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ustration by Jan Buchczik for Artsy. – https://www.artsy.net/article/artsy-editorial-how-to-teach-your-children-to-care-about-art
[이것은 미술이 아니다] / [꿈꾸는 현대미술]
두 책의 원제는 각각 “Believing Is Seeing: Creating the Culture of Art” 그리고 “S.Z.T.U.K.A.” 입니다. (Sztuka는 폴란드어로 “art”를 뜻합니다. [꿈꾸는 현대미술]은 폴란드어에서 한국어로 번역한 책이이요.)
두 책은 각각 1995년 그리고 2010년에 발간되었습니다. 메리 앤 스타니스제프스키는 정치, 사회와 관련해 ‘아트’와 문화의 역사를 연구하는 미술사가이고, 세바스티안 치호츠키는 한국으로 치면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입니다 (현재 바르샤바 현대미술관 관장으로 일하는 중).
시즌을 이어 [미술아냥] 모임에 함께 해주시는 분도 있고, 여러 시즌 함께 해주신 뒤 잠시 휴식을 취하고 다시 돌아와주신 분, 새로 합류한 분, 혹은 트레바리가 처음인 분도 있을텐데요. 그래서 첫 번째 책(들)을 어떻게 정할 지 고민이 더 컸습니다.
오늘 모임은 이렇게 진행합니다.
- 모임 소개, 클럽 운영진 소개 (송고은, 박재용)
- 일일 파트너 소개
- 자기 소개 (모두)
- 발제 포스팅 읽기 (송고은, 박재용)
- 두 책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
- 궁금했던 것들 모아보기 (질문 수합)
- 클럽장들의 토론 주제 살펴보기
- 독서노트 함께 읽기 (멤버들 각자) & 의견 주고받기
- 마무리 (마무리발언, 다음 책 논의, 번개 정하기 등등)
발제문은 박재용, 송고은이 쓴 글을 ‘리믹스’한 것입니다.
흔히 포스트, 포스트 모더니즘에 살고 있다는 우리는 ‘무엇이 옳고 그르다’는 것에 의심하고 질문하며 도전하는 것에 익숙합니다. 만약 실제로 그렇게 살고 있지 못한다 하더라도 어쨌든 그런 ‘생각’엔 친숙한 편입니다. 모든 혁명이 새로운 질문을 통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인류는 계속해서 이러한 방식을 통해 진보해 왔습니다.
어쩌면, 이제 더는 새로운 게 불가능해진 건 아닐까요? (물론 새로운 것은 끊임없이 나오고 있고, 계속해서 나올 겁니다.) 혹은, 미술도 ‘계획된 진부화(planned obsolescence)’의 덫에 빠지고 있는 건 아닐까요?
그러나 이 책([이것은 미술이 아니다])의 저자는 호기롭게도 “이것은 미술이 아니다.”라고 단언 합니다.
이 문장에서 망설임은 찾아 보기 어렵습니다. 민주주의의 가장 아름다운 면모를 보여주는 듯한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다.”는 명제에 전면으로 반하는 태도를 취하는 듯 합니다. 저자가 선언하는 “이것은 미술이 아니다.”는
이것은 ‘예술’이 아니다
= 이것은 ‘좋은’ 예술이 아니다
= (심지어) 이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라는 말로 들려서 더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실제로 여러분의 감상문에서 ‘ 이제까지 내가 보아왔던 것은 무엇인가?’ 라는 혼란스러움을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저자의 선언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것은 단지 ‘현대’ 미술이 아니다.” 라는 주장이란 걸 알 수 있습니다.
‘미술’이란 무엇일까요? (언제나 내용이 변할 수 있는) 위키백과의 ‘미술’ 항목을 인용해보자면 이렇습니다. “미술(美術)은 시각적(視覺的) 방법 또는 조형적(造形的)인 방법으로 사람의 감정이나 뜻을 나타내는 예술의 한 종류라고 말할 수가 있다.”
이 와중에 ‘현대 미술’은 또 뭐고 ‘동시대 미술’은 또 뭐란 말인가! 라며 머리를 쥐어뜯는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현대 미술’은 앞서 말한 기성의 질서에 새로운 질문을 던지는 이 시대의 철학적 흐름에 ‘미술’도 함께 발을 맞춰나간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현대미술은 우리에게 익히 전해져 오는 고전 미술에 대해 무엇이 ‘미술’인지 묻는 것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이전의 예술은 자연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 신을 받드는 제단을 성실히 만드는 것 이었다면 새로운 예술은 천상계에서 내려와 현실을 이야기 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공유 했습니다. (미술사에서는 이것을 감정 이입 충동 / 추상 충동 으로 정의하기도 합니다)
이런 공감은 거칠게 말해 미술관에서 만나는 일상적 오브제 – 그것은 최초에 변기였다가 근래에는 덕테이프와 바나나가 되기도 하는 – 의 기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얼마 전 열린 Art Basel Miami 아트페어에서 12만 달러의 가격이 매겨진 Maurizio Cattelan의 작업 “The Commedian”을 먹어버리는 작가 David Datuna. 바나나를 벽에서 뜯어 먹는 행위는 Datuna의 퍼포먼스 작업으로, “Hungry Artist”라는 제목을 붙였습니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과거 미술이 스스로에게 던졌던 질문들을 다시 불러일으키고자 합니다. 왜냐하면 그 질문의 결과가 다소 복잡한 양상으로 흘러가 버린 탓에 여러 유언비어와 오해를 만들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최근에 본 한 전시의 홍보 영상은 그런 루머의 단면을 보여줍니다.
