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 이미지: “For Japan’s Visvim, Old is the New New” (링크)
[궁극의 취향!] 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한 번 새롭게 시작하는 [취향의 자립](구. 취향있냥)(2017~). 2021년 5월 시즌 첫 책은 [아메토라: 일본은 어떻게 아메리칸 스타일을 구현했는가] 입니다. 우선, 책 정보와 갖가지 참고자료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책 정보
W. 데이비드 막스 지음 ;박세진 옮김 ;일러스트레이션: 유 나가바
워크룸프레스, 2020
원서
Ametora: How Japan Saved American Style
W. David Marx
Basic Books, 2015
Preppy 핸드북은 프레피 룩에 대한 못된 농담조로 쓰인 책이었습니다.
“Orem company sells used shoes in Japan”
– 유타주 데저릿 지역 신문의 1997년 11월 14일 기사. (링크)
기사에 따르면, “Starting with just the personal contacts Farley had in Japan, Farley Enterprises now deals with more than 900 Japanese buyers and expects to turn over $5 million in sales this year.”
패션이란?
위키백과의 “패션” 항목에 따르면(2021.5.28 오후 14:57 접속),
패션(Fashion)은 현재의 (끊임없이 변하는) 유행으로 이루어진다. 논리적이거나 추상적인 이유보다는 사소한 취향에 따라서 변한다. 종종 옷이나 모습에 쓰이곤 하지만, 패션의 개념은 음악, 예술, 정치 그리고 심지어는 수학과 프로그래밍 기술의 선택까지도 포함한다. 주로 의복의 유행을 가리켜 쓰이곤 하지만 가구, 공예, 건축, 인테리어, 액세서리등 광범위한 범위에 적용되어 쓰이기도 한다. 패션은 미학과 혁신의 틈에 있는 것이다.
(위 이미지는 박이소의 작품 [자본=창의력] (1986 / 1990))
그렇다면, 패션이야말로 그야말로 취향의 정점에 있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물론, 모두의 패션의 취향의 궁극을 향할 필요는 없습니다. 패션의 모든 순간이 그러해야 할 필요도 없겠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에게 패션이란 “미학과 혁신의 틈”에서 나를 드러낼 수 있는 취향이 궁극이 될 수 있겠지요.
뿐만인가요. 패션은 경제와 사회 변화에 극도로 민감한 분야이기도 합니다. 개인의 경제, 사회적 지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일 것이고요. 이건 우리가 이 사실을 인식하고 있는지와 별개로 변함 없는 사실입니다. 바로 지금, 본인의 자신의 몸에 닿아 있는 의복을 한 번 살펴보세요. 어디에서 어떻게, 왜 구매한 것들인지. 어떤 뿌리를 가지고 있는 것이며,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이시즈를 비롯한 1960년대의 일본인들은 미국 동부 스타일을 수입했지만, 이제 이시즈의 제자들은 자신들이 수정한 버전을 다시 수출한다.” (332)
데이비드 W. 막스가 영어로 쓰고 박세진이 한글로 번역한 이 책, [아메토라](‘아메리칸 트래디셔널’의 일본식 줄임말)는 “사실 미국 동부 캠퍼스의 일반적인 스타일이라기 보다 쉰 살짜리 아저씨의 상상에 기반을 둔”(68) 전후 일본 ‘아이비 스타일’에서부터 21세기에 들어 마침내 미국으로 역수출된 일본 패션을 통해 “문화적 행동이 세대에서 세대로 전수된, 변하지 않는 국가적 특성의 표현이 아님을”(349) 여실히 보여줍니다.
미국에서 만들어지는 일본식 미국옷, Engineered Garments. (2020SS 컬렉션 아이템 이미지)
책에서 패션이란 ‘관습’이자 ‘사고방식’으로 제시됩니다. 어떤 면에서 일본의 ‘아이비’나 ‘헤비듀티’는 마치 하나의 ‘세계관’을 구축하는 것과 같이 교육되고 전수되는 모습이 보이기도 하고요. 무척 다양한 것 같지만, 창조적인 자유를 수반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제공되는 템플릿 자체가 아주 많은 것처럼 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모임을 하기 전 ‘미션’으로 내어드린 ‘일본 잡지 코너 들르기’의 경험에서 어떤 인상을 받으셨을지도 궁금합니다.)
생각하고, 의견 나누었으면 하는 것들
- 의복/패션/옷차림은 나에게 얼마나 중요한가?
- 나는 옷차림으로 상대방을 판단하는가? ‘그렇다’일 경우 왜, 어떤 식으로 판단하는지, ‘아니다’일 경우에는 왜 그런지 생각을 나눠보기.
- 책의 133페이지를 인용하면, “VAN 재킷은 젊은이들에게 소비 세대에 더 들어맞는 패션에 대한 새로운 사고방식을 제공했다.” 2021년의 한국을 생각해보자. 지금 우리에 VAN 재킷에 해당하는 의복, 브랜드, 플랫폼이 있다면 무엇일까?
먼저, 자기소개부터
나누면서 모임을 시작하겠는데요. 트레바리에서 마련해준 템플릿에 따라 자기 소개를 하되, 추가로 자신의 직업이나 소속이 아니라 중요하게 생각하거나 일상에서 반복하는 ‘행동action’을 통해 스스로를 규정해 소개해봅시다. 예를 들어, “저는 일상을 기록하는 사람입니다.” “저는 매일 명상을 하는 사람입니다.”와 같이.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책 전반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멤버 각각의 독후감(저는 ‘독서노트’라는 표현을 선호합니다)에 대하여 코멘트 하는 시간을 갖도록 합시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작성자의 이름은 익명화하여 기재하였습니다.)
