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3-64년 짧게 존재했던 일본의 급진적 아트 콜렉티브, ‘하이-레드 센터’의 퍼포먼스 작업을 기록한 사진입니다. 제목은 <수도권 청소 정리 촉진 운동>이었죠. 작가들은 하얀 위생복을 입고 도쿄의 거리를 닦았습니다. 때로는 보행자나 차량을 막고 퍼포먼스를 진행했죠. 놀랍게도, 사람들은 길을 비켜주었고, 자동차들도 이들을 돌아갔다고 합니다.
9.11 테러(2011)가 벌어지기 불과 몇 년 전, 뉴욕을 대상으로 한 테러를 묘사한 영화가 있었습니다. 테러 이후, 그 해 가장 많이 대여된 영화로 기록되었죠.
그런가 하면, 이런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감염병 예방과 우리 스스로를 경계하자는 취지”로 퍼포먼스를 하고, 유튜브에 영상을 올렸지요. 경찰에 체포되었고, 처벌은 없이 훈방 조치로 마무리되었다고 합니다.
이번 책, [세븐키: 일곱 가지 시선으로 바라본 현대미술]에 대해 남겨주신 독서 노트 가운데, 이런 질문이 인상깊었습니다.
“또라이와 선구자는 과연 어떻게 판별되는 걸까요?”
위에서 잠깐 언급한 영화 <비상계엄(The Siege)>의 각본을 쓴 소설가 로렌스 라이트가 지난 몇 년간 집필했고, 올해 4월에 출간 예정인 소설이 있습니다. 제목은 [The End of October]인데요. 공교롭게도, 이 소설은 여러 대륙에 걸쳐 통제 불능상태로 퍼져나가는 바이러스성 질병에 대한 내용이라고 합니다. 로렌스 라이트는 대체 어떻게 몇 년 전부터 이런 소설을 집필하고 있었던 걸까요? 지난 3월 12일 뉴욕타임즈에 기고한 글 “전염병 대유행을 다룬 새 소설은 앞을 내다보려는 게 아니었다(Lawrence Wright’s New Pandemic Novel Wasn’t Supposed to Be Prophetic) 👉🏻 링크“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예언처럼 보이는 것은 사실 연구조사의 결과이다. 글을 쓰는 작가로서, 나는 항상 내가 상상하는 것보다 현실에 더 큰 놀라움을 느껴왔다. 그래서 과학, 역사, 인간의 경험을 따르려 애쓰는 것이다. “The Siege”와 “The End of October” 에서는 모두 과거에 일어났던 비슷한 사건을 살펴보았다. 일어날 법한 내러티브를 만들어내기 위해, 극장의 화면과 소설의 페이지에서 울림을 일으킬 수 있는 팩트로 나를 안내해줄 수 있는 전문가들에게 연락했다.
누군가에게는 당연해보이는 사건의 귀결이, 또 다른 사람들에게는 마치 미래를 예견한 행위처럼 보이기도 하는지 모릅니다.
여기 독일의 ‘국민차’ 폭스바겐 캠핑카와 함께 랜턴과 모포가 달린 썰매 스물 네 개가 늘어서 있습니다. 썰매는 모포와 랜턴 뿐 아니라 비상용으로 쓸 수 있도록 굳힌 동물성 지방 덩어리도 갖추고 있죠. 보이스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것은 긴급 상황을 위한 오브제다. 무리가 떼지어 몰려왔을 때 말이다. 긴급 상황에서 폭스바겐 버스의 쓸모는 제한적이며, 생존을 위해서는 더 직접적이고 원초적인 수단이 필요하다.
https://www.wikiart.org/en/joseph-beuys/the-pack-1969
마치 현대미술계의 무당(?)처럼 느껴지는 보이스의 말을 따라, 시베리아로 함께 떠나야 하는 걸까요. (고은님의 노트를 인용하면) 예술이 세상을 바꿀 수 없다고 말하는 (저같이) 믿음이 부족한 겁쟁이들에게 요셉 보이스는 말합니다.
“미술이 우리 기성 문화의 심장 깊숙이 뻗어 그곳을 변화시키는 효과를 내지 못하면 […] 다시 말해 사회를 조형하지 못하고, 그를 통해 우리의 핵심적 문제인 자본주의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없다면, 그것은 미술이 아님에 분명하다. […] 사람들은 이런 미술가를 두고 ‘그 사람 정치한다’고 하겠지만, 그것은 정치가 아니라 ‘조형하는 일(원리)’이다. 난 이를 증명할 수 있다.”
세븐 키: 일곱 가지 시선으로 바라본 현대미술
오늘의 책, [세븐키]의 저자 사이먼 몰리는 이렇게 말합니다. “현대미술은 특히 제약 없는 지식이 무엇인지 잘 보여”주는 것이며, “작품을 ‘올바르게 이해하는 방식’이란 존재하지 않”는 다고요. 또한 그가 제시하는 “각각의 열쇠가 취하는 다양한 관점에 다른 사람의 동의를 구할 필요는 없”으며, 우리는 “새로이 마주한 작품 앞에서 메뉴판에 있는 것 가운데 가장 유용한 열쇠를 골라보”면 된다고 말입니다. 이것은, ‘귀에 걸면 귀걸이며 코에 걸면 코걸이’를 바꿔 말한 것에 불과한 걸까요? 그렇지 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오늘 모임의 진행
이렇게 하고자 합니다.
