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종 ‘통역노트’를 써보기로 했습니다. – JP

2009년 ‘플랫폼 인 기무사‘ 전시에서 전시팀 인턴으로 일하며 마그누스 뱃토스 작가를 처음 만났다. 이후 여러 다른 상황, 장소에서 다른 역할로 그를 만났고, 마그누스는 꾸준히 작업을 해나갔다. 이런 인연이 이어져, 작가의 2016년 작업 <이상한 이방인>의 서울 상영에서 통역을 맡게 되었다. 영화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조니 와카(Joni Waka) 씨가 아주 짧은 일정으로 도쿄에서 서울로 날아와주어 더 특별했던 시간.

<이상한 이방인>은 코친 유대인이자 만주와 일본을 오가며 무역을 한 증조부 때부터 일본 시민으로 살아온 집안의 후손인 일본 국적의 유대인 조니 와카 씨의 삶을 쫓는다. 영화 전반에서 와카 씨 특유의 ‘모든 것을 농담 거리 삼고 불편하게 만드는’ 태도가 드러나며, 동시에 일본 사회가 외부의 것을 ‘내부화’하는 동시에 타자화 하는 일면이 그를 통해 보여지게 된다. 조니 와카라는 개인과 일본 사회 모두에 대한 예상치 못한 모습을 드러내는 내용 덕분에, 평일 오후 4시부터 상영을 시작해 꽤 썰렁했던 아트선재센터 지하 극장의 객석과 무대 사이에선 밀도 높은 질문과 답변이 오갔다.

이날 통역의 관건은 일본어와 영어, 프랑스어를 막힘없이 오가며 한국어 듣기와 말하기를 하는 와카 씨의 뉘앙스를 어떻게 전달할 지에 있었다. 토크는 와카 씨와 마그누스 뱃토스 작가의 대화를 전달하는 식으로 이뤄졌고, 마그누스의 말투는 와카 씨와 반대로 상당히 부드럽고 물흐르듯 이어졌다. 상당히 다른 성향의 인격과 그에 상응하는 말투의 대화. 게다가 와카씨는 대화 중간 중간 “왜놈 개새끼”와 “양놈 오리새끼”와 같은 두 번쯤 꼬인 농담을 유창한 한국어로 던졌다. 이날의 좌석 배치는 이러했다.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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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역자) – (마그누스 뱃토스) – (조니 와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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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석

(대부분의 ‘아티스트 토크’가 그러하듯) 별다른 사전 대본 없이 진행된 두 사람의 대화는 자주 엇갈리거나 혼잡해졌는데, 그럴 땐 발화자들이 혼잡을 깨닫고 스스로 멈추기를 기다리거나 검지 손가락을 올려 신호를 보내어 멈추도록 했다.한 번에 두 개의 인격을 동시에 대행할 수 없으므로, 3인칭과 2인칭을 섞어 말하며 요점을 정리해 토크의 진행을 원활히 하였다.

토크를 마친 뒤, 혹 와카 씨가 영어나 프랑스어만큼 한국어도 끊김없이 듣고 말하고 이해하는 건 아닐까 생각을 하게 되었다. 와카 씨는 토크를 마친 직후 감사 인사와 칭찬을 동시에 전해주었는데, 통역을 통해 본인의 뉘앙스를 잘 옮겨주었다는 코멘트는 한국어를 알아듣지 않고선 포착할 수 없는 부분이었기 때문. 토크 도중엔 오사카 사람들의 ‘블랙 유머’에 관해 설명하며 (와카 씨는 인도에 있는 기숙학교와 세네오사카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한다) 길에서 한국인 친구들을 만날 때 서로를 ‘더러운 양놈’과 ‘냄새하는 한국인’으로 부르곤 했다는 일화를 전하기도 했다.

혹여 조니 와카 씨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다면, The Japan Times에 실린 2014년의 인터뷰 기사를 읽어보아도 좋겠다. 그는 상업-금융 분야에서 일하였으며, 도쿄에서 살고 있고, 강아지를 기르며, 사랑하는 동성 파트너가 있으며, 예술 재단을 운영 중이다.

