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 이미지: 돈가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포스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짧은 기사부터 하나 읽고 가겠습니다.
“[맛의기원]풋고추ㆍ된장이 절묘한 한국형 돈가스”(아시아 경제 2016년 1월 28일자) [링크]
입을 것, 먹을 것, 우리 몸을 넣어 경험하는 것. 다른 말로 의-식-주를 함께 살펴보고 있습니다. 반복해서 제기되는 생각 중 하나는, ‘자연스럽게 주어진 것, ‘디폴트’로 처음부터 존재한 것이란 정말이지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말하자면, 별 것 아닌 듯 보이는 것에도 나름의 이유가 존재한다는 것이지요.
오늘 함께 이야기를 나누어 볼 책, [돈가스의 탄생]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아니, 돈가스의 탄생에는 19세기 일본의 ‘메이지 유신(明治維新)’이라는 엄청난 역사적 배경이 존재합니다. 그뿐인가요. 나라 전체를 근대화 하는 동시에 ‘백성’의 몸집을 키워 덩치 큰 서양인들에 대적하기 위해 1,000년이 넘게 이어온 식습관을 ‘위에서 아래로’ 변화시켰습니다. 요리법을 보급하는가 하면, 상징적인 존재인 국왕이 공개 석상에서 고기를 먹게 하는 ‘퍼포먼스’를 연출하기도 했습니다.
역사는 길고, 그 안에서의 인간의 삶은 아주 짧습니다. 그러니, 우리 삶 안에서 당연하게 여기는 많은 것 중 상당수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았거나 전혀 당연하지 않았던 것이기도 할 것입니다.
관점을 조금 바꿔 이야기해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처럼 온통 당연하지 않은 것들이 우리 주변에 가득하니, ‘궁극의 취향!’을 찾는 여정은 흥미로운 연구 주제로 가득합니다.
오늘 모임은 근황 업데이트에서 시작하여 책에 대한 전체적인 인상, 인사이트, 해소되지 않은 의문점 등을 공유하는데서 시작해볼까 합니다.
각자의 독서노트를 읽고 의견 공유와 질문을 교환하기 전 살펴보고 갈 생각 거리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돈가스’와 같이 ‘만들어진 전통’이라 할 수 있는 사례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음식을 예로 생각해보아도 좋고, 다른 분야를 생각해보아도 좋겠습니다.
- 출발지는 한국이 아니지만, 단단히 ‘한국화'(혹은 현지화)가 이뤄진 것들은 무엇이 있나요? 생각을 나눠봅시다.
- ‘전통’이란 무엇일까요. 누군가에게 ‘전통’의 개념을 설명한다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위 생각 거리들과 함께 독서 노트를 함께 살펴보고, 시간을 잘 분배하여 각자의 ‘쩝쩝박사 챌린지’도 나누어봅시다!
취향은 사회가 하나의 브랜드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아닌가 싶다. …어떤 경로에 서있는 것이 궁극의 취향일까? 이렇게 취향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혁신자의 위치인가, 아니면 세상의 취향을 받아들이지 않는 laggard로서의 위치인가. 대중화된 것을 따르지 않는 취향을 가지고 있으면 들어가는 비용이 많다. 1800년대의 영국 대사처럼, 원하는 소고기를 구하기 위해서는 배타고 건너온 소를 찾거나 눈치를 보며 소를 키워야 한다. 내가 가진 취향들은 그를 감내할만큼 의미가 있는가? 아니면 포기하고 적당히 남들의 눈치를 보며 따라가는 취향을 가질 것인가.
– COO
취향 있음과 없음의 스펙트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 수 있을까요?
TV에서 청문회를 진행하는 장면을 보게 되었는데 위에서 언급한 서양요리 싸움과 어딘지 닮아 있었다. 먼지 하나 나올 때까지 서로를 탈탈탈 터는 모습이 그랬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당연한 것이었다. 그 당시 서양요리는 식의 문제이기도 했지만 단순히 먹는 것을 넘어선 정치의 영역이었다. …결과적으로 일본에서는 일본요리도 서양요리도 아닌 무언가가 만들어진다. 이러한 요리를 책에선 ‘양식’이라고 부르며 오늘날에는 하나의 장르가 되었다. 양식의 범주 안에서 일본인들은 단팥빵, 돈가스 등 다양한 J-서양푸드를 창조해낸다.
– KOO
식생활은 소수의 물량 공세로 대격변이 가능한 영역이었다. 그 증거가 바로 [돈가스의 탄생]같다. 다른 예도 있을 것 같다. 땅콩버터의 발명이라든가.
“6, 7년 전까지만 해도 도쿄에서조차 양학을 배우는 서생이 아니면 소를 먹는 자가 없었는데, 요새는 소를 먹지 않으면 사람이 아닌 것처럼 생각하게 되었다.” (p. 57)
…돈가스가 생겨나서 자리잡기까지 수십 년의 세월이 걸렸다. 소고기 전골과 스키야키가 먼저 있었고 그 다음에 돼지고기로! 이 점이 신기하다. 어떤 고기는 먹어도 되고 어떤 고기는 먹을 수 없는지, 식재료에 관한 문화적 터부를 좀 더 알아보고 싶다.
– KOO
근대에 와서 몸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 …’쇠고기’는 ‘문명개화’의 대명사가 된 것은 분명하다. …고기를 먹는 것과 서양요리를 수용하는 과정에 비해 단팥빵의 운명이 조금 순탄해 보인다. … 육식 장려 정책은 신정부의 개화의지로 볼 수 있다면, 단팥빵은 무슨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 oOO
하루 한 끼는 꼭 한식을 먹어야 편한 나는 돈가스의 탄생 시절에 태어났었더라면, 분명 서양요리 비판파였을 것이다. …아무리 외국 음식을 모방한 것이라고 한들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맞추는 건 정말 섬세한 작업일 것 같다. …요리와 요리를 적절한 비율로 섞어 새로운 맛을 탄생시키는 것은 연금술과 비슷한 정도의 놀라움이 아닐까.
– POO
(참고: 민트초코 치킨 소스…)
뻔한 이야기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자연에 대한 감동이 더 커지고 자연스러운 멋의 편안함과 매력도 점점 더 알아가고 있는 중인데 이 책을 읽고나니 차라리 역사를 온몸으로 맞이해 탄생한 부대찌개가 차라리 더 멋진 느낌이 드는 건 왜일가. 멋있어 지려면 거쳐야 하는 행동인 것처럼 마케팅하는 신제품 발펴회처럼 약간의 불편함이 내내 있었다.
이 모든 걸 거쳐 태어난 돈가스를 그래도 나는 가끔은 의식 없이 먹긴 할 것이다. 예전의 마음과는 1도 틀어진 마음으로.
– P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