴보고 일본이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또 어떻게 사용했는지 조선은 어떤 영향을 받고 변화했는지 큰 흐름을 통해 살펴보면 취미를 온전히 개인의 영역으로만 보기에는 너무 사회적인 영역일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어쩌면 내가 바로 위에서 말하는 취미의 역할과 의미를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일지도 모른다.
– ㄱOO
…나야말로 취미와 취향이라는 구분값으로 구성원을 선변한 한 그룹의 구성원이 되어 고상한 현대인이 되어보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취미가 무엇입니까? 오늘 날의 이 질문은 아래처럼 해석할 수 있다.
– ㅇOO
‘당신은 다른 사람과 다른 점이(구분되는 점) 무엇입니까? 직업 외에 당신을 표현하는 단어가 무엇입니까?’
이번 책에서 가장 집중해서 보았던 챕터는 ‘개인 프로필이자 조건이 된 취미’였다.
– ㅇOO
…사람들이 문화 생활을 이전보다 더 활발히 하게 되면서 문화 생활 자체를 굉장히 중시하게 된다.
오늘날 취미는 개인의 정체성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근대 이전의 사람들은 원칙적으로 하늘이나 신의 뜻에 따라서 삶을 살았다. …그러나 지금 개인들은 모두 개인의 욕망으로 산다. …그래서 취미는 현대인의 중요한 정체성의 된다.
– ㅇOO
부르디외는 취미가 계급과 교육의 산물이라고 보았다. …변수적 정의 외에도 심리적인 작용도 있을 것 같다. 문화에 대한 제국주의 시절 영향은 간과하고 싶고 간과해왔던 주제이다. 제국주의 시대의 정치적 통치적 개념의 발현이 마음 아팠다. (종로의 야시도 식민지배자들의 문화적 장치였다니!)
– ㄱOO
“행동을 점검해볼 시기”
– OㅅO
단어가 만들어지고 어떻게 의미부여되느냐에 따라 사회가 다르게 변화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내가 하고 있는 행동이 왜 이렇게 하고 있는지를 가끔은 한 번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내재적으로 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하고 있는 것인지, 남들이 해서 FOMO가 와서 하고 있는 것인지. FOMO가 와서 하는 것이라면, 정말 하는 게 나한테 좋은 것일지를 한 번 더 고민해볼 필요가 있겠다.
공공의 취미?
– ㄱOO
…공공이 향유하고 나눌 수 있는 취미가 있을 수 있을까? 누구나 함께 즐거울 수 있다면 좋을텐데… 그렇게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