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아냥 = [월급쟁이, 컬렉터 되다]

2019년 9월~12월 시즌 [미술아냥] 마지막 모임입니다. 시즌의 마지막은, 작품의 ‘구매’에 대한 이야기로 마침표를 찍습니다.

오늘의 모임은 다음과 같이 진행하고자 해요.

  • 근황 라운드업 (1인당 제한시간 있음)
  • 미술 라운드업 (고은 & 재용)
  • 책 전반에 대한 의견 교환
  • 발제문(들) 함께 읽기
  • 몇 가지 질문 공유하기
  • 질문을 염두하며, 각자의 독서노트 피드백
  • 시즌 정리 & 다음 시즌을 향한 코멘트

* 아래 텍스트는 고은, 재용의 글이 교차하는 내용입니다.

월급쟁이 컬렉터.

흔히 큐레이터들이 작품의 판매와 가격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반만 맞는 얘기다. 물론 같은 업계(?) 종사자로써 다른 전문분야의 사람들 보다 더 쉽게, 많은 정보에 도달할 수 있지만 실제 작품을 주기적으로 거래하는 큐레이터는 적어도 내 주변에는 매우 드물다. 대부분의 거래는 상업화랑의 갤러리스트의 몫이고 큐레이터들은 특별한 제안으로 작품 구매에 도움을 주는 ‘경험’ 정도를 가지고 있다.

현대/동시대 미술의 ‘큐레이터’를 자처한다면, 작품의 구매와 판매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전시라는 것을 통해 작가와 작업의 상징 가치가 높아진다고 생각하고, 그것이 궁극적으로는 작품의 판매 가치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면 말이다.

나 역시 그런 정도의 ‘경험’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스스로 “컬렉터와 작품 거래자 둘 중 어느 쪽에 가까운가?”를 묻는 다면 나는 역시 컬렉터에 가깝고, 그중에서도 ‘월급쟁이 컬렉터’에 가깝다.

그것은 나의 경험도 마찬가지. 하지만 ‘구매’한 것을 다시 ‘판매’할 생각이 없고, 작품 구매를 위해 최소한의 촉을 세우고 있지 않은 입장을 ‘컬렉터’라고 해야 할 지는 의문이다!

전시가 시작되기 전까지 (특히, 전시를 위한 신작의 경우) 큐레이터는 작품 탄생의 계기를 마련하기도 하고 부분적으로 작품 제작의 경제적, 물리적 혹은 감정적 지원을 제공하게 된다. 그러나 일단 작품이 완성되면 그것은 온전히 작가 개인의 소유물이자 창작물이 된다. 그러므로 작품 판매의 매개자를 자청하지 않는다면, 작품제작에 얼마나 관여했는가와는 별개로 여타 다른 컬렉터들과 동일한 위치에서 작품을 감각하고 구매하게 된다.

외려 작품의 ‘상업적’ 부분에 대해서는 의식적으로 생각하거나 언급하기를 피하려고 해왔는지도 모른다. 물론, 종종 작가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진지한 농담으로 던진 경우는 있었다. (영상 작업을 만든 작가 동료에게) 누구씨, 이렇게 판매할 수 없는 형태로만 만들면 어떡해요. 뭔가 소장할 수 있는 부산물도 좀 만들어보면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나도 몇 번인가 ‘월급쟁이 컬렉터’로 작품을 구입한 적이 있다. 평소 좋은 작품에 대한 소신은 있지만 전시를 만들기 위해 작품을 바라보는 것과 내 집에 들이는 것을 염두하며 바라보는 것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그리고 작품을 대하는 기쁨의 감도도 매우 다르다. 나에게 컬렉팅은 ‘알고 있다’는 매너리즘에서 겸손한 설레임을 갖게하는 즐거운 경험이다.

나의 소소한 작품 컬렉션은 어디로 가야할까. 사실 소소하지만은 않은 것이, 그간 지출한 비용을 생각하면 소형차 두 세 대 가량은 족히 구매할 수 있었을테다. 나는 이 작업들을 잘 보관, 보존하면서 지낼 수 있을까. 과연…?


1. 작품 구매의 경험이 있나요? 혹은 구매를 원하는 위시리스트가 있으신가요?

