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버 이미지 출처는 “Archaeologies of Place: Places, non-places and supermodernity: on the issues of rooting and uprooting” https://www.brown.edu/Departments/Joukowsky_Institute/courses/archaeologiesofplace/7994.html
코로나19로 한 번 연기, 그리고 두 번째는 온라인에서 진행되는 [취향의 자립] 2020년 10월 시즌 두 번째 책은 마크 오제의 [비장소] 입니다. 1992년에 나온 책이 21세기가 되어서야 번역 출간된 것이 의아할 수 있지만, 사실 오제의 책은 최근 2-3년 사이 세 권이 연달아 번역 출간되었습니다.
2019년에는 [나이 없는 시간: 나이 듦과 자기의 민족지]가 출간되었고 (http://www.yes24.com/Product/Goods/70961533), 2020년에는 [인류학자가 들려주는 일상 속 행복]이 출간되었습니다 (http://www.yes24.com/Product/Goods/89520330).
코로나19로 정부가 “11일간의 멈춤”에 모든 국민이 동참해줄 것을 호소하는 지금, [비장소]를 읽는 것은 그 어느 때보다 시의적절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초근대성supermodernity의 한 양태로 ‘비장소’를 이야기하는 프랑스 인류학자의 저서와 ‘취향’의 ‘자립’은 대체 무슨 관계가 있는 걸까요?
그것은, 오늘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밝혀나가볼 사항인 것 같습니다.
“쇼핑은 우리에게 남아 있는 공적 활동의 마지막 형식이다.”_렘 콜하스
건축가가 참조해야 할 단 하나의 키워드가 있다면 바로 쇼핑이다. 쇼핑이 도시 계획과 건축의 궁극적인 원리가 되었다. 모든 공간에 쇼핑의 영혼이 깃든다. 공항은 쇼핑몰이 된 지 오래고, 학교는 ‘현명한 소비자의 훈육’이라는 모순형용을 모토로 삼는다. 이제 쇼핑은 더 이상 문화적, 사회적 선택 사항이 아니다. 쇼핑은 우리에게 남아 있는 공적 활동의 마지막 형식이라고 콜하스는 선언한다. 이는 쇼핑이 오늘날의 사회적 관계를 구성하고 우리의 삶을 조직하는 궁극의 원리가 되었음을 의미한다. 정크스페이스는 인간 주체를 양육하고 재생산하는 생태 환경을 대신한다. 우리는 쇼핑을 통해서만 도시를 경험한다. 우리는 원근법을 상실한 공간 속에서 행복해지기 위해 쇼핑을 하고 우리의 욕망을 알기 위해 쇼핑한다. 쇼핑은 우리가 무엇을 결여하고 있는지 알려준다. 이 쇼핑을 위해 펼쳐진 공간이 바로 정크스페이스다.
– 렘콜하스, 프레드릭 제임슨의 글을 모은 책 [정크스페이스|미래도시] 소개 페이지에서 인용 http://moonji.com/book/22680/
우선, 오늘 함께 생각해볼 것들.
** 이 책에서 얻은 인사이트에 관해 생각 나눠보기
*** 코로나19로 인해 나의 일과 생활에서 바뀐 것들
**** (1992년의) 마르크 오제가 (2020년의) 한국에 왔다면, 무엇을 ‘장소’ 혹은 ‘비장소’라고 여겼을까?
***** 비장소를 장소로 바꾸기 위한 방법은 무얼까? 이것을 위해, 내가 이미 실행 중인 행동이나 습관이 있을까?
각자의 독서 노트와 오늘을 위해 찾아둔 레퍼런스를 함께 읽으며, 이야기를 나눠봅시다!
…사람들이 예상보다 적극적으로 비장소의 고독(정체성, 관계, 역사성의 소멸)을 메유려는 시도를 하는 것. 이 지점은 오제의 예측이 조금 빗나갔던 지점같다. 만약 이런 흐름이 계속 있다면 비장소로 명명됐던 장소들도 점차 인류학적 장소가 되어가고 이를 설명하기 위한 개념이 새롭게 필요할 것 같다.
– 김OO
쓸모없는 공간에 관하여
나는 쓸모없는 방 하나가, 절대적으로 그리고 일부터 쓸모없는 방 하나가 있는 아파트를 생각해보려 몇 번인가 애쓴 적이 있다. 그것은 광이 아니었을 테고 보조실도, 복도도, 골방도, 구성방도 아니었을 것이다. 기능이 없는 공간인었는지 모른다. 아무짝에도 쓸모없고 그 무엇도 가리키지 않는 곳이었는지 모른다.
노력에도 불구하고, 내게는 이런 생각, 이런 이미지를 끝까지 이어나가는 것이 불가능했다. 내가 보기에, 이 아무것도 아닌 곳, 이 빈 곳을 묘사하기에는 언어 자체가 부적격인 것으로 드러났다. 마치 우리가 가득찬 것, 유용한 것, 기능적인 것에 대해서만 말할 수 있는 것처럼.
– 조르주 페렉, [공간의 종류들]. 김호영 옮김, 문학동네 (2019) 57-58.
책이 나온 지 꽤 된 만큼 책에서 말하는 장소의 개념이 명확하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네트워크의 발달이 90년대를 살아가던 사람의 상상보다 빠른 탓이다. (재용 코멘트 – 책이 원래 출간된 시점은 1992년. 한국어 번역판은 2017년에 출간.)
