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있냥 – [로컬숍 연구 잡지 브로드컬리]

커버 이미지 출처: https://programs.sbs.co.kr/enter/street/main (2020년 5월14일 기준)

“서울의 3년 이하 퇴사자들의 가게는 내 일을 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내가 하고 싶은 것과 사람들이 하고 싶은 것은 항상 일치하는 게 아니며, 결국 먹고사는 문제는 어렵다.”

코로나19로 예상치 못한 일정 변동이 여러 차례 발생한 2020년 1월~4월 “취향있냥” 모임의 마지막을 채워준 여러 분들의 독서노트 제목을 버무려 만들어본 문장입니다.

시즌의 마지막 책은 “편집부의 독립적인 관점에서 자영업 공간들을 연구한 결과물을 잡지의 형태로 담아내고” 있는 “로컬숍 연구 잡지 브로드컬리” 가운데 마음에 드는 이슈를 골라 읽는 것으로 정했습니다.

저는 [서울의 3년 이하 퇴사자의 가게들]을 읽었고, 빵집에 관한 이슈와 서점에 관한 이슈를 다룬 책들을 읽은 멤버들도 있습니다.

책을 읽으며 인상적이었던 구절을 몇 가지 소개합니다.

“이런 걸 진작 알았으면 좋을 텐데.” – 48페이지 (비문인 것 같지만, 책을 그대로 인용)

하고 싶은 일 해서 행복하냐 묻는다면? – 답이 정해진 질문 아닌가?” – 56페이지

식당 일은 쉬울 거로 생각했나? – 아무것도 모르니까 시작하게 된 거다.” – 94페이지

“상상만으로 설계한 탓이다. 카페를 운영해본 경험이 없으니 어떤 사이즈가 필요할지 제대로 알지 못한 거다.” – 173페이지

인터뷰집의 형태로 만들어진 이 책에서는 퇴사 후 가게를 열어 운영하며 알게 된 즐거움과 희망찬 다짐들도 많이 볼 수 있지만, 제게는 그보다 생각지 못한 어려움이나 ‘머릿속으로만 생각해봤지만 실제로는 쉽지 않은’ 부분들이 더 크게 다가왔습니다. 책을 읽으며 이런 메모를 남기기도 했죠.

“웃는 모습의 사진과 함께, 가시돋친 말들의 향연”

여전히 경력개발, 미래에 대한 고민을 가지고 있지만,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선택은 늘 쉽지 않을 것이고, 하고 싶은 일을 한다고 해서 행복이 저절로 주어지는 것은 아니니, 현재 나에게 주어진 현실과 상황 속에서 더 재미있게 살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략) 어쩌면 내가 회사 밖에서 하고 싶은 일이 생겨 이들처럼 퇴사하게 될 수도 있겠지.

– 임OO

그러고 보니,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든 지금, 한동안 유행하던 ‘퇴사’라는 키워드는 어디론가 쏙 들어가버린 것 같습니다. (사실, 퇴사가 유행어가 된 2018-2019년에 앞서 2016년에는 ‘퇴사학교‘라는 강의-교육 서비스의 론칭이 이뤄지기도 했지요. 그리고 2019년에는 이런 기사가 있었습니다. “삼성 출신 ‘퇴사학교’ 창업자가 절대 퇴사하지 말라는 이유“)

ㅇOO 님이 독서노트에 써주신대로, [브로드컬리]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인터뷰 내용들을 공통적으로 종합해보면 ‘나의 취향대로 공간을 완성하고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에 큰 만족감을 얻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가하면, [서울의 3년 이하 서럼들: 책 팔아서 먹고 살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을 읽은 김OO 님의 말씀대로, “2016년 9월 26일에 초판 1쇄를 펴낸 이 매거진에 소개된 일곱 서점 중에 세 곳이 현재는 운영을 하고 있지 않다.” 제가 읽은 [서울의 3년 이하 퇴사자의 가게들] 역시 상황은 비슷합니다. 책에 등장한 일곱 군데 가게를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검색해보니, 세 곳은 폐업, 네 곳이 여전히 운영 중입니다. 네 곳 가운데 한 곳은 임대료가 발생하는 오프라인 매장을 대폭 축소하거나 없앤 듯 하고요.

내 일을 한다는 것

생각만큼 쉬지 못하며 월세 걱정을 늘 해야하는, 오롯이 혼자 감당해야 하는 것들이 많다는 것. (중략)

한편으로는 무언가를 포기해야 얻을 수 있는 행복감이 조금 씁쓸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직장을 다니면서 ‘내 일’처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너무 큰 기대일까. 나 역시도 성취감의 보상과 지점에서 갈증을 느껴온 것 같다.