- 가능하면 모임에 오시는 길에, 이 발제 포스팅을 훑어보고 와주세요.
- 모임 시작 전, 안전과 청결을 위한 리마인더 공유.
- COVID-19로 미뤄진 오늘 모임이 있기까지, 돌아가며 간략한 근황 업데이트. 문화생활을 위주로 알려주세요. 추천하고픈 책, 컨텐츠, 전시 언급 대환영.
- 책 전반에 대한 의견 교환. 책의 디자인에서 내용에 이르기까지, 무엇이든.
- 클럽장 박재용과 송고은이 제안한 생각해볼 거리 함께 살펴보기.
- 독서 노트 함께 읽으며, 의견 교환.
- 4월 모임 & 다음 시즌 공지.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하며 번개를 어떻게 할 수 있을지 논의.
- 모임 마무리.
생각해볼 거리
- 저자가 제안하는 작품 이해의 ‘열쇠’ 외에, 나만의 또 다른 ‘열쇠’가 있다면?
- 참고: 사이먼 몰리가 제안하는 일곱 열쇠:
- 역사적 이해
- 전기적 이해
- 미학적 이해
- 경험적 이해
- 이론적 이해
- 회의적 시선
- 경제적 가치
- 참고: 사이먼 몰리가 제안하는 일곱 열쇠:
- 작품을 감상할 때, 가장 중점을 두는 ‘열쇠’가 있나요…?
- 멤버 ㅈOO님의 독서노트에서 빌려온 질문: “또라이와 선구자는 과연 어떻게 판별되는 걸까요?”
- 이 책에서, 특히 흥미롭다고 생각한 부분, 작품, 작가가 있다면?
- 저자는 작품에 관한 설명에서 개인적 감상을 앞세우기 보다는 여러 역사적 사실을 들어 작품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특히 각 작품의 말미에 ‘회의적 시선’을 추가하며 ‘지성인의 비상구’를 마련해두는 듯 보입니다. 이런 지점이 작품을 이해하는데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여러분의 독서 노트 – 타이핑 중
회의적 시선 부분은… (중략) …프리다칼로의 경우 ‘칼로의 충격적 개인사를 캐내느라 정작 그녀의 작품은 묻히거나 페미니즘적 시각으로 분석’되는 경향이 있을 수 있다’는 말이 있다. 나 또한 16년인가 갔던 프리다칼로 전시에서 그녀의 그림보다 인생 이야기가 좀 더 인상적이었다.
– ㅈOO
나에게도 현대미술은 아직 ‘무엇인지 모르겠는 그 무언가’이다… (중략) …회의적 시선으로 바라보려는 노력은 크게 하지 않았다… (중략) … 경제적 가치도 인상적인 부분이었다… (중략) …나에게 현대미술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아주 비싼 것’이 되는 순간이다.
– ㄱOO
“아무래도 글을 예술로 배울 수는 없다.”
작가가 진짜 저자의 말처럼 저 많은 것들을 고려하며 그림을 그리고 작품을 만들었을까? 나는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다. 작품은 작품일 뿐이다. 너무 과도한 의미부여 하지말자. 라고 생각이 드는…
– ㅂOO
코멘트: 음, 이유가 있어서 만들었다. 라기보다 만들고 났더니 이런 이유를 붙여볼 수 있겠다. 에 가까운 어떤 것…?
작가가 ‘미술 관련 기관의 특정 발언들과 권위와 영향력에 의해 작품성이 좌지우지된다’고 한 점에서는 통쾌하기도 했다. 나같은 무지한 일반인만이 가진 생각은 아니었다보다… (중략) … 마지막으로 “이것은 미술이 아니다 버전2″정도의 느낌이 있었는데… 자연에 한 설치미술은 그 희소성마저 뭔가 예술적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설치미술을 찍은 사진을 또 몇만불 씩 받고 판다니 정말 미술의 세계란 알 수가 없다.
– ㅈOO
코멘트: 그렇지 않은 분야가, 있던가요…? 라고 반문한다면!?
다만 이론적 관점에서 프로이트같은 이제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심리학자에 대해 이야기할 때마다 몰입이 깨지는 건 아쉬웠다. 고전 심리학을 인용해서 작품을 비평하는 것이 여전히 유효한지 아니면 이 책의 특성인지는 알 수 없지만 다행히 분류가 명확한 책이라 뒤에서는 편하게 스킵하며 읽었다.
– ㅎOO
논의해봅시다!
