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아냥, [벌거벗은 미술관]

진짜가 나타났다!

본문을 시작하기 전에, 잠깐 참고자료:

도슨트가 전성시대를 맞을 때

불확실하게 흘러가는 세상에서 사람들은 빠르고 간편히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를 원한다. 꽤 믿을 만한 사람이 기승전결을 겸비한 이야기꾼이라면, 사람들은 그의 말을 귀 기울여 듣는다. 팟캐스트와 베스트 셀러의 이름인 ‘지대넓얕’에서 시작해 tvN <알쓸신잡>으로 이어진 열풍, JTBC <차이나는 클라스>나 tvN <요즘책방: 책 읽어드립니다> 같은 프로그램이 얻는 지지를 보라. 이제 미술 전시 현장에서도 이런 모습을 자주 마주하게 됐다. 말하자면, 미술 애호가들 사이에서 전시를 만드는 사람(큐레이터)보다 전시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도슨트)이 더 주목받고 있다. 큐레이터가 전시 전반을 지휘하는 사 람이라면, 도슨트는 그 결과물을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역할이다. ‘도슨트계의 유노윤호’라는 언론의 호칭을 얻으며 남다른 시급과 경쟁력을 자랑하는 도슨트도 생겨났다. 마냥 어려운 것 같은 미술도 탁월한 이야기꾼인 인기 도슨트와 함께라면 간단히 이해할 수 있을 듯도 하다. 하지만 미술 작품과 전시가 기승전결을 갖춘 감동적 이야기로 간단히 정리되는 건 어딘가 수상하지 않은가? 위대한 예술이 안겨주는 감동이란 마냥 명쾌하게 설명할 수 없는 것, 당장 이해가 가진 않지만 종종 다시 생각하게 되는 어떤 것에서 비롯한다. 그럼에도 예술의 속성과 상관없이 이 복잡한 세계에서 아리송한 예술을 명쾌한 서사로 정리해주는 전업 도슨트는 당분간 전성기를 이어갈 분위기다. 글|박재용(큐레이터, 통번역가)
– 잡지 <W Korea>에 기고한 글, “2019년, 27개의 결정적 장면” 중에서. https://www.wkorea.com/2019/12/10/27개의-결정적-장면/

미술은 쉽지 않습니다. 왜일까요? 아마 각자가 생각하는 ‘미술’의 범위와 깊이가 다르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고, ‘미술’이라는 딱지를 붙인 것들의 폭 또한 너무나 다양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게다가, 미술에 대해 ‘쉽게 알려준다’고 말하는 길잡이 또한 너무 많은 것이 사실이죠. 그런 길잡이 가운데는 ‘미술을 좋아하다 보니 미술 안내자가 되었어요’라고 말하는, 실력이나 경력보다는 열정과 유명세가 앞서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런데, 여기 진짜가 나타났습니다. 서울대학교에서 고고미술사학과를 졸업한 뒤, UCL에서 미술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존스홉킨스 대학교에서 방문교수를 역임하고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이론과에서 교수로 재직 중인 양정무 필자입니다.

논문 검색 웹사이트인 “DBPIA”에서 검색한 양정무 필자의 논문들을 살펴보면, 그가 르네상스 미술 전공자임을 알 수 있기도 합니다. https://www.dbpia.co.kr/author/authorDetail?ancId=372208 그리고 그런 그가, “우리나라 최고의 미술 안내자”가 되어 [벌거벗은 미술관]으로 대중 앞에 나타났습니다.

2021년 11월, 또 다른 시즌의 첫 모임

11월 6일의 모임은 거의 1년 반 만에 이뤄지는 첫 오프라인 모임입니다. 그리고, 시즌의 첫 모임이기도 합니다. 한 시즌 동안 우리는 각자가 생각하는 미술 – 그리고 현대/동시대 미술/예술의 범위를 살펴보고 맞춰보는 시간을 보낼 것입니다. 여러 멤버들에게는 이 시간이 미술에 대한 인식을 확장하는 기회가 될 것이고, 어렴풋이 알았던 것을 좀 더 뾰족하게 가다듬는 시간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클럽을 함께 진행하고 있는 송고은, 박재용 두 사람은 각자 서울의 동시대 미술계 안에서 역할을 해내고 있고, 이 경험을 바탕으로 여러분에게 동시대 미술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 겁니다.