– ㅇOO

내가 하고 싶은 것과 사람들이 하고 싶은 것

책을 읽으며 본 아이러니는 다음과 같다.

* 셰프가 신념을 지키려면 융통성이 없어야 한다.
* 메뉴 구성에 있어 어느 정도 유행을 반영할 수밖에 없다.

(중략) 근데 소비자가 원하는 건 내가 생각하는 이상향과는 거리가 멀다. (중략) 내가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들면서 살아가려면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는 것 같다. 첫째,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 위주로 만들며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살살 섞어가는 것. 둘째, 그냥 내가 하고 싶은 것을 꾸준히 하며 사람들이 좋아할 때까지 버티는 것. 꺼내 놓고 보니 둘 다 쉽지 않다. (중략) 내가 하고 싶어하는 것도 사실은 내가 하고 싶은 게 아닌게 아닐까 의심되는 지금, 이미 소비자 혹은 생산자의 제정신으로 살아가는 건 아닌 것 같다.

– COO

지금까지 다섯 번의 이슈를 발행한 [브로드컬리] 매거진에 등장한 인터뷰이들은 – 2020년 5월 현재까지 활동과 영업을 이어나가고 있는지 여부에 관계 없이 – 모중의 결단을 하고, 선택을 내린 뒤, 행동을 취한 사람들입니다. 이런 면에서 그들은 용감한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다시 한 번, 책에 등장한 가게들 가운데 작지 않은 수의 가게가 영업을 멈추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 모든 용감한 행동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말을 할 수 밖에 없겠습니다.

결국 먹고사는 문제

제목 “책 팔아서 먹고 살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에 대해서는 “어렵지만 기대치를 낮추면 버틸 만하다”가 평균적인 답변일 것 같다. 하지만 (중략) 안타까웠다. (중략) 결국 단골 소형 서점을 두지 못하는 이유는 여러가지 문제와 얽혀있다. (중략)

그렇다면 생산자로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솔직히 자신이 없다. 잘 팔릴 책이 뭔지 잘 모르겠고, 적게 팔리더라도 확실한 독자가 있는 책을 사줄 집단의 규모를 모르겠고, 세월이 가도 변치 않을 의미가 있는 책이 뭔지 잘 모르겠다. 어쩜 이렇게 흐릿할 수가…!

– 김OO
백종원: “대중성을 포기했는데 장사 잘되는 솔루션을 어떻게 줘?”

모든 사람이 ‘생산자’로 살아갈 필요는 없습니다. 그런데 애초에 이 ‘생산자’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요? ‘생산자’를 ‘창작자’로 바꿔서 생각해봐도 될까요? 과연, 삶의 유지를 위해, ‘하고싶은 일’을 해야만 할까요? 지금, 그렇게 하고 있나요? 길지 않은 기간 동안 ‘퇴사’가 유행이 되었듯이, 나도 모르게 누군가 조성한 흐름에 갈대처럼 휘둘리고 있는 건 아닐까요? 나는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어떻게 하게 되었고, 이 일은 나에게 어떤 것을 알려주고 있나요?

“취향있냥”의 네 달을 겪어내며, 함께 나누어보고팠던 주된 메시지를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나는 어디에서부터 이렇게 만들어졌고,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고(혹은 끌려가고) 있는 걸까?

예컨대 나라는 한 사람의 취향과 선호, 선택의 총합이 어떠한 요소들에 영향받았고, 이것을 통해 만들어진 지금의 내가 과연 어떤 사람인가, 를 물어보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마지막 모임은 이렇게 진행하려 합니다.

  • 먼저 발제 포스팅을 읽고,
  • 지난 모임(언제였죠?) 이후의 삶을 공유하기. (1) 일상 공유 (2) 소비 공유 (3) 경험 공유 위주로.
  • 책에 대한 전반적인 의견 교환
  • 발제 포스팅을 함께 돌아보기 – 토론하기
  • 생각할 거리를 함께 살펴보고 이야기하기

  1. 지금 하고 있는 업무와 종사하는 업계, 회사. 어떻게 해서 하게/근무하게 되었나요?
  2. 지금 하고싶은 일이 있나요? 앞으로 5년, 앞으로 10년 뒤에는 어떤 걸 하고 싶어요? 지금과 같이 일한다면, 5년~10년 뒤에 어떤 모습일 지, 어떻게 어디에서 일하고 있을까요?
  3. 위 질문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해봅시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나의 선택은 얼마만큼의 영향을 미쳤나요? 선택의 순간, 나의 기준은 무엇이었나요? 선택의 순간이 온다면, 어떤 것을 기준으로 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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