미학적-이론적, 전기적-경험적인게 좀 헷갈리기도 했다… (중략) …읽으면서 뭔가 많은 생각이 들었던 작가는 뒤샹! 그의 Fountain은 물론 현재도 유명하긴 하지만 이런 실험적인 도전을 성공했다는데 있어서, 그의 뒷배경 (형제 중 4명이나 예술가)도 작용했겠다 싶었다. 만일 그가 미술가 집안이 아니고 아주 outsider였어도, 이런 실험이 통했을까?
– ㅎOO
뒤샹이 20대 초반이었던 1910년에 그린 유화. 그의 형제들은 개념미술과는 거리가 있는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개념미술로 전환한 뒤, 화가 형들을 둔 뒤샹은 형제들과 어떤 관계를 유지했을까요? (저 또한 궁금.)
이런 설명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작품의 시각적인 요소들을 읽어주고 작가에 대해 말해주고 이 작품은 어떻게 만들어지게됐는지 맥락을 알려주고 사회적 배경, 작품이 갖는 의미, 그리고 경제적 가치까지 짚어가며 가르쳐주는. 어떤 작품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궁금하고, 그래서 그 작품의 다양한 면에 대해 알려주는 누군가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건지도 모르겠다.
– ㄱOO
‘예술품을 접하는 행위에는 단순히 여가를 즐기는 방식이나 역사적, 이론적 자료를 수집하고자 하는 목적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다’ … (중략) …그 이상의 의미가 무엇일까? 말로 풀어내기는 어렵지만 내면을 관통하는 무언가를 얻고싶어 함이 아닐까. 약간 과장일 수 있지만 종교마다 다른 철학을 가지고 있고 마음에 드는 종교를 택하고 위로받듯이, 어쩌면 예술을 접하고 작가와 작품을 좋아하게 되는 것도 원초적으로는 나와 맞는 사상을 가지고 있어 반응하게 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 OOO
사실 ‘일곱 가지 시선으로 바라본 현대미술’이라는 부제에서 철학계의 백종원 “알랭 드 보통”을 떠올리며 미심쩍은 누길로 봤던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중략)…(서양사람들은 꼭 7가지여야만 하는 걸까?)…(중략)…사람과 작품이 만나는 일이 어려워진 현재의 미술은 어떻게 될까? …(중략)…’감기와 독감의 계절’이 ‘감기와 독감과 코로나의 계절’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적어도 무언가 달라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오늘 또 신입사원들은 회사 앞 ‘이우환’의 조각을 저건 도대체 뭐냐고 물어봤고 그냥 그렇게 지나갔다. 마스크를 어떻게 구할지가 더 중요하니깐.
– OHO
언젠가 이우환 작가 관련하여 “10억짜리 돌 줍는 할아버지”라고 돌아다니던 짤방이 생각나 검색하다 발견한 것. “한 획에 17억.jpg”라는 게시물(👉🏻링크)에 달린 댓글입니다.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바를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미술/예술작품을 통해 우리는 글이나 다큐멘터리같은 전통적 매체보다 훨씬 크게 충격받을 수 있다. 그래서 예술이 세상을 빠르게 강력하게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중략) …지금 시대이 미술/예술가들은 대체로 무엇을 포착하고 있을까? 나는 그것이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대상”이라고 생각한다. …(중략) … 어떠면 이 세상을 조금 더 나은 곳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사람들, 우리가 진정으로 응원해야 할 사람들은 예술가들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 KOO
한국에서도 나름 전시회를 즐겨가는 편이고 여행을 가든 출장을 가든 가급적 그 지역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들르는 편인데, 인쇄물이나 온라인에서 접하는 작품과 실제로 그 공간에 가서 작품을 접하는 것은 압도적으로 다른 경험을 선사하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 ㄱOO (놀러가기)
왜일까요…!?
에드워드 호퍼가 예술적으로 완전하지 않다? 라는 이야기는 좀 의외였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생각하는 미국 회화 작가, 하면 흔하게 에드워드 호퍼같았는데… 어쩌면 그가 다뤄온 소재가 현대인의 공감을 얻어 자주 회자되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호모 사피엔스는 이야기를 사랑해! 이기 때문일지도.
– ㅎOO (놀러가기)
…반면에 배경지식과 이해력이 많이 부족한 나같은 독자를 위해 작가와 작품 수는 줄이더라도 시대적인 배경과 작가의 전기를 더 자세히 보여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 ㄱOO
바로 지금 일어나고 있는 전시들을 보러가서, 마치 미래에서 온 미술사학자가 된 것처럼 상상하며 작품들을 바라보는 건 어떨까요?
흔히 예술은, ‘세속’의 경계 너머에 있는 것이라고 여겨진다. 하지만, 어떤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들이 가장 간절하게 욕망하고 갈망하는 것, 즉 ‘시대정신’으로부터 완벽하게 동떨어져있는 것을 과연 예술이라 이를 수 있는 것일까.
– ㅂOO
결국 감상과 해석의 문제가 되는 것 같습니다. 관련해서 검색을 하다가, [월간 민화]라는 잡지에서 “박암종 관장의 이발소 그림 콜렉션”이라는 연재를 발견하여 공유합니다. 👉🏻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