독서노트로부터
각자 작성한 독서노트를 소리내어 읽으며, 스스로 생각했던 바를 공유하고 – 궁금하거나 더 듣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자유롭게 코멘트해봅시다.
…그들에 의해 만들어진 브랜드, 잡지에 의해 일본인들은 교화되었다. …왕들과 그들이 쌓은 각각의 성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변하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하지만, 그것들의 합인 문화-제국은 몰락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이 그토록 동경하고 닮고자 했던 미국의 전통적인 복식 – 아메리칸 트래디셔널을 아메토라로 승화시켰다.
– OOㅅ
취향을 결정하는 요소들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뻔한 얘기지만 각 년대 별 특정한 사회적 배경에서 사람들이 관심 갖고 바라보는 어떤 보편적인 가치가 유행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소가 아닐까 한다. 하지만 여기서 개개인의 작용에 대해서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VAN이 미국 아이비 양식에 대한 모방이라 하면 우라 하라주쿠케이는 일본 본토에서 출발하여 세계적으로 퍼져나가는 양식이다. …결국 취향의 진보성에 대한 질문인 것 같다.
…“시간과 사회적 문화적 현황에 따라 변화해가는 유행에 의해서 형성된 개개인의 취향은 어디까지 개인의 것인가”이다.
…취향에서 “갑”과 “을”의 관계도 같이 형성되지 않을까…
– OHO
현재를 사는 사람에게 역사는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이 책이 더 재밌었던 이유다. …헤비듀티라던지 LVC같은 것들도 일본 문화에서 확장된 것일 줄이야.
…단지 이 모든 티셔츠들이 유니클로에 모여 있다는 점이 새삼 이 책을 읽고 다시 놀라워지는 것이다. 왜 미국 대학교 이름들이 그 많은 스웻셔츠에 인쇄되어 있는지도…
[아메토라]와 함께 5월을 보내고 있는 책은 [사피언스]. 인간만이 누릴 수 있는 시간으로 쌓아올린 문화와 관념으로서 행동하는 객체라는 점에 인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좋은 계기가 되었는데…
– ㅂOO
‘취향있냥’부터 ‘취향의 자립’을 거쳐 ‘궁극의 취향!’까지를 생각해보면, 마치 아이비 패션의 변천사를 보는 것 같다. 취향을 찾아보겠다는 마음으로 남들은 어떻게 사는가를 지켜보다가, 고인물이 되어 클럽에 참여하고 있다. 취향에 대해 잘 아는 것 마냥 모임을 참석한다. 참 아이러니한 부분이 아닌가 싶다.
…대세를 따라간다는 것은 참 어렵다… 이 상황에서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려는 사람도,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변화하는 모습도 있다. 이 변화의 흐름을 어디에서 느끼고 있는가? 50년대 이후의 일본처럼 잡지, 영화 등의 오피니언 리더에 의해 따라가고 있는가?
…궁극의 취향. 어찌보면 취향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진정한 궁극의 취향이 아닐까. 내가 하고 싶은 것들도 남들도 하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 OSO
사실 옷 잘 아는 형들이 밴자켓, 밴자켓 하는게 무슨 말인지 잘 몰랐다. …[아메토라]는 이렇듯 내가 굳이 파헤쳐보지 않았던 일본 남성복의 역사를 ‘이런 이야기가 있는 줄은 몰랐지?’라 말하며 정말 재미있게 전달하는 만담꾼같았다.
…단순히 눈에 예뻐보여서, TPO에 따라 필요하기 때문에 소비하는 패션보다는 ‘문화로서 향유하는 패션’에 이 책을 통해 한 걸음 더 다가서지 않았을까?
– ㅈOO
…어영부영 인턴이 끝났고 그때 그 브랜드들은 내 옷장 속 티셔츠 쪼가리가 되었지, 유효한 관심 대상은 아니었다. …그렇게 살다가 읽게 된 [아메토라]는 좀 진부하게 표현하자면 인생의 부메랑같았다. “너 그때 일본 패션 쥐뿔도 모르면서 좋아한다고 했잖아. 이번에 한 번 제대로 공부해봐라.”라는 무언의 메시지 같다고 해야 하나.
[아메토라]를 읽으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오리지널리티’였다. 일본 패션은 라이프스타일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어떤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열망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에 오리지널리티의 부재 상태에서 시작하게 된다. …즉, 아이비룩은 가장 미국적인 것을 꿈꿨지만 미국의 것이라고 할 수 없는 무엇인가가 되어버린 것이다. 오리지널리티에 대한 병적인 집착이 오리지널리티의 의미를 흐리게 만들고, 근원을 넘어선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런 역사가 현재의 일본 패션을 대변한다고 생각한다. …오리지널리티를 전복시키는 과정이 일본 패션 역사의 시작점이었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양상으로 일본 패션신이 펼쳐질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하고 추측해본다. 이미 오리지널리티는 허상이라는 것을 한 번 확인했기에, ‘이것이 진짜 ~룩이다’라는 명제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었을 것이다. 불문율같은 진리가 딱히 없었기에 수많은 진짜들이 난무할 수 있게 된다.
– KOO
시간이 허락한다면
함께 생각해볼 거리에 집중에 논의를 이어나간 뒤, 다음 번 책에 대한 아이디어까지 공유해보도록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