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보는 “에스티마의 인터넷 이야기” (링크) 처럼 일상과 미술에 대한 이야기를 써본다면 얼마나 좋을까 – 를 열 번 생각하느니 잠들기 전에 잠깐 써보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하며 남겨보는 오늘의 이야기.

작가이자 기획자-공간 운영자인 강민형 씨가 운영하는 광주의 ‘바림'(링크)에서 지난 8월 13, 26일, 그리고 9월 26일 3회에 걸쳐 ‘큐레토리얼 워크숍’을 진행했습니다. ‘시각예술적 시점의 광주’를 주제로 하는 이번 워크숍의 참여자는 광주에서 활동하는 창작자들. 6명의 참여자 – 목화, 보경 & 태인 (보태), 하언, 하나, 지영 – 는 소정의 활동/제작비를 지원받아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저는 김해주, 남선우, 김선영 이렇게 세 명의 큐레이터가 진행한 세 차례의 공개 강의와는 별도로 비공개로 진행한 참여자 워크숍을 맡았습니다. 8월 13일, 8월 26일, 9월 26일 이렇게 세 번의 워크숍을 진행하며 다룬 내용은 주로 이런 것들이었어요.

워크숍 참여자인 ‘지영’ 씨가 보내준 이미지

큐레이터는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전시란 무엇이며,
공적인 발화를 하는 것은 어떤 무게와 책임이 있을까,
내가 제공하고자 하는 내용을 꼭 전시로 보여주어야 하는 것일까?
등등.

제가 많이 이야기하는 식으로 진행이 되었지만, 저 또한 ‘대체 이 사람들은 무슨 생각으로 이곳에 모인 걸까?’라는 궁금증이 컸기에 가능한 많이 의견을 주고받는 식으로 워크숍을 진행했습니다. ‘강의’보다는 최대한 ‘대화’에 가까웠으면 하는 마음으로요.

약 한 달 반 가량 진행한 워크숍에서, 위의 질문들에 대한 대답을 모두 얻어낼 수 있었던 건 아닙니다. 명확한 대답이 없는 것이 답인 경우도 물론 있었습니다. 이를테면 ‘큐레이터는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에 대한 결론은 대략 이렇습니다. ‘무엇도 하지 않는 사람도, 모든 걸 다 하는 사람도 자신을 큐레이터라고 부르곤 한다. 어떤 경우엔 ‘이것이 무엇’이라고 설명할 수 없는 온갖 일을 하는 사람을 부르려고 쓰는 궁극의 임시변통 단어가 아닐까?’

그런가 하면, ‘전시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은 꽤 명확한 답을 함께 도출하기도 했습니다. 함께 이야기해본 바, 전시란 ‘기간이 한정되어 있고, 대체로 장소도 한정되어 있으며, 이른바 ‘미술'(제도)라는 틀 안에 존재하는 일시적 제시’ 정도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기간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한정된 사람이 볼 수 밖에 없고, 그런 제한이 있기 때문에 시기가 매우 중요하기도 하고, 결국은 ‘미술'(제도) 안에서 존재하기 때문에 때로는 굳이 전시가 아니어도 될 내용임에도 ‘미술’로 보여지고 싶어 전시라는 형식을 취하게 된다는 것. 때로는 ‘여러분 눈 앞에서 펼쳐지는 것은 미술의 틀 안에 있습니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조차 꽤 큰 에너지를 써야하는 일이라는 거죠.

이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결국 전시를 여는 행위는 일종의 공적 발화를 수행하는 행위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관객이 한 명이 되었든, 10만 명이 되었든, 정체를 알지 못하는 타인을 대상으로 하는 발화  행위이며, 그런 점에서 전시란 본질적으로 공적인 책임을 수반한다는 이야기. ‘X’라는 전시를 보기 위해 열 명이 각자 한 시간 걸려 헛걸음을 한다면, 헛걸음의 총량은 10시간이 된다는 무서운 예시. 그러니까 결국, 전시 역시 일종의 대화법 혹은 생각을 제시하는 방법이라고 볼 때, ‘내가 제공하고자 하는 내용을 꼭 전시로 보여주어야 하는 것일까?’를 생각지 않을 수 없다는 것.

‘소모적인 전시 만들기는 이제 지긋지긋해요.
그보다, 이젠 ‘하다보면 어느 순간 전시로도 발현되는 것’을 함께 만들어보고 싶어요’

여섯 명의 광주 창작자들과 함께한 바림 큐레토리얼 레지던시 워크숍은 이런 생각을 자주 하던 중에 찾아온 ‘눈이 번쩍 뜨이는’ 시간이었습니다. ‘일으로서의 미술'(art as work)를 처음 시작한 2009년 7월 이후 만으로 8년 하고도 2개월 째를 넘기고 있는 지금, 업(業)의 본질이 과연 무엇인지, 일을 시작하기 전부터도 너무 오랫동안 사랑해왔던 미술을 더 잘 사랑할 방법이 없을지 생각 중인 이 시점에 제게 주어진 좋은 기회였습니다.

이번 큐레토리얼 레지던시를 통해 개념화가 이루어진 프로젝트들은 오는 10월 21일부터 26일까지 바림에서 진행되는 작은 프레젠테이션(‘전시’라는 단어는 일부러 쓰지 않았어요)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고 합니다.

#미술노트