불필요한 말을 걷어내고 미술을 바라본다면 그것은 더 이상 잘난척하거나 괴팍하기만해 보이진 않을 것 같습니다. 오히려 우리가 미술관에서 혹은 일상에서 더 쉽게, 자주 지적인 충족감과 감동을 느낄 수 있게 해주지 않을까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큐레이터로 이 전시를 바라보는 심경은 복잡하기만 합니다. 대체 왜일까요.
잠시 진행 순서 리마인더:
- 두 책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
- 궁금했던 것들 모아보기 (질문 수합)
- 클럽장들의 이야깃거리 살펴보기
- 독서노트 함께 읽기 (멤버들 각자) & 의견 주고받기
- 마무리 (마무리발언, 다음 책 논의, 번개 정하기 등등)
이야깃거리
- ‘미술’ 혹은 ‘현대 미술’이라고 하면 생각나는 건 무엇인가요?
- 현대 미술에 대한 오해나 루머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 <꿈꾸는 현대미술>에서 특별히 좋았던 작품은 무엇인가요?
독서노트
모든 일들에 대해 ”역시”나 당연히 여기는 태도가 아니라 “혹시”라며 의문을 가지는 태도는 미술과 닮아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일상의 익숙함에 쉽게 안주해버리고 만다. 현대 미술은 그 속을 들여다보게 해줄 재미있는 도구이다.
– SOㅈ
“ 철학자 알바 노에는 “예술은 정말로 우리의 실천, 기법, 기술이 우리를 조직하는 방식들과 연결되어있고 이는 결국 그 조직을 이해하고, 필연적으로 우리 자신을 재조직하게 만드는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에드워드 A. 샹컨, 평평한 세계를 껴안기,(2018), 62p
노에에게는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고 그림을 그리는 것이 우리를 인간 존재로 만들지만 그것 자체로 예술은 아니다. 예술은 이러한 실천들을 낯설게 하고 그 조직을 드러내며 그것을 이상하게 만든다.(…) 그러므로 노에에게 예술이란 (…) 우리의 존재 방식 어떤지를 살펴보기위해 사용되는 ’이상한 도구’ 이다.”
애초에 예술의 영향력이 컸던 적이 있는가? 고대에서 현대까지 예술이 영향력을 미칠 수 있었던 계층은 지극히 한정적이었다. 전체 파이에서 예술의 영향력에 대해 생각해보면 그 실질적 영향력은 굉장히 낮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중략)
미술 창작이라는 특권
– BO*
책을 읽으면서 미술인 것 혹은 미술이 아닌 것에 대해 읽다보니, 내가 생각하던 미술이 무엇이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 JO*
그럼 무엇이 미술인가? 라는 질문이 생겼다. …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는 미술이 아니지만, 마르셀 뒤샹의 <L.H.O.O.Q>는 미술이라고 한다. 난 후자의 작품을 보면서 왜 그림에 장난을 치나? 산만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중략) 평상시 개념이 있네 없네 이런 말을 자주 사용하는 나로서는 미술에도 개념이라는 표현이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지만 정확한 뜻이 이해되지는 않았다.
– KOO
“이것이 미술이 아니라면 나는 어디를 쏘다녔을까”
저는 이렇게 만 가지 딴 생각을 달고 다니며 미술을 봅니다. 그런데, 이것이 다 미술이 아니었다고 하네요. 그럼 뭐 어떻습니까.
– 파트너
‘과연 어떤 기준점으로 미술인지 아닌지를 구별한다는 것일까?’ … 책에서 이야기하는 ‘미술’이란 근 200년 사이에 생겨난 개념으로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상대적인 것이며 … 미술사에 대해서 그래도 조금은 더 알고 있었다면 더 잘 되지 않았을까?
– LOㅅ
책은 근대적 개인이 자유의지를 가지고 만든 것을 미술로 한정짓는데, 이로써 종교나 왕실의 목적에 의해 만들어진 것들은 근대적 미술의 범주에서 제외시킨다. … 자연스럽게 천재는 누구인지에 대해 설명하는데, 근대적 천재는 모두 백인 남성이라고 시작하며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처럼 여겨지는 천재는 사실 사회적으로 구성된다고 설명한다. 소수자에게는 애초에 교육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고 교육을 받아도 인정받는 것은 또다른 문제이다.
