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있냥 – [스시 이코노미]

커버 이미지는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Norwegia_Roll_Salmon_Sushi.jpg

이쯤되면, 제목을 [튜나 이코노미]로 바꿔야 하지 않을까요?

이 책을 읽으며 드는 생각입니다.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명확합니다.

“스시는 20세기 후반에 돈, 권력, 사람 그리고 시대의 상호 연결성을 규정짓는 문화의 흐름에 따라 발명된 요리이다.”(9)

책에 따르면, 스시는 (혹은 참치는) 이런 과정을 거쳐 ‘세계인의 음식’이 되었습니다.

  • 1950년대 원거리 항해용 선박 개발
  • 1956년 ‘표준화된’ 컨테이너 발명
  • 1960년대 저온 냉동화학 및 기술 발달 (cold-chain storage 발달)
  • 1970년 보잉사의 점보 제트기 출시
  • 1970년대 노르웨이에서 ‘세지 않는’ 컨테이너 개발

위와 같은 일련의 기술적 진보 덕분에, 북미 지역에서는 취미로 잡아서 기념 사진을 찍고 버리거나 주로 통조림 혹은 고양이 사료에나 쓰이던 참치가 지구 반대편 일본으로 건너가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판매될 수 있었다는 겁니다.

스시는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고 있는가?

“스시는 수산물 보존 방법의 하나였지만 … 민감하고 까다로운 요리 하나를 전 세계에 보급시키기 위해 현대식 인프라를 활용한 것이다. 그 결과가 이전에는 생각도 할 수 없었던 탈공간성(placelessness)”(40)을 만들어냈다고 합니다.

스시는 냉장 기술이 부족하던 시설, 식초 등에 절인 쌀에 생선을 넣어 보존 기간을 늘이던 데서 유래한 음식입니다. 생선을 보존하는 목적이었기에, 생선을 둘러싼 쌀은 버렸는데요.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스시는 “19세기 에도의 발명품”(94)이죠.

영국 Bluewater Shopping Centre의 “컨베이어 벨트 스시”. https://en.wikipedia.org/wiki/Conveyor_belt_sushi

예상치 못한 등장 인물들

그런가 하면, 이 책에는 스시와 참치를 둘러싼 예상치 못한 인물들도 등장합니다. 예를 들어 “회전 초밥”을 발명한 시라이시 요시아키와 같은 사람들입니다. (101쪽을 참조할 것.) 혹은:

  • 요즘 서울에서 유행하는 ‘오마카세’의 시조 격이라 할 수 있는 (“스시 나치”(135)라고 악명을 떨치기도 했다는) LA의 “스시 노자와” 창업자 카즈노리 노자와 같은 사람도 있습니다.
  •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시 레스토랑 “노부”의 창업주 노부 마스히사는 1970년대 말에 “new style sashimi”를 ‘발명’했다고도 하죠. (155쪽 참조.) 현재 노부는 다음과 같은 지점을 두고 있습니다: 댈러스, 뉴욕 다운타운, 뉴욕 57번가, 휴스턴, 런던 올드 파크레인, 로스앤젤레스, 말리부, 마이애미, 뉴포트 비치, 팔로알토, 스캇츠데일, 워싱턴 DC)
노부 마츠히사(책에서는 마’스’히사라고 표기)와 그의 동업자 로버트 드니로.
뉴욕타임스 기사에 실린 사진입니다.
  • 한편, 효율적인 참치 물류를 위해 참치 산지가 아니라 물류 중심지에서 활동하는 North Atlantic Trading의 밥 클리스와 같은 사람들도 등장합니다. “대도시 터미널 집중방식(hub and spoke)”라는 용어가 언급되죠. (226쪽 & “택배가 사라지는 ‘버뮤다지대’, 제주도에 없는 이유” 참조.)
  • “일관성 없는 자연 상품을 표준화하기 위해”(270) 애쓰는 하겐 슈테어와 같은 이들도 등장합니다.
  • 참치는 이제 환경 파괴와 초국가적 협의체, 밀수 전쟁의 주인공이 되기도 합니다. Roberto Mielgo Bregazzi는 2003년 “참치 양식 정보 정리(Tuna-Ranching Intelligence Unit)(링크)“를 공개하여 파장을 일으켰죠.
다음 링크에서 내려받을 수 있는 보고서의 일부.
  • 그런가 하면, “일본인 특유의 영토확장주의라는 고질병”(312)을 앓으며, 중국 진출을 시도하는 스시 레스토랑 체인 Umai Sushikan의 사장님인 우에노 타카마사 씨도 있습니다.
  • 참치 비즈니스란 “더 큰 대의를 위해” “수요와 공급의 법칙”을 “보류”한다고 말하는 유통업자 이이다 쓰네노리와 같은 사람도 있습니다. (326쪽 참조)

산업으로서의 참치

[스시 이코노미]에 따르면, 참치 산업은 참으로 묘한 비즈니스입니다. 이것은 “전 세계 참치산업 관계자들은 다른 업종보다 훨씬 넓은 관점에서 결정을 내린다는 사실과 매우 깊은 상관이 있다. 단 하루의 이익을 위해 시장 가격에 손대는 대신, 이들은 장기적으로 인맥을 강화하기 위하여 단기적인 손실을 기꺼이 감수한다. 결국은 모두가 이익을 볼 것이란 게 이들의 생각이다. … 어쨌든 이이다 같은 이들이 기존 고객을 유지하기 위해 필사적이 되는 때는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때인 것이다.”(326)