모임의 흐름

  • 첫 모임이니만큼, 자기 소개와 클럽을 선택한 이유 등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에 비중을 둘 것입니다.
  • 자기소개를 마친 뒤, 클럽장(들)이 쓴 노트를 읽고
  • 책 전반에 대한 인상, 감상을 자유롭게 공유하겠습니다.
  • 그 다음에는 각자 작성한 독서 노트 발췌를 읽으며, 생각을 교환합니다.

오늘의 생각할 거리

모임을 진행하며, 아래 질문들을 염두에 두었으면 합니다.

  • (고은 클럽장의 노트와 관련한 질문) 몸들은 어째서 이렇게 변화된 것일까요? 그리고 이 몸들은 왜 오늘의 미술(Contemporary Art)라고 읽히는 것일까요? 이에 대해서는 <벌거벗은 미술관>269p를 함께 읽어 보도록해요.
  • 내가 생각하는 미술 혹은 동시대 미술이란?
  • 가장 최근에 본 전시는 무엇이었고, 전시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는지?

고은 클럽장의 노트

수전 손택은 『해석에 반대한다』에서 ‘감수성’은 교육 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공감력, 이해력, 지각 능력 모두 개인적 차원이 아닌 사회적 차원에서 결정된 다는 이야기입니다. 정말 그럴까요? 미술관에 말없이 존재하는 누드화와 조각에 대한 평가가 시대에 따라 엇갈리는 것을 보면 좀 수긍이 가기도 합니다.

그것은 한때 완벽한 아름다움으로 칭송 받았지만, 제국주의의 산물로 또 남성중심주의에 대한 증거로 비판 받기도 합니다. 여기서 파스칼 키냐르가 말한 누드(nude)와 벌거벗음(naked)에 대한 구분은 휴머니즘에 대한 또 다른 시대적 감수성을 이야기합니다. 그에게 누드는 전등갓 앞에 선 보여지기 위한 육신인 반면 벌거벗음은 사회의 시선을 제거한 몸 그 자체입니다.

파스칼 키냐르 『옛날에 대하여』
“우리는 어머니의 배속에서 알몸이었다. 우리는 나체이기에 앞서 알몸이었다. 우리가 모방하다가 대체하는 목소리의 명령에 앞서 알몸이었다. 죽음에 앞서 그리고 신의 땅 끝에 있는 서방을 향한 시간의 방랑에 앞서 알몸이었다.”

이렇게 미술의 역사에서는 수많은 도상과 기호들을 반영하는 ‘몸’들이 존재합니다. 이번 책에 등장한 몸의 도상들을 시대 순서로 나열해 본다면 어떤 모습일까? 잠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문득 다윈의 진화론 설명에 종종 등장하는 이런 삽화가 떠오릅니다.

그리고 미술의 역사에서 몸은 또 다른 진화를 거듭합니다.
아름답고 완벽했던 옛날의 몸들,

그리고 오늘(contemporary)의 몸들, 

우리는 도대체 어떤 잘못을 한 것일까요? 
몸들은 어째서 이렇게 변화된 것일까요?
그리고 이 몸들은 왜  오늘의 미술(Contemporary Art)라고 읽히는 것일까요? 
이에 대해서는 <벌거벗은 미술관>269p를 함께 읽어 보도록해요.

재용 클럽장의 노트

오늘의 노트는 너무나 간단합니다. 양정무의 [벌거벗은 미술관]은 나의 미술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제게 이 가벼운 책은 ‘누구에게, 누구와’ 미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에 대한 여러 해답 중 한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르네상스 미술을 전공한 학자에게 서 기대할 수 있는 최대한의 친절함을 볼 수 있었던 것 같지만, 좀 더 ‘컨템포러리한 것’에 대한 이야기와 한국의 맥락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볼 수 없어 아쉬웠지만 말이죠. 이제는 외려 [미술아냥]을 통해 만나는 여러분이 (현대/동시대) 미술에 대해 무엇을 궁금하게 생각하는지, 여러분의 질문을 수집하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독서노트로부터