– OㅅO
현대미술은 작가가 직접 작품을 생산하는 제작방식을 뛰어넘은지 오래다. 예술가는 더 이상 그림을 잘 그려야 할 필요도, 예술작품을 직접 만들어야 할 이유도 없다. 그럼 무엇이 미술인가?
– KO*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처음에는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었는데 점점 그래서 어쩌라고? 라는 마음이 들게 되었다. 발상의 전환에 대한 가치를 인정받아서 샘이 유명한 작품이라는데… 그런 기준을 누가 정하는걸까?
– JOㅎ
내 친구 한 명은 점 하나 찍고 이게 무슨 서울의 웬만한 아파트값보다 비싸냐고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이우환 작가의 작품을 보고 한 얘기였다. … 작가의 말에 동의하면서도 관습화된 생각이 미술을 바라보는 관점을 결정하고 부르디외가 말하는 ‘구별 짓기’를 하고 있는 내 모습을 돌아보게 되었다. 내가 생각했던 미술이란 무엇인가.
– POㅅ
…혹시 미술이 진보된 형태의 무언가여서는 아닐까?
– KOㅈ
“이것이 미술이 아니었나”
에이씨, 그럼 다시 나는 미술관에 가서 무엇을 생각하고 봐야하는 거지. 미술이란게 200년 밖에 안 된 개념이라면, 내가 좋아하는 베르메르는 그릴 때 뭔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 SOㅅ
미술에 대한 이론적 지식이 전무한 내게 이 책은, 근대 이전의 ‘미술이 아닌 미술’을 바라보는 시각, 근대 이후 등장한 ‘미술’이라는 개념, 예술사에서 제외됐던 여성에 대한 주목, 미술 아카데미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 박물관과 미술관 등 공간의 등장과 그 영향, 모더니즘과 아방가르드의 영향, 대중문화와 뉴미디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현대미술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미술의 흐름을 파악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아쉬운 한 가지: 핑크색 작은 글씨의 문장들을 꽤 중요한 내용인데 이쁘기만 하고 읽기에는 넘 힘들었음.)
– OSO
제1세계 국가들 중심으로 시대, 문화적 흐름에 따라 미술계에서 새롭게 피어나는 표현 방식들의 발견도 재미있었다. 같은 날들에 우리나라의 상황은 어땠을지도 궁금했다.
-OㅇO
결국 미술은 약속이다. 자연적으로 예전부터 존재했던 것이 아니라 문화적 기술적으로 정의되고 합의된, 근대에 규정된 약속이다. 미술은 특히 시대와 문화 그리고 기술에 크게 영향을 받는 관습이자 제도적 약속이다.
– KOㅎ
…
예술이 시대적 맥락에 따라 규정된 약속이라면, 동시대의 예술은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예쑬은 우리가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여기던 “이데올로기적 관습”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책에서 정의하는 이데올로기는 다음과 같다.
– 실제를 눈가림하고 은폐하는 것
– 사회적 의식이 결합하여 만들어지는 집단적 생각(Meme)
– 문화 텍스트에 의해 표현되는 견해
– 사회 질서 내의 의식이나 관습에 의한 실천 행위
– 대중의 의식을 변경하는 선전 행위를 위한 개념
미술은 제도이고 역사이며 ‘그 무엇’은 그것들 안에서 해석될 때 미술로 만들어진다.
– KㄷO
“역시” 보다는 “혹시”, “틀림” 보다는 다름”
세상에 대해 자신의 눈으로 직접 볼 수 있게 하는 렌즈로서의 현대 미술을 통하면, 우리는 지금보다 더 좋은 미래를 꿈꿀 수 있다.
– SOㅈ
…책을 읽으려 하는 내게 오히려 우리, 나 자신에 대해 많은 걸 알 수 있다라는 말은 나를 당황스럽게 하였다.
– YㅎO
…
삶과 미술 사이의 경계를 허무는 활동, 예술이라는 것을 알게 되니 다음에 이런 미술 작품을 보게 된다면 이제는 좀 더 낯설지 않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무엇이 예술이고, 무엇이 예술이 아닌가. 부지런히 미술과 만나기 위해 시간이 날 때마다 갤러리를 찾곤 하지만, 여전히 어려운 질문입니다. 이 책의 설명을 접하고는 얼마간의 실마리를 찾기는 했습니다. “창작자 자신이 스스로 만들고자 하여 창작되는 것.” 수단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 그 자체로서가 목적인 창작물.
– ㅂJO
…
이 책이 앞섰던 것인지 시대가 느린 것인지 잘은 모르겠습니다만… 다가올 만남에서 많은 분들과 이 부분에 있어서만큼은 다양한 의견을 나눠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