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있냥, [생각을 빼앗긴 세계]

어제, 미술관에서 글쓰기 강연을 했습니다. 미술 글쓰기 수업이었는데요, 강연에 앞서 미리 받아둔 질문 가운데 – 2020년과 2021년을 기록하고 팔로우 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라는 취지의 질문이 있었습니다.

저의 답변은 대략 이랬습니다.

‘알고리즘의 독재’ (말하자면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 리버스엔지니어링을 해서 해독할 수 있을지 모르는 – 노출 알고리즘)가 없는 다른 채널에도 기록을 적극적으로 남기려 한다. 이를테면 개인 웹사이트 (알아차리셨는지 모르지만, 이 웹사이트는 네이버 블로그나 티스토리가 아니라, 굳이 미국에 있는 서버 호스팅 회사에 등록한 웹 서버에 독립된 워드프레스 블로그를 ‘설치’해서 운영 중입니다. 아주 오래 전부터요) 혹은 개인 뉴스레터를 통해서.

World Without Mind by Franklin Foer (Emily Bogle/NPR)

“거대 테크 기업으로 인한 존재론적 위협”이라는 무시무시한 부재를 단 오늘의 책, [생각을 빼앗긴 세계: 거대 테크 기업들은 어떻게 우리의 생각을 조종하는가]는 꽤 명확한 책입니다. 병도 주고, 약도 주는 책이기도 하고요.

이 세 가지 질문을 염두에 두고, 오늘의 모임을 진행해보았으면 합니다.

첫 번째 질문: 책 204페이지 아래와 205페이지로 이어지는 부분을 보면, 읽기 전용(read only) 문화와 읽고쓰기(read-write) 문화에 대한 언급이 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2020년은 어느 쪽에 가깝다고 생각하세요?

두 번째 질문: 책을 보면, 거대 테크 기업을 벗어나는 건 꽤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우리의 취향마저도 은근슬쩍 (반복 노출과 추천 검색 결과 등을 통해) 테크 기업들의 알고리즘을 통해 형성되는 것 같은데요. 이거, 어떻게 할 방법이 없을까요?

세 번째 질문: 반드시 ‘취향’과 연관되는 질문은 아닐지 모릅니다. 이번 책에서 말하는 ‘생각을 빼앗긴 세계’에서 생존하기 위한, 직업인 혹은 개인으로써 살아남기 위한 방법을 생각해보셨나요?


가볍게 지난 한 달의 근황을 공유하고, 오늘은 책의 전반적인 내용에 대해 이야기하기에 앞서 각자의 독서 노트를 발췌한 부분부터 읽고 토론해보았으면 합니다.


“고등학생 때 ‘닥터 후’라는 영국 드라마를 엄청 재미있게 봤었다. …전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이어폰 하나로 나쁜 악당들에게 조종당하고, 신체를 개조당해서 명령을 따르는 기계가 되어 버린다는 이야기다. … 내가 고등학생때니 유선 이어폰을 쓸 때라서, 그 드라마에 나오는 에어팟 같은 기계를 사람들이 다들 하고 다닌다는 드라마의 설정이 비현실적이었다. 그래서 요즘 와서 사람들이 에어팟과 버즈를 엄청 끼고 다녀도 나는 그때의 공포 때문에 (꽤 많이 충격이었다 그 에피소드가) 이어폰을 잘 사용하지 않는다.” – ㅈOO

2077년을 배경으로 한 게임 <사이버펑크 2077>의 발매가 늦어지자, 사람들이 2020년의 현재를 배경으로 이런저런 사진을 찍고는 <사이버펑크 2077>이라는 제목을 붙여 패러디하고 있습니다. 위 사진은 아마 러시아의 어느 도시에서 촬영된 것 같아요.

