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 이미지 출처는: “A WORK OF ART: Charles Saatchi looks far younger than his 73 years in shock new pictures” [링크])
찰스 사치(Charles Saatchi, 1943년 6월 9일 ~ )는 이라크 유대인 출신의 영국의 기업인으로 광고 재벌이자 새로운 현대 미술을 보여주는 미술관 사치 갤러리의 소유자로 재산은 1억 2000만 파운드로 영국에서 438위이다.
1943년 이라크 바그다드 출생으로 1947년 박해를 피해 영국 런던으로 이주했다. 당시 사치는 런던 북부의 대학을 다녔고 엘비스 프레슬리, 척 베리, 리틀 리처드 등의 미국 팝문화에 심취해 동경했다고 한다.
1970년 동생 모리스 사치와 함께 광고 회사 사치 앤드 사치를 설립하고 1985년까지 세계 최대의 광고 회사로 키워냈으나 1995년 축출당하자 새로운 광고 회사 M 앤드 C 사치를 설립했다.
현대 미술을 광적으로 수집하고 있으며 1985년 사치 갤러리를 설립하고 자신이 수집한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는데 이 미술관은 혁신적이고 파격적인 미술 작품을 전시하기로 유명하다. 첫 번째 부인인 도리스 록하트(1973년 ~ 1990년)는 미니멀리즘 분야의 미술과 디자인 기자로 유명하며 두 번째 부인인 케이 하르텐슈타인(1990년 ~ 2001년)도 역시 미술 잡지 기자였다.
– 위키백과 “찰스 사치” 항목 (링크)
영문 위키백과에는 한글 페이지에는 없는 내용도 있습니다. 예컨대 사치 & 사치가 1979년 마가렛 대처의 보수당 선거 캠페인 슬로건, “Labour isn’t working”(노동당은 일하지 않는다 / 노동당은 고장났다)의 창조자였달지, yBa를 통해 알려지기 전까지 사치의 미술 취향은 미국 미니멀리즘 쪽이었다는 사실 등이죠.
2009년에는 영국 BBC 2 채널에서 “School of Saatchi”라는 프로그램이 방영되기도 했습니다. (다음 링크에서 당시 방영된 영상의 클립을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bbc.co.uk/programmes/p005jzhz
그런가 하면, “Saatchi Art”(책에도 간략히 언급되어 있죠) 유튜브 채널은 미술품 투자 가이드 동영상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참, 사치 갤러리는 부동산 개발 회사인 Cardogan Estate의 관리 하에 운영이 되다가, 2019년부터 비영리 단체로 전환하여 운영 중입니다. (2003년 즈음에는 이 미술 공간을 런던시 혹은 영국 정부에 기부한다는 이야기가 오간적도 있죠.)
(아래는, 송고은의 노트)
1. 찰스 사치
“당신은 때때로 당신 이외의 그 어떤 사람에게도 가치가 없는 작품을 사야 할 때가 있다는 겁니다. 왜냐하면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당신이 그 작품을 좋아하기 때문이고 그것의 가치를 믿기 때문이죠” 27-28p
음… 그의 이런 감상적인 말에 깜빡 넘어갈 뻔 했지만, 이어지는 질문; 왜 폴록을 좋아하는가?라는 말에 그는 자신만의 이유보다는 MoMA 부터 구겐하임으로 이어지는 폴록의 긴 소장품 리스트를 제시한다.(29p)
작품을 소유하고자 할때 우리는 이런 논리와 감상의 지점을 수 없이오갈 것이다. 이때 발생되는 사유의 어떤 운동성은 당신 옆에서 떠드는 저명한 미술비평가나 갤러리스트 혹은 큐레이터의 말을 가뿐히 흘려들을 수 있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만들 어 줄 것이다. 이런 믿음도 없이 전혀 쓸모없는(non-functional) 현대미술 작품에 단 한푼이라도 쓴다는 건 그 순간부터 자신의 어리석음을 스스로 증명하는 일 밖엔 되지 않을 것이다.