Joni Waka: ‘Learn to be happy with only one rice ball’
BY ELLIOTT SAMUELS
https://www.japantimes.co.jp/life/2014/02/22/people/joni-waka-learn-to-be-happy-with-only-one-rice-ball/#.WdiZX0yB1P0

마그누스 뱃토스 작가의 상영회 프로그램에 관한 내용은 아래 링크에서 복사해 가져온 텍스트를 참조. 1회 상영이라 별도의 한글 자막도 없었고 평일 오후 4시라 관람객도 많지 않았던 터라 추후에 자막과 함께 상영할 기회가 있기를 희망한다.

http://artsonje.art/screening_magnus_bartas/

마그누스 뱃토스, <이상한 이방인>
Magnus Bärtås, The Strangest Stranger
2016, 75 min.

일본계 유대인인 조니 워커(Joni Waka)는 ‘Jonnie Walker’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일본인들은 백인을 일본인으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조니 워커(Jonnie Walker)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2002년 작 『해변의 카프카』의 주요 등장 인물이며, 조니 워커(Joni Waka)는 아시아의 유대인 상인(商人)의 마지막 자손 중 한 명이다.
일본인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지만 일본인이 아니라는 사실 때문에, 그는 자신의 개인사를 마음대로 바꾸면서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자유롭게 말할 수 있었다. 사회적인 압박에 직면한 조니는 지배적인 규칙과 도덕을 무시하는 듯 보이는 동시에 일상의 희극성을 창출하기 위한 자유의 공간으로서 ‘이상한 이방인(이치방 헨나 가이진 いちばん へんな がいじん*)’이라는 아웃사이더의 관점을 탐색했다. 조니 워커는 자신의 정체성을 스스로 찾기 위해 그가 마주치는 사람들이나 장소에 따라 마치 카멜레온처럼 억양, 언어, 태도를 바꿨다.

* 일본말을 할 줄 알거나 일본 문화에 대해서 이해하는 외국인을 ‘헨나 가이진(へんな がいじん)’이라고 한다.
본문에서는 ‘헨나 가이진’ 의 수식어로 ’최고의’, ‘제일의’를 뜻하는 형용사 ‘이치방(いちばん)’이 사용되었다.

작가 소개
마그누스 뱃토스(Magnus Bärtås)는 1962년 스웨덴 출생으로 현재 스톡홀름에 거주하며 활동하고 있다. 그는 스톡홀름 콘스트팩트 대학교의 교수로 재직하면서 예술가이자 저술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문자, 영상, 오브제, 설치 등의 다양한 작업을 하고 있다. 동시대 예술과 영상 작업 화법에 대한 연구로 박사 논문 『당신은 나에게 말했다 – 작업 이야기와 영상 에세이(You Told Me – Work Stories and Video Essays)』(2010)를 발간하였고, 프레드릭 에크만(Fredrik Ekman)과 함께 저술한 책 『모든 괴물은 죽는다(All Monsters Must Die)』(2015)는 스웨덴 문학상인 어거스트 프라이즈(August Prize) 후보에 올랐다. 최근에는 제56회 베니스비엔날레의 퍼스트 리서치 파빌리온(The 1st Research Pavilion: Experimentality)(2015)과 텐스타 쿤스트할의 《텐스타의 기적(테오리아)(The Miracle of Tensta[Theoria])》(2014), 스톡홀름 마라보파켄에서의 《ABCDEFGHI》(2013), 제 9회 광주비엔날레(2012) 등에 참여했다. 2010년에는 영화 <마담 & 리틀 보이(Madam & Little Boy)>(2009)가 오버하우젠 국제단편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2016년 스웨덴 예테보리 아트홀에서는 회고전을 열었다.

발제자: 마그누스 뱃토스, 조니 워커
주최: 아트선재센터

코펜하겐 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제(CPX:DOX)에서도 소개되었던 <이상한 이방인>의 소개 페이지는 이곳: https://cphdox.dk/en/programme/film/?id=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