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re is art?
(송고은의 노트로부터 시작합니다.)
나는, 우리는 어떻게 기억될까?
그 당시 세상은 뭔가 서두르는 분위기였다. 불가능의 영역이었던 달에 인간이 착륙한 사건부터가 그 시작이었다. 이제 인간은 신의 진주 위에 고무 발자국을 남기고, 걸어 다니니 말이다. 그 시절, 처음으로 시간이 발리 간다고 느껴서인지도 모른다. 아무튼 어느 때는 그냥 손을 들어 멈추라고 소리 지르고 싶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뭘 멈추라는 거지? 아마도 나이드는 것 말이다. (141p)
예술은 어쩌면 기억을 만들어 내는 일이라고 생각될 때가 있습니다. 패티가 쓴 로버트와의 시절을 읽다보면, 그 시간을 어쩌면 그렇게 세밀하게 그려내고 있는지 감탄스러울 때가 많았어요. 그러나 그녀가 그 시간들과 연결시킨 음악과 시, 사진과 그림의 목록을 읊어 나갈 때면 그 시대의 잔해가 당시 예술작품 안에 생생히 살아있다는 것을 의심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 작품들은 오늘 그 때의 기억을 다시 이곳에 만들어 냅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는 되도록이면 그 시대와 이들의 모습에 너무 빠지지 않으려 노력했습니다. 정수리 끝쪽에 메달린 어떤 끈이 현실에서 너무 벗어나려는 걸 붙잡고 있는 듯 했습니다. 이건 제가 종종 평일 낮 오후 2시 작가의 작업실에서 그들의 작품을 보며 이야기를 나눌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습니다. 저는 스스로 깨닫기에도 충분히 비현실적인 것들 위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식의 조율과 저항이 저에게 오히려 건강한 것으로 느껴집니다. 그럼에도 패티 스미스와 로버트 메이플소프 그리고 그 주변의 모습들은 읽는 내내 저에게 ‘새로운 소음’을 만들어 냈던것 같아요.
아무것도 아니었던 시절 JUST KIDS
그 이후,
패티 스미스가 그를 ‘로버트’롤 불러 주었지만 그가 정말 ‘로버트 메이플소프’가 되게 한 단 한명의 인물을 떠올린다면, 바로 큐레이터이자 컬렉터 였던 샘 웨그스태프 일 것입니다. 그는 엄청난 유산을 물려받은 상속자였고 메이플소프와 사랑에 빠졌습니다.
로버트는 샘을 만난 이후에 우리가 알고 있는 수 많은 문제작들을 쏟아냅니다. 사실 그의 작품을 더 유명하게 한건 ‘이게 예술인가?’ 라고 되묻는 성난 사람들 덕분이기도 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이것은 예술일까요?
로버트는 관음증이 아니었다. 그는 항상 자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주제를 선호했고, 그러다 보니 사도 마조히즘에 관련된 작품들을 찍었다.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도 아니고, 그 행위가 좀 더 사회적으로 인정받게 하겠다는 사명감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는 그것이 당연히 받아들여져야할 부분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고, 모두가 자기 같기를 바라지도 않았다. (302)
(박재용의 노트)
메이플소프는 20세기 후반 전 세계의 비평가와 예술가들에게 가장 호평 받은 사진작가 중 한 사람이자, 사회적 논쟁과 예술의 검열에 대한 담론을 생산하는 등 끊임없이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시대적 아이콘이었다.
…
인물과 사물의 가장 완벽한 순간, 피사체의 본질을 정확히 꿰뚫으며 정교한 질서와 서정적 서사성으로 펼쳐 보인 메이플소프의 흑백사진들은 관람객으로 하여금 독특한 시각 언어로 결합된 작가의 독자적인 사진 미학을 체험하게 하고, 나아가 카메라를 통해 재현된 다양한 시각적 경험을 중심으로 메이플소프라는 문제적 텍스트를 재고찰하도록 이끈다.
2021년 2월 21일부터 3월 28일까지 서울과 부산의 국제갤러리에서 진행되는 로버트 메이플소프의 전시 보도자료에서 인용한 문구들입니다.
왜 그런 사진들을 찍게 되었는지 물었을 때 그는 누군가는 해야 했고, 그게 자기였을 뿐이라 답했다. 그에게는 합의하에 이뤄지는 극단적인 섹스 장면을 촬영할 수 있는 특권이 주어졌고, 그건 모델들이 그를 신뢰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의 의도는 폭로가 아니라 섹슈얼리티를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데 있었고, 그 이외엔 누구도 시도한 적이 없는 일이었다. 예술가로서 로버트를 가장 흥분시키는 일은 어느 누구도 생각지 못한 창조적인 작업을 하는 일이었다. (308)
[저스트 키즈]를 읽으며 머릿속을 멤도는 생각은, 우리 모두 시대의 산물임을 부정할 수 없다는 점, 어떠한 창작물이 ‘예술이 되기로’ 결심하는 순간을 어떻게 감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 또는 누가 어떻게 어떤 것을 ‘예술’로 합의하는가에 대한 부분 등입니다. 마치 지금보다 좀 더 자유로웠을 것 같고 뭔가 더 많은 에너지가 넘쳤을 것 같은 (경험해보지도 못한) 과거에 대한 노스탤지어를 잠시 느끼다가, 정신을 차리고서는 이런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그렇다면 지금 여기에서의 예술이라 할 만한 것은 무엇일지, 또한 그것은 어떤 형식이어야 할까요?