코로나의 등장은 많은 장소를 비장소로 만들어놓았다. 마음 편히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었던 공간도 타인을 의심해야 하는 공간으로 변모했다. 저자가 말하는 것이 이것이 맞는지는 의심이 가지만, 어떻게 하면 비장소를 장소로 바꿀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다.
– COO
소니 워크맨, 음악을 개인화한 인류 최초의 발걸음
“981년을 기점으로 거짓말처럼 워크맨은 세계를 휩쓸기 시작했다. 전세계는 워크맨 열풍에 휩쌓였고 기존의 모든 판매 기록을 경신한다. 사람들은 걸어다니면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워크맨에 열광했다. 그리고 2006년 3월 카세트테이프식 워크맨이 단종될때까지 약 200종의 워크맨을 내놓고 누계 3억 3천만대를 판매하는 대기록을 세우게 된다.”
– “슬로어답터는 과거에 인기 있었거나 독특한 제품들을 모아 여러분의 집을 꾸밀 수 있도록 도와드리는 코너입니다. 집을 엉망으로 만들어 보세요” http://www.earlyadopter.co.kr/2967
책을 읽으며 비장소가 일종의 안도감과 익숙함을 주는 공간으로 기능하기도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안도감과 익숙함에 푹 빠져 아무 생각 없이 떠돌아다니는 것은 사람을 공허하게 만들 수도 있겠다. 적당히 이를 즐기는 것은 좋다고 생각한다. 비장소들에 머물며 비슷비슷하지만 보장된 퀄리티를 누릴 것을 선택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 같다.
– KㄱO
“느닷없이 일상에 침범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은 초개인화 시대의 도래를 앞당기고 있다. 초개인화가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로 집약된 비대면(언택트) 기술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이준영 상명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최근 열린 웨비나(웹세미나)에서 “(앞으로는) 고객의 생각과 마음, 행동 데이터를 정밀하게 읽어 초개인화 서비스를 펼치는 기업이 포스트코로나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략)
“초개인화의 그늘이 없는 것은 아니다. 과도한 개인정보 수집과 활용을 두고 ‘어디까지가 적정한가’에 대한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초개인화 마케팅 경쟁이 치열해질 경우, 이용자들의 ‘필터 버블(Filter Bubble)’ 현상도 우려된다. 필터 버블이란 고객에게 맞춤형 정보만을 제공해 이들 개개인을 자신의 관심사와 비슷한 환경 속에 가두는 현상을 말한다. 권 연구원은 “고객 데이터에 대한 권리는 데이터 생성 주체가 가져야 한다는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에 대한 존중이 선행돼야 한다”면서 “초개인화는 단기 성과보다는 지속적인 투자와 단계별 성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국민일보 2020년 9월 26일 기사 “나도 모르는 내 취향까지 읽는다… 초개인화, 끝 어딘가”
“지금 내 감정·원하는 것” 딥러닝… 고객 성향 실시간 파악해 서비스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157411&code=11151400
정체성, 역사성, 관계성 세 가지가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장소는 엄밀히 따져보면 나에게 많지 않게 느껴진다. 내가 출근하고 퇴근하며 나를 만들어가기 위해 지나가는 ‘비장소’들에 내 시간의 역사가 더해져 나에게 장소의 연속이 되어간다. … 비장소에 있지만 장소에 있을 수 있고 반대일 수도 있게 되었다. 오제가 말하는 비장소에서 온라인을 통해 장소에 있을 수도 있다.
– 박OO
고독과 유사상은 자본주의의 시대정신일까. 고독과 유사성의 대가로 현대인들은 생활의 편의를 얻지만, 그렇게 획득한 도구적인 편의가 다시 더 많은 효율을 획득하기 위한 더 많은 고독으로 이어지기에 현대인들은 행복의 총량이 증가하는 방향으로 삶을 이끌게 되지 않고, 효율의 기계적인 추구가 목적이 되어버리는 전도된 의미의 비공간에 갇히게 되는 것 같다.
– ㅈOO
이따금씩 우리가 자동적으로 하게 되는 것들
우리가 살고 있는 건물 안에서:
– 이웃을 만나러 가기, 예를 들어 우리에게 공동으로 속한 벽 위에 무엇이 있나 쳐다보기, 집들의 장소적 동질성을 확인하기 혹은 부인하기. 그 동질성을 어떻게 이용하는지 알아보기;
– 누구는 A계단 대신 B계단을 이용한다는 사실, 혹은 우구는 삼층에 사는 반명 누구는 육층까지 올라간다는 사실로부터, 낯설음과 비슷한 무엇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기;
– 건물이라는 환경 내에서 공동생활의 기초들에 대해 상상해보기 (후략)
일반적인 건물들 안에서:
– 그 건물들을 쳐다보기;
– 머리를 들기;
– 건축가 이름, 건설사 이름, 건축일 찾아보기;
– 왜 빈번히 ‘전 층에 가스 공급’이라고 쓰여 있는지 자문하기;
– 새 건물일 경우 전에 무엇이 있었는지 기억해보기;
– 기타 등등.
장소와 비장소를 구분하다가 마음에 꽃힌 말은 다름아닌 ‘어슬렁거리기’였다. 대도시 서울에서 익명의 존재로 어슬렁거릴 수 있는 공간은 얼마나 많은가! 혹은 많았던가! … 코로나19 유행 초기에 두려웠던 점 중에 사소한 한 가지는 확진자가 되어서 행적이 낱낱이 밝혀지는 것이었다. ….일기장이 공개되는 것과 유사한 느낌이다. 어째서 비장소의 여정을 사적이고 비밀스러운 것으로 여겼을까?
– 김OO (파트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