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의 자립, [프레임]

여러분, 놀라운 이야기 하나 해드릴까요.

2017년 5월에 ‘취향있냥’이라는 이름으로 책읽기 클럽을 시작했을 때, 우리가 오늘과 같은 이야기를 나누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답니다.

클럽을 처음 만들었을 때, ‘아름답지만 미술/예술은 아닌 것’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클럽이 되었으면 했고, 그렇다면 디자인이나 건축과 같은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는 클럽이 되려나? 라고 생각했습니다.
글을 쓰면서, 2017년 5월부터 4개월 동안 무슨 책을 읽었나 살펴보니 다음과 같습니다.

2021년. 놀랍게도, ‘취향’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한 지 어느덧 4년 째가 되었는데요. 이야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생각을 함께 공유하면 할 수록 드는 반복해서 떠오르는 단어, 생각은 결국 ‘자기’와 ‘세계’에 관한 것입니다.

나는 누구인가. 혹은 나는 ‘어떤’ 사람인가. 그리고 이런 나를 둘러싼 세계는 대체 어떤 꼴을 띠고 있는가? 바꿔 말하면, 나는 어떤 세계관, 어떤 ‘프레임’으로 세상을 바라보는가? 와 같은 질문입니다.

그런데, ‘주목 경제attention economy’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위와 같은 질문을 던져볼 시간은 충분치 않은 듯 합니다. 이런 질문을 던져보려 해도, 휴대 전화에서 끊임없이 울리는 ‘새 소식’을 확인하느라 그럴 새가 없죠. 무한 스크롤 가능한 새 소식 피드를 확인하다 보면 나 자신을 돌아볼 시간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 듯 합니다.

뿐만인가요. 은연 중에, 우리에게 무언가를 (돈을 받고 파는 것이든 그렇지 아니하든) 알리고자 하는 갖가지 주체들이 각자의 프레임으로 메시지를 던집니다. 대부분은 우리를 모종의 소비자로 간주하며 던지는 메시지라 할 수 있죠.

“나를 바꾸는 심리학의 지혜”라는 부제에서부터 베스트셀러 기운을 풍기는 최인철의 [프레임]은 이런 상황을 헤쳐나가는데 도움이 될 가벼운 나침반을 제공합니다. 책 띠지를 장식한 “30만 독자가 선택한 스테디셀러”라는 표현의 행간에는 ’30만 명이 생각하기에도 그렇게 이해하기 어렵지 않고 이럭저럭 읽을만하다’는 사실이 스며들어 있기에, 아주 깊이가 있다거나 생각지도 못했던 놀라운 지식을 제공해주는 책은 아니지만요.

여기서 잠시, 2020년 10월부터 2021년 2월까지 우리가 함께 읽은 책들은 무엇이었는지도 한 번 살펴봅시다.

  • 10월: 자기만의 방
  • 12월: 비장소
  • 1월: 매거진 G 1호: 나란 무엇인가?
  • 2월: 프레임

이번 시즌에는 유난히도 ‘나’ 혹은 ‘자기’라는 키워드가 눈에 밟힙니다. 어쩌면, 오랜 시간 일한 회사를 떠나 자기 돌봄에 초점을 맞춘 밑미를 창업한 손하빈 님과 함께 한 시즌을 진행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4개월이 아니라 5개월이 훌쩍 지난 지금, 우리는 ‘취향’이라는 키워드에 대해 무엇을 말할 수 있나요?

‘나’를 전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규정할 수 있게 되었나요?

나를 둘러싼 환경 혹은 조건들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전과 달리) 전개할 수 있게 되었나요?

이런 부분들을 생각하면서, 시즌의 마지막 모임을 진행해보았으면 합니다.

그리고, 아래와 같은 질문들도 함께 생각해봅시다. (사실 이 질문은 인터넷의 여러 자료에서 가져온 ‘나 알기’, ‘남 알기’ 질문들을 섞어 배치한 것이기도 합니다!)

  • 왜 이곳에 (도시 / 동네 등) 사나요?
  • 지금까지 먹은 최고의 음식은?
  • 자신이 하는 일은 어떤 ‘가치’가 있나요?
  • 어떻게 현재의 진로를 결정했나요?
  • 학교에서는 뭘 공부했나요? 그것은 지금의 삶과 어떤 고나련이 있나요?
  • 어떤 게 당신을 가장 당황하게 만드나요?
  • 가장 관심이 많은 사회문제는 무엇인가요?
  • 최근 가장 흥미로웠던 경험은…?

“지혜는 한계를 인정하는 것이다”라는 정의가 와닿았다. 사람들은 얼마나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기 싫어하는지… 물론 나도 포함해서 말이다. 나의 한계를 알고, 인정하고, 넘어설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나의 한계를 ‘아는’ 첫 번째 단계부터 쉽지 않은 것 같다.
– ㄱOO

“내가 원하는 프레임이 있는 곳으로 가자”
…’취향있냥’부터 시작하여 오랜 기간 참여해왔기 때문인지, 비슷한 책을 읽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읽으면서 너무 뻔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건 아닌가란 생각을 했다. 내가 하는 선택들이 결코 나만의 의지는 아니라는 것. 하지만 그것을 벗어나는게 쉽지 않다는 걸 매번 느낀다.
아마 주어진 프레임을 벗어나 사고하려면 의지력이 필요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프레임을 줄 수 있는 환경으로 가는 게 하나의 방법이 아닐까 싶다. ( & ‘클럽하우스’에서의 경험 인용)
– OㅅO

다른 분들은 어떤 프레임을 가지고 생활하시는지, 바꾸고 또 적용해보고 싶은 프레임이 있는지 궁금하다. 또한 취향 역시 어떤 프레임으로 사물/행위를 바라보느냐에 따라 형성되는 것이므로 서로의 취향을 이야기할 때, 각자가 그 사물/행위에 대해 가지고 있는 특별한 프레임이 무엇인지도 엿볼 수 있을 것 같다.
– ㄱOO

현대인의 리빙 포인트: 프레임 바꾸기
“답이 안 나오는 인생을 살고 있다면, 더 나은 답을 찾고 싶다면,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부터 점검해볼 것.” 질문을 고치면 답이 보일 것이다…!
– OㅈO

한편, 다음 시즌의 첫 책은:

“아메리칸 스타일을 향한 일본의 집념, ‘아메토라’ 번역본 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