요즘 좀 더 알아가보고 싶은 생 시몽(1675-1755)의 예술에 대한 시각을 생각해봅니다. 이른바 ‘다른 세상의 가능성’을 엿보게 해주는 것으로서의 (아방가르드) 예술이라는 생각입니다.
질문 혹은 생각할 거리
- 여러분은 이 책을 읽으며 그 시대에 얼마나 빠져 들 수 있었나요 (혹은 없었나요)? (또한, 그 이유는…?)
- 개인적인 추억이 있는 작품, 특정한 기억과 연관된 예술 작품이 있나요?
- 예술이 예술이 되는 (예술로 인정받는?) 순간, 예술가가 예술가가 되는 (혹은 예술가로 승인되는?) 순간은 언제일까요? (로버트 메이플 소프의 경우, 패티 스미스의 경우는?)
독서노트로부터 짧은 인용
“백아와 종자기”
예술가란 어떤 존재일까?
힘든 시기에도 놓지 않는 그 열정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무엇보다 이 열정과 용기의 바탕이 되는 “자신의 작업에 대한 확신”은 어떻게 가능한 걸까?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생각이다.
– ㅅOO
두 명 분의 입장권을 살 수 없어 연인을 들여보내고 자신은 휘트니 미술관 바깥에서 담배를 피웠다던 젊은 날의 메이플소프는 천문학적으로 벌어들인 돈을 미처 다 써보지도 못한 채로 죽었고, 바로 그 휘트니 미술관에서 장례식을 치렀다.
– ㅂOO
“도시의 문화는 어떻게 부흥하나”
19세기말 오스트리아 빈은 새로운 사상과 개념의 실험실이자 다양한 분야의 재능있는 인물들의 집결지였다. 빈은 미술가, 저술가, 사상가와 과학자 사이에 지속적인 상호작용이 이루어지던 곳이었다. 그래서 그곳에서 수많은 문화적 유산이 탄생할 수 있었다.
…다양성이 용인되는 곳은 어김없이 문화/예술/지식/과학이 꽃 피웠던 것 같다. 패티스미스와 메이플소프가 활동했던 당시의 뉴욕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다양성은 경계가 해체될 때 용인될 수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세상의 경계는 더 짙어지는 것 같이 느껴진다.
– KOO
보통 미술작품이나 혹은 음악을 통해 예술가들을 접하게 되었던 방식과는 다르게, 이번에는 패티스미스의 젊은 날의 기록물인 [저스트 키즈]를 통해 두 예술가들의 작품을 알게 되었다. …그녀가 생각하는 인간과 그에 대한 믿음이 꽤나 강해서 그런지 위험하고 어려운 상황을 잘 해결해나갔다.
– COO
글솜씨가 대단하다는 건 번역으로 보아도 느껴지는 면이 있다.
이전 남자친구를 남창이라고 말하는데 전혀 비난하는 투가 느껴지지 않는다.
[크레이지 호르몬]이란 책을 읽고 [끌림의 과학]이란 책을 다시 찾아 읽고 있다. … 두 책다 성별에 다양한 층위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1. 염색체 수준에 정해진 것이 있고
2. 이에 따라 태내 초반에 성기가 발달하고
3. 아마도 태내 후반에 뇌의 구조가 결정되는 것이 있다고 [ 끌림의 과학]에서 말한다.
4. 태어난 후 문화적 종교적으로 영향을 받는 것이 없지 않아 있을거다.
– OOO
예술이 신비한 것은 보편적인 통념 이상의 것을 포용하기 때문이다. 점점 더 벌어져가는 철로마냥 각기 다른 필드로 나아가는 것에 서운해하지 않고 꾸준히 상대에게 영감을 얻거나 그의 성공에 진심 박수쳐주며 북돋아줄 수 있다는게 감동스러웠다. 그건 그들이 공유하는 게 ‘예술’이기에 가능한 거 같았다.
– BOO
이 책을 읽으며 나는 패티 스미스가 좋아서 견딜 수가 없었다. 이런 현실적 성격 때문에 인간적으로도 그녀가 가까이 느껴졌고 그녀가 겪어낸 젊은 날의 뉴욕에서의 삶도, 그녀가 친구들과 나눈 이야기들도, 그녀와 친구들이 만든 작품들도, 글이 써지지 않아서 프랑스의 낯선 마을을 정처없이 배회하는 그녀의 모습도 너무나 좋았다.
– KOO
사실 제일 마음에 남았던 부분은 성적 지향과 관계없이 서로의 일과 삶을 북돋는 둘의 진심어린 우정에 대하여 패티의 내내 나긋나긋하면서도 명징한 문장들로 엿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 Oㅈ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