저는 이 대목을 읽으며 제가 일하는 미술계를 잠시 떠올려 보기도 했습니다. 100년이 채 되지 않은 참치 산업은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 걸까요? 자연 자원으로서의 참치가 고갈과 멸종의 위기에 처한 가운데,

“일부 참치 관련 기업주들은 공장식 표준화를 도입하려 노력했고, 어떤 이들은 본질적으로 2개의 평평한, 하나는 느리고 예측 가능하며 자본 집약적이고 다른 하나는 신속하고 기민하며 변화무쌍한 스시 교역 네트워크를 만들어서 위태로운 마진을 보전해나갔다.” 책의 거의 마지막인 333페이지에서 인용한 부분입니다.

카레에서 우주선까지

“[카레라이스의 모험]이라는 책을 지난 모임에서 읽었다. … 우리가 먹는 카레는 의외로(?) 인도에서 온 것이 아닌 영국에서 왔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는데, 이번 책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는 것 같다. … 전에 없던 두 요소가 만나 새로운 취향이 만들어지고, 사람들이 취향을 소비하기 시작하고, 그로 인해 여러 사회적인 문제가 발생하지만 결국에는 문화가 되는 그 과정은 무수히 반복된다.”
– COO

그 이면에 물류 기술 발전의 역사가 이렇게까지 함께 하고 있을지 몰랐다

“특히 내 식탁 위에 오르기 위해 전세계의 다양한 산지에서 대이동을 해왔을 줄은. … 정말 다양한 관계자들과 기술의 조합으로 인해 내가 스시를 먹을 수 있는 것이라는 점. … 뭐랄까, 스시를 먹는 그 순간을 더 즐기게 됐던 것 같다. … 생선이 비행기를 처음 탄 1972년부터 생선들(?)은 지금까지도 비행기를 타고 전세계를 누비고 있겠지. 코로나 때문에 해외여행이 취소된 나보다 귀한 몸일 것 같다는 생각과 물류기술의 발달은 – 맛있는 것을 먹고 싶은 인간의 원초적 본능에서 시작된 것인가 하는 우스운 생각을 해본다.
– LOO

아마도 이것은 “세계화의 새로운 인프라와 그토록 까다로운 상품을 가지고 이륙한 민첩한 물류 전문가들의 개가”(73) 이겠지요!

한편, 참치 대뱃살은 사르르 녹고…

“거칠게 요약하면, 북미발 일본행 편도 비행편의 항공 화물칸이 빈 것을 아쉬워한 비즈니스맨들이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참치를 수입한 이야기고, …참지 조업과 위탁판매에 뛰어든 북미 어부들의 이야기며, 생물 보전과 수익 보장을 위해 어획량을 제한하는 쿼터제보다 자연이 더욱 엄격해지는 이야기이며, 미국에서 스시 기술을 연마한 요리사들과 스시를 즐길 수 있는 입맛을 길들여온 고객들의 이야기이고, 고객에게 가장 좋은 참치를 제공한다는 원칙을 위해 7만 달러의 손해를 감수하는 스시장인의 이야기이다.”
– KOO

책 131페이지에 등장하는 1977년 잡지 [에스콰이어] 스시 특집

삐딱선

“저자가 굳이 이 문구들을 책에 넣은 의도가 무엇일까 생각해보았다. 지루한 내용 속 사이사이 가벼운 유머로 작용하길 바란 것 같다. 그치만 적어도 나는 하나도 웃기지 않다. 여성혐오적 발언들을 유머로 소비하고 있는 이 책을 난 누구에게도 추천하고 싶지 않다.”
– KOO

이 책의 문제적인 부분들에 빨간색 플래그를 붙여두었습니다. 거의 대부분이 인터뷰에서 ‘인용’을 한 부분들인데, 왜 굳이 이 말을? 이라는 생각을 들게 하죠. 책의 영문판 발간 연도를 확인해보니, 2007년에 나온 책이군요. 모임에서 함께 이야기해보도록 해요.


“전 세계를 장악해 가면서 스시는 끊임없이 변하는 음식, 처음 생겨난 이래 시간과 장소에 맞게 늘 거듭나는 음식으로 인식되었다.” (201)

생각과 질문

  • 책의 9페이지에서 정의하는 스시 – 돈, 권력, 사람 그리고 시대의 상호연결성을 규정짓는 문화의 흐름에 따라 발명된 요리 – 와 같은 것으로는 또 무엇이 있을까요?
  • 20페이지를 잠시 살펴봅시다. 이번에는, “세계 무대로 확장됨에 따라 본연의 모습을 잃어가는 ‘전통적’인 ‘진짜’”가 있다는 가정에 대해 생각해보죠. 이런 음식은 (혹은 문화적 관습, 상품 등은) 또 무엇이 있을까요?
  • ‘물류의 힘’에 대해 논의해봅시다. ‘물류’의 존재, ‘물류’의 위력, ‘물류’의 중요성에 대해 체감한 적이 있다면 공유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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