각자의 컬렉팅 경험에 대한 에피소드가 궁금합니다. 

2. ‘ 자신의 안목을 믿고,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라는 다이스케의 말은 인상적입니다. 

그렇지만 그런 안목을 키우고 스스로에게 솔직해도 좋으려면 일정정도의 수양은 필수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를 위한 노력이나 방법을 가지고 계신가요?

3. 작품 컬렉션을 위한 / 컬렉터가 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전설적 컬렉터 Wolfgang Hahn의 1970년 집.
말 그대로 ‘머리에 작품을 이고’ 지냈던 것 같아 보입니다.

컬렉터의 사회적 책임

– ㄱOO

위작이 없으며 동시대를 함께 살아나갈 수 있다는 장점

– ㅈOh

솔직히 현대미술을 잘 모른다. 난해하고 어렵다. 작가의 의도대로 관객이 작품을 이해할 수 있는 건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이 책을 통해 현대미술이 주는 몇가지 특징들을 돌아보게 되었다. 동시대 작품이 주는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실존 작가와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다. 이 점이 작가, 컬렉터, 작품, 세계 사이에서 관계성을 형성한다. 이 관계성의 테두리 안에 컬렉터로 참여한다는 것은 확실히 매력적이다. 컬렉터는 역량에 따라 이 관계성을 더 확장시키기도 한다.

– ㅇjO

월급쟁이 컬렉터가 비싸게 예술작품을 하나씩 사서 모으는 건 계속 고양이를 입양하는 집사의 마음이 떠올려져 버렸습니다.

– ㅇOh

컬렉터들에게 미술품을 소장한다는 것은 단지 ‘상품’으로서 작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다. 구매를 넘어 그 작품이 포함하고 있는 시대의 흐름과 작가의 세계, 작품의 의미를 모두 보존하는 일인 것 같다.

“미술품은 개인의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것”

– OHㄴ

다양한 매체 중 ‘퍼포먼스 작품을 산다’는 의미도 흥미로웠다. …입거나 사용했던 물건을 함께 구매하며, 무엇보다 퍼포먼스 자체의 아이디어를 ‘보증서’라는 형식으로 소유하게 되는 것이 신기했다.

– ㅈYO

저자가 아티스트의 창의력을 소장하고 싶은 마음 역시, 2007년 어느 갤러리에서 처음 본 비디오 아티스트 예스퍼 유스트의 예술을 체험했을 때 기억이 떠올랐다.

– OHㅈ
https://www.google.com/search?q=가난한+컬렉터가+훌륭한+작품을+사는+법&client=opera&hs=FZn&source=lnms&sa=X&ved=0ahUKEwjFhtiAvKLmAhVVxosBHUvJCS8Q_AUIDCgA&biw=742&bih=915&dpr=1.6

올해 3월. 트레바리에서 만난 지인들과 함께 홍콩에 갔다. 홍콩 아트바젤 관람을 위해서다. (중략)

…감탄만 하고 있다가 가격이 어느 정도일지도 살짝 궁금했다. 쑥스러움을 무릅쓰고 갤러리스트에게 프라이스 리스트를 구경시켜달라고 했다. 놀랍게도 그중에 가장 작은 크기의 작품 가격이 예상 외였다. 생각보다 내가 구매할 수 있는 금액이었다(?!).

…작가의 작품을 구매하는 것은 그 작가와 한 배를 타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 ㄱJO

예전에 “더 스크랩”이라는 사진 전시가 있었다. 평범한 사진 전시와 다른 점은 대형 마트식 구성이라는 것이다. 여러 사진 작품들은 캡션이나 제목, 심지어 작가 이름조차 적혀있지 않은 채 마트처럼 주욱 진열되어 있다. (중략) 결국 또 소비요정이 되어선 마치 옷을 고를 때처럼 고민하고 비교하게 되었다. 이러한 생각이 옳고 그름을 떠나서 이전에는 생각하지 못한 관점이었다.

– SOㅈ

“자신의 안목을 믿고,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문구다. 어찌보면 이는 순수하게 미술을 감상할 때 갖춰야 할 가장 기본적인 미덕이 아닐까.

– ㄱ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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