사치 역시 마찬가지 였을 것이다. 나는 그가 런던 외곽의 창고형 전시장에서 만난 작품을 완전히 간파했다기 보다 그가 믿는 ‘가치’들에 대해 그저 자신의 재화를 기꺼이 베팅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는 운이 좋게도 똑똑하고 신중한(하지만 다소 비겁한)이들 사이에서 아주 명쾌하게 자신의 존재를 드러냈다.
“모름지기 열정이란 혼돈과 가까이 있는데, 수집가의 열정은 기억의 혼돈에 가까이 있다.”(발터 벤야민)
하나의 물건을 소유하는 것을 넘어 ‘수집’한다는 것은 그 대상을 깊이 알고 싶다는 의미 이상일 것이다. 수집은 그것들을 단순히 곁에 두는 것에 대한 즐거움을 넘어 지속적이고 매우 흥미진진한 거대 이벤트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은 흔히 미술작품 투자와는 전혀 다른 방향성을 지닌다. 사치는 이 책에서 당신이 팔아치운 ‘작품들을 계속 소장했다면 수억달러는 넘었을거’라는 저자의 질문에 아쉬워하기 보다는 또 다른 ‘새로운 작품을 지난 25년간 자랑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고 말한다.(178p) 그가 스스로를 ‘아트 홀릭’이라고 표현하듯 수집가에게는 수억달러의 이익 보다 분명 더 중요하고 큰 즐거움이 있다는 말일 것이다.(이에 대해 그는 ‘나는 주로 자랑하기 위해 작품을 삽니다’(231p)라고 매우 솔직하게 그의 취향을 드러낸다) 그 즐거움의 실체가 무엇이든 그것은 분명 합리성만을 쫒는 지루한 세계에서 우리 중 소수만이 선택하고 추구할 수 있는 또 다른 경지라는 점에서 충분히 존중받을 수 있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뒤이어, 박재용의 노트)
[나, 찰스 사치, 아트홀릭]. 이 책 영문판의 부제는 “questions from journalists and readers”입니다.
어떤 면에서 이 책은 찰스 사치가 자신에 대한 내러티브를 구축하는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인터뷰라는, 현장감을 안겨주는 형식을 띠고 있지만 결국은 편집과 수정을 거친 내용이기도 하니까요.
이 책을 읽은 [미술아냥] 이번 시즌 멤버들이 각자의 독서노트에 붙인 제목이 흥미로웠습니다.
* 우리도 작은 사치가 되어보자
* 아트와 컬렉팅, 컬렉팅과 아트
* 나, 찰스 사치, 아트홀릭-찰스 사치
* 우문현답 vs 현문우답
* 어이없는 질문에서도 얻어 가는 것
* 찰스 사치
* 찰스 사치, 아트홀릭 적성 검사?
* 예술을 사랑하는 방식이 다른 게 죄는 아니잖아.
* 백종원과 찰스 사치의 답변
* 발견된 자와 발견되지 못한자
* 찰스 사치 by 아트 홀릭
* 너, 찰스 사치, 수퍼 양아치
* 까면깔수록 정말 이상한데 정말 매력적인 찰스사치
책의 중간중간, 사치의 ‘취향’을 드러내는 섹션들이 배치된 것도 흥미롭습니다. 이를테면 마치 인터뷰 중 ‘쉬어가는 시간’처럼 그가 좋아하는 음악, 영화 등을 길게 나열하는 부분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죠.
찰스 사치에게 미술이란 무엇일까요? 적어도 그에게 있어 ‘아트 컬렉터’라는 것은 자신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중요한 일부인 듯 보입니다.
그렇다면, 컬렉터로 살아간다는 것은 대체 어떤 의미일까요? 찰스 사치는 성공한 사업가이기도 하지만, 명망 있는(?) 아트 컬렉터이기도 합니다. (‘명망’의 정의에 대한 이야기는 접어두고서라도 말입니다.) 미술을 사랑한다는 것, 미술을 애호한다는 것이 일종의 라이프스타일 혹은 삶의 태도라고 할 때, 그것은 대체 어떤 것일까요.
