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dropbox.com/s/kiyvq4t72lzh11j/AntiCatalog.pdf?dl=0
[미술아냥]에 관심을 두고 함께 해주신 여러분이라면, 여행지에 들러 한 번 쯤은 그곳에 있는 미술관 순례를 해보신 적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미술관은 보통 공공과 사립을 가리지 않고 꽤 좋은 위치에 멋진 건물과 함께 자리하고 있죠.
현대미술에 관해 이야기하기 위해 (아쉽게도 온라인에서) 모였지만, 미술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라기보다 그것을 둘러싼 것에 관한 이야기를 먼저 시작해보고자 합니다. 어쩌면, 미술을 둘러싼 것을 살펴보는 일이야 말로 미술 그 자체에 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첫 단계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고은님의 노트로부터 시작해봅니다.)
의례를 위한 무대로서의 미술관
흰 벽, 수직과 수평이 지속적으로 교차되는 건축적 구조, 미술관은 마치 무소유를 주장하는 미니멀리스트의 공간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런 미술관의 외형과는 반대로 이곳은 사실 수 많은 정치적, 사회적 이견과 욕망 그리고 이상이 존재 한다. 저자는 이를 두고 ‘의례를 위한 일종의 무대’로 미술관을 새롭게 바라볼 것을 요구한다. 이 의례는 다양한 구조를 포함하는데 ‘보편적 의례, 시민의 의례, 정치적 의례, 귀족적 의례(개인 컬렉션 기부), 젠더 중심적 의례(현대미술)’ 등으로 나누고 있다.
#미술관이 가장 보편적으로 수행하는 의례.
책에서 미술관은 다음과 같이 소개하며 이 공간이 수행하는 ‘의례’ 그 자체의 경험을 강조한다.
“세계의 질서, 과거와 현재, 그 내부에서의 개인의 위치에 관한 믿음을 공개적으로 재현하는 장소” 31p
“시간이 중지 된 듯한 사원. 자신의 본질과 힘을 직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다는 환상을 품게해주는 문화적 현현. 명상적 상태를 추구하는 무대. 시간 밖으로 나가 새롭고 더 거대한 시간을 획득할 수 있는 장소.” 38-41p
# 새로운 시민, 공중을 위한 의례.(계몽의 드라마)
1793년 프랑스 혁명 정부는 국왕의 미술컬렉션을 국유화하며 선보이는 것으로 새로운 공화제 국가의 탄생을 가장 효과적으로 알렸다.
#정치적 대립을 위한 의례
*이 논의는 1980년대 후반 최초의 미술관의 공중적 의의가 점차 자본주의 상황의 ‘기업체’로 변모되자 하버마스, 로잘린드 크라우스(「포스트모더니즘의 벽 없는 미술관」_구겐하임 미술관 비판), 할 포스터(콤플랙스(2011)_ 디아예술재단 비판) 등을 통해 더 대두 되었다.
“미술관은 예술을 관람할 뿐만 아니라 즐거운 점심식사와 세련된 상품들을 구경할 수 있는 기회를 향유하기 위해 미술관을 찾는 부유한 소비자들을 점차 인정하고자한다.” 151p
#기증을 통한 영원한 귀족지위 획득으로서의 의례
“멜론이 구체적인 역사적 모습으로 나타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 엄숙하고 근엄한 창조하고 형성한 것은 결국 멜론이다. 이 국가적 의례속에 그 의미는 이미 함축되었다.”
#남성의 세계로서의 성 정체성적 의례
“현대미술이 구상을 과감하게 포기하는데 왜 누드화와 매춘부를 그린 그림들이 필요한가? 왜 이 그림들에 그러한 특권과 권위가가 주어지게 되었는가? 어떻게 이 그림들이 현대미술의 고상한 도덕적 의미와 관련된 것인가?” 229p
결국, “미술관의 전시는 그 자체로서 세계를 변화시키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세계를 바꾸어야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공적 공간의 한 형식으로서 미술관은 한 공동체가 전통적인 진리와 가능성들을 시험하고 검토하고 상상력을 통해 새로운 진리와 가능성을 타진하는 장이라 할 수 있다.” 270p
책을 읽으며 남긴 메모 몇 가지를 생각하며:
* 173페이지: 게티 미술관에는 무덤(영묘)가 있다는 사실.