“책을 읽으면서 무섭다는 생각을 한 건 처음인 것 같다. (중략) 저자가 주장하는 바를 읽으면서 내심 찔리는 부분도 많았다. (후략) 테크 기업들이 우리들의 삶과 무의식에 이미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점, 그들이 게이트키퍼 역할을 하고 있으나 그에 따른 책임과 윤리, 도덕의식은 취약하다는 점 등 그들이 제공하는 기술의 편리성만 바라보다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것들이 많다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 OㅈO

“눈뜨고 코베여도 힙할 수 있는 사회”

“남이 모르는 정보를 아는 것이 하수의 방법이고, 남도 알지만 이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중수다. 내가 만들어낸 정보로 남이 나를 위해 일해준다면 그것이 고수의 길일 것이다. 과거부터 고수들은 하수들이 일하게끔 만들어 본인들의 이익을 챙겨왔다.” (참고: https://adssettings.google.com/authenticated?hl=ko)

“마케터들이 신날 수 밖에 없는 시즌이 이어졌다. (후략) 최근의 사태를 보았을 때 이런 테크기업들의 독주를 막을 수 있는 건 소비자는 아님에 분명하다. (후략) 정보 수집을 쿨하지 못한 것으로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Black Lives Matter가 명분을 얻자 여러 기업들이 따라온 것처럼, 테크 기업의 무서운 행보도 멈출 수 있다. 하지만 그 촉발은 누가 할 수 있을까? 가능할까?” – COO

관련해서 추천하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The Great Hack” (링크)

페이스북에서 수집한 ‘데이터 포인트’를 활용해 미국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정치에 (선거뿐 아니라 심지어 전쟁과 학살에까지) 관여한 케임브리지 아날리티카 사건이 밝혀진 지 이제 2년이 지났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중심을 잡는 일이라고 생각된다. 테크 기술들이 주는 편리함과 순기능들은 이제 더이상 외면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피할 수 없다면 최대한으로 내가 활용하는게 가장 현실적이고 현명한 방법이 아닐까 싶다. 그러면서도 내 자신이 주체가 되어 나만의 색깔을 찾고 주관을 갖는 것, 이게 가장 중요한 부분인 것 같다.” – ㅇㄱ

구글 “필수템” 이미지 검색 결과.

“어쩌면 진짜 위기”

“…특정 사이트의 검색과 게시 알고리듬을 간파하여, 보다 효과 높은 온라인 노출 광고 방법도 개발되어 영업 중이다.”

“사람들이 읽게 하려고 책을 스캔하는 것이 아니에요. AI가 읽게 하려고 스캔하는 겁니다.”(p77). (중략)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긴 이후로 개인이 AI와 대결해서는 이겨낼 재간이 없겠다는 좌절감이 퍼진 것 같다. IT와 업무 관련성이 먼 일을 하는 사람일수록. 4차 산업혁명이 오면 먹고 살 길이 막막해질 직업에 대한 우려가 끊이질 않는다.”

바둑 국가대표 코치인 이영구 9단은 “알파고는 완벽하다. 이세돌 9단과 둘 때는 버그가 조금씩 나오기도 했는데, 오늘 대국은 아름답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고 감탄했다. (“세계 1위’ 커제도 제압한 알파고… “완벽을 넘어 아름답다”)

“포어는 효율성을 추구하며 위축된 출판을, 인간의 사유능력을 낙관한다. 한편으로는 놀랍고 한편으로는 필연이라는 생각이 든다.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인간의 본성이니가. 생각 능력을 놓아버리면 그거야말로 진짜 위기다.” – KOO


오늘의 부록: 거대 테크 기업 사장님들의 꿈은, 사실 시시한 인간의 세계를 벗어나 우주로 벗어나 영생을 누리는 것인지 모릅니다. (사실 그렇다고 합니다!)

여러 실리콘 밸리 CEO들의 투자를 받아 이뤄지고 있는 (부자를 위한) 영생의 꿈을 다룬 영상을 공유합니다. (한글로 된 영상은 제대로 된 게 잘 없어서 그나마 아래와 같은 것을 공유합니다. 😳)

사실은 아래 영상을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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