몇 가지 질문
-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질문과 답변은 무엇이었나요?
- 좋아한다는것과 소유하고싶다는 것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당신에게 10억이 있다면 현대미술작품을 사고 싶은가요? 그렇다면 무엇을 사고 싶은지, 그렇지 않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 미술에 대한 애정은 내 삶에서 어떤 모습으로 발현되고 있나요? 나의 생활, 나의 생각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치고, 드러나고 있나요?
독서노트 발췌
(…)사치는 매일 끊임없이 생산되는 수많은 작품을 직접 살피고, 자신의 안목을 바탕으로 주저 없이 작품의 가치를 평가하며, 과거가 아닌 동시대의 뛰어난 작가를 적극적으로 후원함으로써 생산되는 수많은 작품을 직접 살피고, 자신의 안목을 바탕으로 주저없이 작품의 가치를 평가하며, 과거가 아닌 동시대의 뛰어난 작가를 적극적으로 후원함으로써 현대미술의 발전을 지원하고 있다. (…)많은 비평가와 언론에서 지적하는 바와 같이 그가 미술계에 보다 건전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수집 방향을 모색할 수는 있겠지만, 그의 인터뷰를 통해 짐작건대 그는 그럴 생각도 없거니와 앞서 말했듯 그럴 의무도 없다.
– COO
솔직히 시장에서든 개인적 차원에서든 아트 컬렉팅이란건 순도 100프로의 작품에 대한 심미안과 예술적 갈망이 아닌, 어느 정도의 계급주의적 갈망과 이익 취득에 대한 본능적 발동이 섞여있지 않을까? 저만 쓰레기인가요?
– 김OO
만약 나에게 돈이 있다면 예술작품을 살까? 부동산을 살까? 부동산을 여럿 사도고 넘칠 만큼 돈이 있다면 예술작품을 살 수 있을 것 같다. 지금은 그 흔한 작가 굿즈도 큰 맘먹고 산다.
(…)어쨌든 사치는 예술작가, 특히 신진작가가 온전히 자신의 작업을 할 수 있는 금전적 혜택을 준 것에는 명백하다.(…)우리나에서도 보조금 의존도를 넘어서 이런 순수한(?) 아트 컬렉터가 생겨서 예술가가 자립할 수 있다면 너무 좋은 환경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 아트컬렉터로는 대기업 사모님들 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 ㄱOO
미술 ‘시장’에 어떤 player가 있는지 이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어떻게 작품이 각광받는지를 이책을 읽고나서야 처음으로 진지하게 생각해봤다.
미술’시장’vs미술’전시’
case 1. 시장(특히 딜러와 콜렉터 사이)에서 힙해진 작가가 전시도 성공하여 대중에게 더 인기를 얻고 그것은
다시 시장에서 값어치를
상승시킨다.
Case2. 감상자(사치와 같은 콜렉터 포함)가 작가를 발굴하여 전시가 인기리에 치뤄진 후 시장에 진입하여 몸값을 만든 다음에 이로 유명해진 작가는 계속 전시와 시장에서 승승장구한다.
– BOO
어떤 질문들과 답변은 정말 의미있었고, 새로운 시각을 제공해준다는 데서 인상 깊었으나 왜 반복적으로 이런 무의미하고 쌩뚱맞은 질문들이 등장하는 지 궁금했다. 책을 반 정도 읽고 나니 내 나름대로 의미 없어 보이는 질문들의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 예술계에 대한, 콜렉팅에 대한 인터뷰 내용만 있었다면 우리는 사치가 어떤 사람인지 전혀 알 수 없었을 것이다.