* 130페이지: 사실, 신뢰성이란 미술사를 의미했다.
* 169페이지: 게티미술관은 관람자에게 멋진 시간을 제공해준다.
* 172페이지: 이와 같이 고도로 시각적인 시설들은 계몽과 즐거움을 추구하는 근대적 시민으로서 관람자의 정체성을 인정한다. 비록 거기에 거주하는 국왕/귀족의 존재를 무시하기란 쉽지 않지만 말이다.
* 그리고 251페이지: 나의 행동에 관해 나에게 불안을 느끼게 만든 바로 그 문화의 조건이 그들 역시 불편하게 만든 것이다.
책의 말미, “역자 해제”에는 이 책의 내용을 아주 깔끔히 정리한 부분이 있습니다.
(1) 공공미술관은 의례의 공간이자 환상의 공간이다.
(2) 공공미술관의 핵심적 의례 내용은 근대 부르주아 주도의 국민문화의 형성과정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련이 있다.
(3) 공공미술관의 의례 내용은 계속 진화하고 변화하고 있다. 오늘날 현대의 공공미술관은 소비자본주의와 결탁한 고립된 남성적 자아를 위한 젠더화된 공간이 되고 있다.
이 책이 쓰여지게된 계기가 1970년대 말의 “anti-museum” 프로젝트이고, 책이 발간된 시점은 1990년대 중반이며, 우리가 이 책을 읽고 논의하는 지금은 2021년이라는 점을 생각해봅시다. 그 사이 세상이 아주 많이 바뀌기도 했고, 여전히 바뀌지 않고 있는 부분들도 있습니다.
항상 이 모임에서 던지는 질문이지만: 지금(2021년), 서울(한국)에서, 현대미술은 어디에 어떤 모양으로 자리하고 있나요?
(뒤이어 이번 시즌 파트너인 소현님이 정리해주신 내용)
나에게 “미술관”이란 어떤 장소인지 한 마디로 정의한다면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요? (예: 욕망덩어리의 표본? 아무 목적없이 가는 곳? 끝없는 황홀감을 주는 장소?) (ㅁㅇ, ㅎㅇ, ㅎㄹ님)
미술이 사회적 구분짓기의 도구라는 의견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어떻게 하면 미술이 사회적 구분짓기의 도구에서 (계급문화?) 벗어날 수 있을까요? (예: 명화를 구분지어 보지 말자, 갤러리보다 소규모 전시를 찾아가자, 미술이 회화, 조각이라는 공식에서 벗어나자 등) (ㅈㅎ님
미술관이 현재 사라진 계급인 귀족을 기증자로서 영생하게끔 해준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우리는 미술관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요? (ㅎㅇ님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미술관과, 미술관을 관람하는 우리가 변해야 합니다.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요? (ㅇㅈ님
이 책을 읽고 나서: 능동적인 관람자(소비자?)가 되기 위하여 앞으로 우리가 지녀야 할 태도는 무엇일까요? (문린님
이 책을 읽고 나서 미술관에 대해 바뀐 생각이 있나요? (하예님
이 책에서 나온 서양 미술관들처럼, 정치적 혹은 기타 보이지 않는 의도들이 숨겨진 우리나라의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 우리나라 미술관에 대해서 … (예: 전두환씨가 콕! 찝기 + 88올림픽 과시용 + 문화대통령의 이미지 및 독재에 대한 대중의 시선 돌리기 등의 목적에서 탄생한(?) 과천 현대 미술관) (ㅅㄱ,ㅎㅈ님)
그리고, 함께 생각해볼 질문 거리들
미술관을 어떤 종류의 ‘연기’를 실행하도록하는 하나의 무대이자 ‘의례’로 본다면, 미술관에 갈 때 하게되는 의례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나에게 미술관이란 일종의 ‘성스러운’ 장소로 인식되고 있는지? 내가 생각하는 미술관의 ‘문턱’ 혹은 접근성은?
[미술관이라는 환상]은 서양을 기준으로 미술관이라는 제도가 자리잡은 이면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여기에 대해 어떤 생각이 드는지, 그리고 한국의 경우는 어떻게 생각해볼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