생각해보면 이 책 외에도 미술사 관련 책들은 항상 신이 나서 읽었던 것 같다. 대체 어떤 부분이 나를 그리 이끌엇던 것인지 급 궁금해져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아마도 미술사를 통해 그 너머 당시 사람들의 생각, 가치관, 사회상 등을 추론해 볼 수 있다는 점이 제일 큰 듯하다.
– 박OO

작품은 작품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고 여겨진다. 빙켈만의 글이 그리스 로마시대의 작품의 아름다움을 돋보이게 한다. 작품에 이러쿵 저러쿵 설명이 적혀 있다면 지저분해 보인다. 이렇게 말로 언급된 것이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고 그 작품을 본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ㅇㅇO

기후 위기와 관련해서 미술의 재료에 변화가 있을까? 그림을 보관하는 데 온도와 습도가 중요하다고 하고
이를 조절하는데 태양광과 풍력으로 만든 에너지가 사용될까?
– ㅈOO

책에서는 ‘왜 초상화 속 인물들은 대체로 근엄하며 무표정인 것일까’에 대한 해석을 인문학적 문화적으로 풀어놨으나 내가 초상화전에서 느낀 것은 좀 달랐다. 생각보다 초상화로 인물을 표현하는 방식은 다채로웟고 그림 속 주인공들의 개성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어 꼭 희노애락이라는 강렬한 감정을 담지 않더라도 각기 미묘하게 다른 표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 Oㅇㅇ

– COㅇ

‘미술은 문명의 표정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한 답을 찾은 것 같다. 가장 생생하게 영욕의 인류사를 담은 미디움이구나.
– COO

“그래서 또 박물관에 간다”
곰브리치 서양미술사 책을 보면…. 텐션이 고조되는 부분이 있는데, 수백년간 같은 기법으로 그림을 그리던 초기 르네상스 시기 화가들이 원근법이라는 것을 처음 발견해 사용하기 시작할 때이다. 곰브리치는… 많은 지면을 할애해 당시 화가들이 느꼈던 희열을 표현하기 위해 애쓴다.
– ㅇOO

…개인적으로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그리스 고전과 서양문명과의 관계가 흥미로웠다.
– 김OO

“역사로 반추하는 컨템포러리”
<미나리> 감독 정이삭은 “영화는 삶에 대한 응답이어야 한다. 그 반대는 성립하지 않는다. (후략)”이라고 답했다.
… 미술은 삶에 대한 응답이고 그 반대는 성립하지 않는다. 미술사는 인류의 테마형 아카이브인 셈이다.
– 김OO

…미술전시기획이 뭔지 모르겠지만, 내가 생각한 이 시대의 화두인 ‘지역의 쇠퇴로 발생하는 유휴공간을 활용하는 행위’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사색하는 공간으로 이번에 파주시 법원읍에서 빈상가 미술전시회 ‘러브레터 투 법원’이라는 전시를 준비중이다.
– COo

“이토록 야박한 도시의, 이토록 너그러운 미술관”
…아무리 미술관의 시초가 제국주의를 전시하기 위함이었다 해도, 오늘날에 이르러 ‘모두에게 너그러이 열린’ 미술관의 존재가 나는 참 미덥고 든든하다.
– 박OO

책을 읽어 나가며 미술과 이를 담고 있는 미술관을 제대로 벗겨야 비로소 그 가치를 제대로 향유할 수 있구나 생각이 들었다.
– 김OO

결국 좋은 모든 건 서울에 있었다며, 유물도 중앙 집권적이라는 생각지 못했던 깨달음으로 마무리되었다.
– KOo

“아름다움은 금물” (영화 [콜럼버스] 추천과 함께)
…(아름다움은) 그렇게 강력한 힘을 가진 만큼 사람을 홀리게 하여 잘못된 미끼를 덥석 물어버리게 만든다.
…이면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 아름다움이란 포장지 안에 있는 그 시각의 헤게모니는 누구에게 있는지… 어떻게 각색해서 보여주고 있는지를.
– ㅅ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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