– COO
사치는 젊고 유망한 작가들을 적극적으로 후원하고 그들의 작품을 구입했지만, 한편으로 젋고 알려지지 않은 작가들의 작품을 한 번에 사들이고 그의 갤러리에 전시하면서 명성을 키운 뒤, 다시 가차 없이 팔아버려 수십 배의 이윤을 남기는 투자 방식으로 악명이 높다고 한다. 사치의 안목이 좋은 것도 있겠지만 결국은 그의 영향력과 마케팅 능력을 이용하여 미술계를 돈놀이 하는 데에 이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킬 만하다는 것에 나도 동의한다.
– ㅇOO
현대 예술을 팽창하는 다면체로 상상하자면, 사치는 돈의 움직임에 밀접히 닿은 현대 예술이 가진 상품성을 괘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것 같다. 대부분의 사람이 현대 예술을 왜 어려워하는지 간파하고 잇고, 명료한 캐치프레이즈 같은 메시지를 가진 작품을 골라 어떻게 그 사람들에게 보여야 하는지를 전략적으로 꽤 뚫고 있다. 소위 예술의 순수성과 상업성을 반으로 가르지 않고 자신이 끌리는 미적 기준에 따라 움직이는 대담함에 대단하다 싶다가도, 미술 시장에서 자신의 위치가 가지는 사회적 영향력의 종착지가 파국으로 치달아도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없다는 매정함에 진짜 대단한 놈이다 싶다.
– POO
…사치는 진정 회화 자체가 주는 즐거움이 이 모든 예술 사업에 기반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보다 순수한? 생각을 기저에 깔고 있는 듯도 하다.
– SOO
건강, 전통, 컨템포러리 퀴진 조리법 등 미식의 문법으로 백종원 음식에 동의하기를 꺼리는 (또는 전적으로 비판하는) 질문들에 대하여, ‘(내 입엔) 맛있쥬~’라고 말하는 순간, ‘(요리하는 나는) 너무나 즐겁쥬~’라는 표정으로 설탕을 부어넣는 순간 그 질문들은 길을 잃어버렸죠.
– COO
현대사회는 개인에게 참 많은 능력을 요구하는 피곤한 사회다. 좋은 작가가 되려면 아카이빙 능력, 문서화 능력, 글쓰기와 편집 능력도 있어야 하고, 웹페이지도 잘 만들고 관리해야 한다. 셀프 브랜딩도 잘해야 하고, 인스타그램 피드도 잘 관리해야 한다. 팔로잉 수와 팔로워수의 권력과 긴장감을 잘 유지해야 한다. …. 마지막으로 작업도 잘 해야 한다. 휴…! 문제는 이렇게 열심히 살아도 주목받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것이다.
– ㄱOO
…문제는 규모가 커졌을 경우다. 사치 본인처럼. 그의 명성과 재력이 불러온 엄청난 영향력은 사회적으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차라리 모두가 찰스 사치같이 냉정하고 확실한 주관과 미술에 대한 애정이 있었다면 문제 없었을지 모르지만, 그의 영향력에 쉽사리 휩쓸리게 되는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면 최근 엘론 머스크의 주식과 코인 시장이 떠오른다.
– ㅅOO
그는 그냥 ‘아트홀릭’이 아니라, 얄밉도록 유능한 기획자이자 냉철한 딜러였다. (…) 이쯤 되면, 사치가 양아치처럼 보인다. 자신의 영향력을 태연스레 ‘모르는 체’하며 시치미를 떼는 염치없는 양아치. 하지만 또 한편으로, ‘과연 그가 미술자본주의 시장의 양아치기만 할까’라는 반문에 ‘그렇다’고 단언하긴 힘들다.
– ㅂOO
자신이 산 작품의 가치가 사회적으로 지불했던 것에 비해 가치가 훨씬 못미치는 것으로 밝혀지면 어떤 기분이 들 것 같으시냐는 질문에, 아무도 가지려 하지 않는 작품을 가치있게 여기는 자신의 느낌 또한 동등하게 만족스러울 수 있는데, 그 이유는 그 가치를 혼자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남과 다르다는 사실이 좋다는 대답이 솔직히 왜인지 신선했습니다.
– ㅊ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